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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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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쟁점 기고

ESG경영과 ‘제로 웨이스트’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11. 13. 22:03

연세대학교 ESG·기업윤리 연구센터장 이호영 교수

 

미국의 상장기업 중 ‘Waste Management’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1968년에 설립된 산업폐기물, 생활 쓰레기 수거 및 재활용을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다. 이 회사의 주가는 1990년대 초 1.6달러에서 20211020일 현재 160달러로 100배나 올랐다. 이렇게 쓰레기 처리 관련 기업의 가치가 크게 올랐다는 사실은 쓰레기로 인한 환경오염에 대한 사람들의 우려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정부의 규제가 더욱 커졌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지만, 환경을 오염시키는 요인이 더 많아지고 환경오염을 초래하는 비용이 더욱 심각해 졌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쓰레기의 문제는 우리 생존의 기초인 소비생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특히 인간이 집단으로 모여 사는 도시에서 매일같이 쏟아지는 생활 쓰레기를 어디에서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2020년 이후 매스컴 경영·경제기사에서 연일 오르내리고 있는 기업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영문 첫 글자를 조합해서 만들어진 ESG경영은 쓰레기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기업의 생산 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산업폐기물뿐만 아니라, 해당 제품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쓰레기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에 대한 경영진의 철학과 의지, 실천이 바로 ESG경영의 핵심이다.

 

ESG경영은 결국 탄소배출과 대기오염, 수질오염을 유발하는 화학물질 배출, 토양오염과 관련된 폐기물 배출, 지구자원의 보존과 관련된 에너지 사용 등의 이슈와 연결된다. ESG경영의 첫 번째 요소인 환경과 관련된 주요 성과지표는 쓰레기 배출량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의 문제이다. 생태신학자이자 윤리학자인 셀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는 지속가능한 경제모델로 세 가지 규칙을 제시했는데, 첫째, 자신의 몫만 취할 것, 둘째, 사용 후에 깨끗이 치울 것, 셋째, 미래세대, 즉 미래의 거주자를 위해 자연이라는 집을 잘 손질할 것을 제안했다. 첫 번째 규칙에서 자신의 몫만을 취하라고 하는데, 이는 과도한 소비를 줄이라는 것이며, 바로 ESG경영의 실천과 직결된다. 기업에서는 혁신을 통해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들어가는 자원의 소비를 최소화해야 하며,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를 지양하고 자신의 경제력과 관계없이 귀중한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생활화해야 한다. 두 번째 규칙과 관련해서는, 생산과 소비 활동 중에 유발된 쓰레기를 깨끗이 치우는 것인데, 기업에서는 불가피하게 만들어진 폐기물을 처리하고 재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고, 소비자 수준에서는 의식을 가지고 과도한 쓰레기를 야기하는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을 거부하고 재활용을 위해 생활 쓰레기의 분리배출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마지막 규칙은, 아이들과 미래세대를 위해 집(다른 말로는, 자연을)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 관리해야 한다. 유해한 가스와 미세먼지로 오염된 공기, 온갖 쓰레기로 더럽혀진 토양, 그에 따라 오염된 식자재들이 현재 및 미래세대 사람들에게 공급되지 않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

 

고체형태, 액체형태, 또는 기체형태든 기업과 개인이 발생시키는 모든 쓰레기는 환경 파괴의 주범이다. 산업 및 생활 쓰레기가 초래한 지구 온난화와 자연 파괴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누려왔던 삶의 질을 급속하게 악화시킬 것이며, 이미 그 부정적인 효과가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환경 재앙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강력하게 가난한 사람들을 덮치고 사회적 문제를 악화시킨다. 즉 환경문제가 사회문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산업화의 결과 누적되어온 탄소 배출은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이어질 것이며, 남극과 북극의 얼음과 산악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가의 저지대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다는 각종 연구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빙하가 녹으면서 오랫동안 얼음 속에서 활성화되지 않고 있었던 고대의 바이러스가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고 인류의 생존을 계속해서 위협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인간의 탐욕과 무책임이 자연을 파괴하고 탄소, 산업폐기물, 생활 쓰레기를 배출하여 환경을 오염시킨 것에 대한 자연의 보복이 시작된 것이다.

 

탄소 배출의 문제는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소비자의 의식과 반응이 제도의 취지에 따라주지 못한다면 새로운 제도의 효과성에 분명히 한계가 있을 것이다. 생활 쓰레기에서 나오는 메탄도 대기오염과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생활 쓰레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플라스틱은 분해가 안 되기 때문에 그 피해가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인간에게 돌아온다.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는 우리에게 되돌아와 복수하는 것이다. ESG경영의 의미에 대한 개인의 인식과 구체적인 실천이 없다면, 정부 주도의 ESG관련 규제와 기업의 ESG운동은 선언적 수준에 그치거나 사회적 비용만 높이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제로 웨이스트를 향한 기업의 선도적 역할과 기업의 노력에 대한 소비자의 적극적 반응, 쓰레기 양산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는 우리의 외형중시 문화가 더 이상 미덕이 아님을 인식하고, 생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시민운동과 과소비에 대항하는 성숙한 문화와 시민의식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행복한 공동체를 향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책임의식과 실천이 없이는 ESG경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서서히 사라지고 인류에 대한 환경적 사회적 위기는 계속 그 규모를 키워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