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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예술동향

미술관은 무엇을 연결하는가 : 팬데믹 이후, 미술관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11. 14. 13:17

 

<미술관은 무엇을 연결하는가 : 팬데믹 이후,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국제심포지엄

 

팬데믹으로 인해 일상 생활의 많은 부분들이 변화하였고, 그 중 미술관의 역할도 크게 변할 수 밖에 없었다. 미술관에 직접 가서 작품을 보는 것이 미덕이었던 현대미술은 팬데믹 상황으로 단번에 온라인 플랫폼을 수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 변화한 미술관의 새로운 역할 설정을 논의하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온라인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이번 심포지엄은 세션1 <흘러내린 경계, 또 다른 변수들>에서 현대 미술관의 사회적, 기술적 맥락에 관한 비평적 시각들을 제시하였고, 세션2 <장의 형성, 실천의 방향들>에서는 시대적 맥락 속에서 시도되는 다양한 사례들을 발표하였다. 이번 예술동향에서는 레브 마노비치, 서동진, 홍이지의 발표를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레브 마노비치 - 미술관과 기술 : 디지털 공간에서의 기회와 도전

학교, 미술관 등과 같은 사회제도에서는 기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새로움이라는 의미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마노비치는 새로움이 아닌 다른 사유 방식을 보여주고자 한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여 90년대에는 인터넷, 2000년대에는 모바일 형태의 웹과 휴대전화, 지금은 혼합 현실을 논의하고 있다. 마노비치는 기술의 역사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컴퓨터와 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중요한 현상이 나타나게 될 경우 10~30년 지나면 영향력이 아주 커지고 문화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한다. 만약 미술관이 어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다면, 처음에는 유명세를 탈 확률이 크다. 그러나 이후에는 다른 미술관이 똑같은 기술을 도입하게 되면서 차별성이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술을 도입할 때 장기적으로 좋은 방향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미술관이 보유한 가장 중요한 기술은 무엇일까? 마노비치는 미술관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미술관은 그 자체로 자본이며, 고유한 공간을 채우는 새로운 콘텐츠이다. 대부분 현대, 동시대 미술관은 화이트 큐브패러다임을 추구하는데, 이는 동시대적 취향과 미학에 완벽히 맞아 떨어지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술관은 문화계에서 가장 다양한 기능을 하는 공간인 것이다. 기념품 가게를 시작으로 카페, 레스토랑, 도서관, 미술 전문 서점이나 어린이를 위한 공간이 존재한다. 이는 마치 쇼핑몰과 비슷하지만 미술관의 방문은 상징자본이 고양된다고 느끼게 되며, 사회에서의 종교의 대리물인 예술에 가까이 다가가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공간적 특성을 지닌 미술관이 컴퓨터 기술에 관여하면 어떻게 될까? 불과 10~15년 전에는 미술관에서 사진 촬영을 금지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뉴욕 현대 미술관(이하 Moma)에서도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태그를 붙여 올리라고 권하기 시작했는데, 이를 통해 미술관은 벽을 넘어 모두에게 확장된다. 여기서 흥미로운 동시에 어려운 문제가 발생한다. 물리적인 공간으로서의 미술관은 다른 공간과 다른 고유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인터넷 상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순간 고유성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미술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기본적 사항이라고 여겨지는 것조차 이를테면 미술관 투어 영상 같은 것도 이제 더 탁월한 외부인이 존재한다. 블로거나 작은 회사들이 만든 미술관 컬렉션이나 전시 투어 영상은 미술관에서 직접 만드는 것보다 시각적 측면, 전문성 측면, 그리고 감성적 면에서 훨씬 관여도가 높고 보기가 좋을 수 있다. 미술관은 공식적인 어조로 농담도 하지 않고 재미있는 편집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미술관은 디지털 공간에서 어떻게 더 잘 경쟁할 수 있을지 생각해야한다. 미술관들은 이제 물리적 공간에서의 작업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달았을 것이다. 디지털 공간에 이미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제공할지 자체적으로 논의해야할 시점인 것이다.

이에 대한 가능성으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자산인 NFT(Non-Fungible Token)가 언급되고 있다. 이는 기금을 조성하기에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5, 10년 뒤에도 존재할지는 그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미술관만이 생성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은 미술관의 소장 이력과 같은 정보를 발행하는 메커니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블록체인 기술에는 한가지 문제가 있는데, 블록체인에 기입할 정보가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불완전하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은 불완전한 데이터를 감당하지 못한다. 일전에 마노비치가 Moma에서 제공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했을 때, 항목의 절반이 비어있으며 오류가 다반사였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면 미술관에서 활용할 새로운 기술이 나타날 것이다.

서동진 - 연결에서 벗어나기 : 글로벌 아트와 세계 체제

서동진은 미술관은 무엇을 연결하는가라는 주제의 연장에서 신자유주의적인 이데올로기에 가장 대표적인 현상인 초연결 사회의 연결을 비판적으로 숙고하고, 연결과 단절을 새로운 변증법을 상상해보고자 한다.

2021323일 에버기븐호(Evergiven)가 수에즈 운하에 갇히게 되면서 갑자기 세계는 연결이 끊긴 채 며칠 동안 일시적인 마비 상태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수에즈 운하는 석탄에서 석유라는 화석 연료로 갈아탄 세계 경제의 작동을 위해 새로운 해상 운송의 시대를 열게 해주었다. 컨테이너로 상징되고 있는 로지스틱스 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그 사이에 제3세계에 속한 나라들과 사회주의권 나라들도 무너지면서 세계는 새로운 방식으로 재연결되었다. 이를 가리키는 이름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인 것이다.

에버기븐호 사태가 보여주듯 세계는 복잡한 공급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단 하나의 세계만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이데올로기적인 환상으로부터에서 탈출하면서 생성되었던 다른 세계를 향한 꿈은 질식되었고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금 연결되었다. 곧 들이닥친 교통과 통신 혁명은 초연결 사회라고 하는 환상을 더욱 부채질했으며, 해상 운송의 금융화는 이를 더욱 촉진시켰다. 광 케이블과 광대역 인터넷, 휴대전화,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알고리즘과 같은 새로운 통신 기술은 연결성의 화신이자 운반자가 되었다. 그 때문에 연결되었다는 것은 곧 행운이자 미덕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그것으로부터 단절되었다는 것, 연결망이 축조된 하나의 세계라는 환상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한편 미술계 또한 세계 전역에서 개최되는 비엔날레와 아트페어, 도큐멘타와 마니페스타 등을 통해 세계 전역의 작가들과 비평과 전시 기획자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런데 연결 혹은 그 연결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범세계성(globality)이란 도대체 어떤 세계인 것일까. 미술 비평가인 한스 벨팅(Hans Belting)세계 미술(world art)’글로벌 아트(global art)’는 다른 것이라고 상정하였다. ‘세계 미술이란 식민주의적인 이데올로기의 길에서 자신의 예술적 실천을 모던 아트라고 상상하고 자기의 바깥 즉 비서부에서의 미술을 종족적인 문화로 간주하면서 타자의 예술적 실천을 인류학적인 박물관에 분류, 수집, 배당하는 것을 가리킨다. 반면 글로벌 아트는 모든 아트가 사라진 연후 동시대 미술을 가리키는 것으로서 모든 지역의 예술적 실천에게 자신을 대표 재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다원주의적 세계의 예술을 암시한다.

서동진은 글로벌 아트가 품고 있는 환상, 서구와 비서구의 식민주의적 위대를 무너뜨리고 세계의 모든 지역과 정체성이 자신을 재현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기대는 사실 자유주의적인 이데올로기를 반복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주의해야 하는 것은 글로벌 아트가 다원주의적인 환상을 경유해서 세계의 모든 지역의 미술 연결함으로써 세계의 미술을 재현할 수 있다는 착각에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아트라는 관념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이데올로기에 부응하는 것이다. 이는 제3세계주의가 말했던 제국과 식민지라는 적대와 모순에 의해 지배되는 세계의 이미지와도 다른 것이고, 국제주의가 말하는 유토피아적인 희망에 의해 연결된 주체들이 정치적 인식과 상상을 바탕으로 적립한 세계의 이미지와도 다른 것이다. 글로벌 아트가 짐작하고 있는 연결된 세계란 실상은 상징화될 수 없는 사실들이 무한한 연속으로 펼쳐져 있는 세계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세계가 연결되어 있지만 실은 그 세계란 우리 자신의 경험을 근거 지을 수 있는 이미지를 더 이상 갖지 않는 세계일 뿐임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연결의 미덕을 예찬하는 환상에서 벗어나 연결과 단절의 변증법을 작동시키면서 새로운 비판적 연결 아마 어쩌면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국제주의적인 연대의 연결을 상상하도록 우리를 이끌어줄 것이다. 동시대 미술관이 꿈꾸는 연결도 바로 이러한 것이어야 한다.

홍이지 - 디지털 연대의 새로운 가능성

홍이지는 오늘날 변화하고 있는 디지털 플랫폼의 확장과 동시대 디지털 문화의 온라인 환경 변화에 따른 미술관들의 전략과 현재 상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전세계가 초유의락다운을 겪으며, 스크린에 머무는 시간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특히 가상현실과 게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연대와 커뮤니케이션의 가능성을 보았으며, 몰입과 참여를 통한 다양한 게임적 경험은 가능성과 인식의 확장을 이끌어내어 현실을 대체하는 것이 아닌 또 다른 현실이자 일상을 이어가는 공간으로 재편되게 하였다.

락다운 시기에 미술관 방문이 금지되자 몇몇 미술관들은 SNS와 게임 플랫폼을 통해 새로운 질문과 관람객의 참여를 유도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해시태그를 통해서 미술관의 소장 작품을 관람객들의 가상 캐릭터로 사용할 수 있는 챌린지를 시행하였다. 또한 게티 미술관은 닌텐도 게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통해서 라이브러리에 있는 모든 이미지를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소장품의 활용은 단순히 소장품의 활용 측면에서 그치지 않고 커뮤니티와 연결된 감각과 사람들로 하여금 창의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격려한다는 점에서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자발적 참여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최근에는 콘솔 게임보다 더 자유도가 높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오래된 개념으로 가상현실로 구현한 인터넷이라는 소설에서 처음 등장했고 2000년대 초반 혼합 현실과 사이버 비즈니스 등의 개념과 함께 다시금 대두되었지만 최근에는 좀 더 적극적인 의미로 이제 실생활과 동일한 활동, 재화 가치 창출, 공동의 경험 구축을 가능케 하면서 좀 더 확장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최근의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을 구분 짓지 않는 융합된 세계 내에서 문화 체험, 네트워킹, 디지털 연대, 경제적 활동 등 높은 자유도를 부여함으로써 현실과 가상 공간을 넘나들며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대안적인 세계가 아닌, 스크린 안에서 존재하는 나와 현실의 내가 물리적인 제한이나 시차 없이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점은 확장된 시공간이라 측면에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5세대 이동통신이 등장하면서 눈부신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하던 디지털 이원론은 이제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으로의 이행이 진행 중인 것이다.

미술계 역시도 코로나로 인해 VR갤러리, VR아트 페어, NFT아트 페어 등을 메타버스를 통해서 대화와 네트워크가 가능한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전염병으로 인해서 비엔날레, 아트페어, 해외 인적 교류가 차단됐던 2020년을 지나서 디지털을 적극 활용하는 급과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디지털 공간에서 전시를 관람하거나 작품을 거래하는 행위뿐만 아니라 모든 과정 즉, 작품 제작 운송 혹은 전송 홍보 판매 프레젠테이션 그리고 구매까지 이것들이 디지털 내에서 가능한 메타버스의 활용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폴 빌릴리오가 지리의 종말을 언급한 것처럼 포스트 디지털 시대에는 가상 공간 안에서 상호작용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지리학적 공간은 특별한 조건으로 상정되지 않는다.

홍이지는 2020년 경기도 어린이 박물관과 함께 닌텐도 동물의 숲 게임을 이용해 모두의 박물관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당시 모든 미술관이 문을 닫고 사람들에게 온라인 외에 모든 문화 향유의 기회가 차단됐을 때 우리는 어떻게 창의적인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던 시점에 진행했던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술관에 가지 못한다는 것에 대해 게임이나 온라인을 통한 유사 경험이 해소해 줄 수 있는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결과적으로 이제 미술관은 물리적 미술관과 디지털 미술관이 함께 존재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음을 확인했다. 이는 대체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역할과 각자의 경험을 살린 매체 특정적 상태에 따른 목적에 맞게 운영되어야 된다는 점이다. 메타버스나 온라인 플랫폼은 현실의 어떤 것을 대체 혹은 종말을 고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접근과 기획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각각의 결과에 따라서 현실과 가상의 결론을 정해놓고 이를 기대하는 것을 지향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콘텐츠 자체보다 이를 이용하는 사용자와 관람객들의 디지털 문해력의 차이를 얼마나 좁혀나갈 수 있는가에 집중하는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2025년을 목표로 디지털 박물관 구축 및 박물관 정보화 사업 디지털 콘텐츠 기획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예컨대 아동 청소년 교육과 연계하여 교육 플랫폼도 구축 및 디지털 미디어 재연과 공간 연출의 장점을 살려서 대형화, 입체화, 가상 현실화를 통한 인터렉티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미술관은 사람을, 기술을,. 관계를, 세대를 연결하는 장소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보다 민주적이고 보다 날카롭게 사회 문제와 글로벌 이슈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해야한다. 이제 미술관은 기존의 인류 유산의 전시, 연구, 교육, 향유를 위한 비영리 기간에 정의해서 좀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사회를 반영하는 참여 기관으로의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결국 미술관은 다음 세대와 변화하는 현재의 요구에 어떻게 연결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