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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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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대학원신문 후기

‘지속가능’한 삶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12. 4. 00:27

 

지속가능한 삶

계명대 미술사학과 석사과정 정보희

 

 요 근래 들어서 내 앞에 다다른 생각들은 잠시 머물다가 갈 뿐 내 삶에 그 어떤 영향력도 끼치지 못했다. 곁에 두고 읽는 책들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미술이 가진 힘 앞에서 고개만 주억거릴 뿐이었다. 동시대 미술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이고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인지 의견 하나 내지 못하고 책 앞에 오래 머무르는 중이었다. 무엇보다 계속해서 화두가 되고 있는 정치, 사회, 환경, 심지어 코로나19에 관련된 기사까지도 그저 훑어보기만 했다. 내가 관심을 기울여봤자 어차피 달라지지 않을걸 하면서 외면하고 망각해버리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최근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며 동물 보호와 환경를 위해 채식을 실천하는 일의 중요성과 소고기 섭취로 인한 탄소 배출량의 심각성에 대해서 알게 되었지만 나는 심각성을 인지하는 정도로 그칠 뿐이고 작은 노력을 보태는 이들만이 대단할 따름이었다. 그저 언젠가 스치듯 머무르는 이 짧은 생각들이 모이고 쌓여 더 거대한 생각을 불러일으키길 고대할 뿐이었다. 하지만 11월호의 지면을 읽어내려가면서 흘려보냈던 짧은 생각들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화두거리였는지 새삼 깨닫는 요즘이었다. 짧은 생각들이 모여 언젠가 빛을 발할 것이라 여기는 믿음은 나의 게으름에서 비롯된 오만함이 아녔을까. 이번 11월 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지속 가능한 삶 이 아닐까 했다. 후손에게 물려줄 미래가 여전히 종식되지 못한 전염병의 시대라면 미래라는 단어를 고작 봄처럼 다가올 내일로 치부해 버릴 수 있을까? 미래라는 무게는 생각보다도 무거우며 뒷짐 지고서 잠자코 지켜볼 일 또한 아닌 것이다. 

 먼저 5 <고전 읽기>의 책 마르크스는 인간을 어떻게 보았는가에서 우리가 미래를 위해 가져야 할 철학적 태도에 대해서 고찰해 보았다. 나는 인간 본질을 구성하는 핵심 계기 중에서도 의식의 발전이라는 단어에 눈이 갔다. 의식의 계속된 변화와 발전은 그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인데 현대 사회,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각각의 개인이 소외된 상태로 그것이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소외된 상태라고 해서 부정적인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오히려 소외라는 과정이 자신의 본성을 마주하고 세상을 마주할 수 있게 한 것이 마르크스의 전망이다. 나는 이 전망이 미래를 향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라고 보았다. 또한 여기서 언급한 소외가 생각이 발현되고 실천되기 전의 단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앞서 말했던 나의 찰나의 생각들은 소외 안에서 아직 배태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이 발현되고 실천되기 위해서는 소외 안에서 배태되지 못한 생각과 실천들이 알을 깨고 나와야만 한다.

 이번 11월호에는 두 면에 걸쳐 환경 문제에 대해서 계속해서 언급한다. 아무도 종식되지 않는 전염병을 예상하지 못했듯 심각한 환경문제에 당면한 현재에는 더 이상의 안일함은 허용되지 않는 듯 보인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환경 보호를 위해 힘을 보태고 있었다. 보틀 팩토리를 운영하는 정다운 대표는 쓰레기 여행 프로젝트를 통해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들이 어떻게 소멸되는지 그 과정과 행로를 추적한다. 읽고 놀랐던 점은 재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또 음식물 쓰레기가 어떻게 소멸되는지 그 프로세스를 알기 어려웠다는 문장은 인터넷과 정보망을 통해 어떤 이슈든 간에 빠르게 접할 수 있는 시대에 환경문제에 있어서는 얼마나 안일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다운 대표가 언급한 지속가능성이라는 단어가 희망을 가지게 한다. 플라스틱을 어떻게 잘 재활용할까를 생각하기 보다 플라스틱을 쓰지 않을 수 없다면 버리지 않을 수 있는 플라스틱을 재사용  지속가능한 플라스틱을 오래 쓰는 것이다. 

 이에 대한 내용은 ‘ESG 경영과 제로 웨이스트에서도 이어진다. 저자가 언급한 ESG 경영은 환경을 보호하는 일에 기업과 소비자가 실천해야 하는 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ESG 경영 역시 궁극적인 목표는 환경과 관련된 주요 성과 지표로 쓰레기 배출량을 어떻게 감소시킬 것인가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기업이 환경보호에 모든 역량을 다 해야 한다는 것으로 시작하지만, 소비자 또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은 불가피한 폐기물을 처리하고 재사용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다하고, 소비자는 과도한 쓰레기를 배출하는 기업의 제품을 거부하고 분리배출에 적극적인 협력을 다해야 한다고 노력을 촉구한다. 환경 문제가 심각해질수록, 지구에 우리가 설자리가 점점 없어진다는 사실을 깨우쳐야 할 것이다. 

 이번 11월호에서는 우리가 현대 사회에서 가져야 할 태도를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조금 맥락이 다르겠지만, <예술 동향>도 결국 지속가능한 미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디지털 공간으로 미술의 영역이 확장됨으로써 미술 동향 역시 변화하고 있다. 현재의 요구에 따라 미술관이 할 수 있는 역할로서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시대를 끊임없이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이는 환경도, 미술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