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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러시아 -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질서의 전망 본문

1면/기획 인터뷰

러시아 - 우크라이나 침공과 국제질서의 전망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4. 3. 13:11

지난 224,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를 비군사화하고 비나치화하겠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공을 개시했다. 지정학적으로 러시아에게 큰 중요성을 지녀왔던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하 나토가입이 가시화되면서 본격적으로 군사작전을 펼치게 된 것이었다. 수도 키이우를 시작으로 우크라이나 곳곳에 대한 공격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강력한 저항 의지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은 이를 명백한 주권 침해라고 비판하며 유례없는 제재를 가할 것을 발표했다. 이에 본지에서는 우크라이나 침공의 배경과 향후 국제질서의 전망을 알아보기 위해 고려대학교 국제대학 장 모네 석좌교수(Jean Monnet Chair Professor) 이재승 교수를 만나 물었다.

고려대학교 이재승 교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내 군사적 현황

3월 말 기준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뿐만 아니라 돈바스 지역과 크림 반도 지역의 주요 도시에 폭격을 계속 가하고 있다. 지난 30여 일 동안 러시아의 군사작전은 어떻게 진행되어왔으며, 현재 우크라이나 내 군사적 상황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지 물었다.

현재 러시아는 동부 우크라이나 기준으로 동부, 남부, 북부 전선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면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2014년부터 친러 성향의 반군과 우크라이나 정부군의 전쟁이 있었던 돈바스 지역을 확실하게 탈환하고 싶어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에게 경제·전략적으로 큰 타격을 주기 위해 중앙아시아로 넘어가는 길목이 되는 크림 반도 주위의 흑해 연안에도 중점적으로 폭격을 가하고 있습니다. , 돈바스 지역부터 마리우폴, 헤르손, 오데사, 크림반도까지 장악해 우크라이나의 남부 해안선을 막고자 하는 것입니다. 특히 러시아가 전쟁을 시작한 명분이라 할 수는 비군사화하고 비나치화에서 나치는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무장단체인 아조프 연대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이 아조프 연대의 본거지가 바로 마리우폴인데, 이곳에 적극적인 공격을 지속하고 있는 이유는 군사 전략인 동시에 명분까지 지키려고 하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러시아는 주요 거점 지역에 아파트, 학교, 극장 등 민간인 시설을 폭격하고 있으며, 그 결과 수천 명의 민간인이 희생되었고, 우크라이나 피란민의 수가 360만 명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로 러시아는 키이우 등 다른 지역의 도시에서는 신속하고 강력하게 진입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추측됩니다. 러시아의 침공 목적은 민간인 시설을 포함해서 주요 거점을 폭격하여 봉쇄한 후 해당 지역들에 대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여 협상을 진행하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러시아의 침공 배경

러시아는 현재 국제사회에서 천연자원 강대국으로서 위상을 지니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역사·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번 침공의 결정적인 계기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라 볼 수 있는데, 이는 러시아에게 어떠한 군사·안보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물었다.

“1991년 소련 붕괴 때 독립한 발트 3(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경우는 2004년에 EU와 나토에 가입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도 비슷한 시기부터 EU와 나토 가입을 희망해왔으나 내부적으로 친러-반러 세력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2013년 유로마이단 시위,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등 여러 균열들이 계속해서 발생하였습니다. 2019년에 친서방적인 성향을 가진 젤렌스키 정부가 들어서고,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게 우호적인 행보를 보이게 되면서 러시아의 긴장이 고도된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방어 체계를 갖기 어려운 평야이기에 주변국들을 확실하게 완충지대 또는 방어막으로 쓰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특히 우크라이나는 과거에 소비에트 연합의 핵, 해군, 미사일 기지가 있는 주요한 군사적인 요충지였습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가 발트 3국과 같은 행보를 취할 경우, 지정학적인 축이 완전히 바뀌고, 무기들이 코앞에서 러시아로 향하게 되는 거죠. 따라서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략적으로 용납할 수가 없는 행보인 것입니다.

또한 우크라이나는 수송로 차원에서 핵심적인 위치입니다. 유럽은 분명히 러시아 가스가 필요하고,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를 팔아야만 자본이 생깁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에너지를 유럽으로 이동하는 데 중요한 경유국입니다. 특히 가스는 해안가가 아니라 내륙 파이프라인 사용으로 쉽게 변경할 수가 없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위치입니다.

한편, 러시아 내부적으로는 2010년대 들어오면서 민족주의가 강화됩니다. 러시아 제국주의의 정치적 종교인 유라시아주의(Eurasianism)를 기반하여 대러시아를 구상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데 국제사회에서는 G8 정상회의를 G7으로 진행하는 등 러시아를 계속 배제하였고, 미국은 중국만을 견제하고 있었습니다. 푸틴의 도발은 하루아침에 시행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구상해 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미국의 아프간 철수를 보고 지금이 시험해 볼 기회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침공의 장기화와 국제사회의 대러제재

러시아의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로 사태가 빠르게 종식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무력 충돌이 지속되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러시아에 강한 외교·경제적 제재들이 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향후 러시아의 전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물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저항 의지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만큼 높은데, 저는 이러한 현상이 우크라이나의 새로운 세대의 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1991년 즈음에 태어난 세대라고 볼 수 있는데, 그들은 2013년 친러 정책을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인 유로마이단 혁명을 겪으며 자라왔고, 때문에 친서방화에 대한 기억과 동경이 굉장히 큰 세대들입니다. 저는 러시아가 이들의 성향을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거센 저항을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서방은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는 정책을 발표하고, 대러 자산 동결과 전략물자 수출 금지,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제재 등 경제와 외교 제재를 상당히 강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재가 당장의 전쟁에 큰 효과를 주지는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한 영향력을 끼칠 것입니다. 따라서 득실 계산은 해봐야겠지만, 러시아한테는 결코 값싼 전쟁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전쟁에 대한 명분이 점점 사라지게 되면서, 러시아 내부적인 균열은 발생을 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푸틴의 정치적 기반은 나머지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가 되는지와 어떤 전리품을 갖고 오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따라서 전쟁 초반에 생각했던 것보다는 좀 더 절실하고 간절하게 정치적으로 가시화될 수 있는 성과를 챙기기 위해서 애를 쓸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향후 국제질서의 전망

서방 국가들과는 다르게 중국은 제재에 기권표를 던지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태세를 취하고 있다. 결국 현 사태는 단순히 우크라이나 대 러시아’, ‘미국 대 러시아의 대결 구도가 아닌 주권 침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갈등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향후 국제질서는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지 물었다.

국제 정치는 분명히 다시 힘의 세계로 이동은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탈냉전 시기에 이런 대규모의 주권 국가에 대한 침략전이 생길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음에도, 한 순간에 이를 목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되살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침공으로 국제법이 다시 살아나고, UN 긴급특별총회가 열렸고, 나토의 중요성이 재조명되었으며, 유럽 국가들이 방위비를 확대하고, 국제사법재판소(ICJ) 등 여러 기구들이 다시 각광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번 침공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를 중국과 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북한의 문제를 비추는 거울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는 러시아가 원하는 바를 얻게 된다면 중국도 비슷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러시아에 대한 국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어 전체주의 체제에 대한 비난이 올라가면서 중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관계가 긴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만, 곧 중국은 러시아와 어느 정도의 선을 그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경제 규모가 한 10배는 크고, 세계 시장에 훨씬 깊이 들어가 있어 계산이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북한 또한 당장은 대내적으로 핵개발에 대한 명분을 축적할 것입니다. 특히 한국의 행정부가 바뀌면서 남북관계만큼이나 안보를 중요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침공의 타격이 닥치기 시작하면 오히려 비핵화에 대한 압박이 더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러시아 문제를 중국, 북한까지 염두에 둔 해법으로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모든 사항들이 완전히 분리된 게 아니고 연계가 돼 있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이번 전쟁을 통해 국제사회의 냉엄함과 탈냉전시대에 동맹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여러 제재들을 통해 국제 사회가 우크라이나를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동맹이 없는 우크라이나에게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금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절박하게 요구하는 비행금지구역 설정도 나토는 이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라며 선을 긋고 있죠. 그 누구도 나서서 대신 피를 흘려주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결국 그 피해와 결정적인 해결은 우크라이나에 달려있다는 것이 현 국제질서의 성격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

최서윤 기자 jensy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