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선우은실
- 한상원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코로나19 #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보건의료
- BK21 #4차BK21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n번방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항구의사랑
- 쿰벵 #총선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죽음을넘어
- 시대의어둠을넘어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쿰벵
- Today
- Total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여전히 남아 있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들 본문
여전히 남아 있는,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들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과정 조수아
봄이 왔고 세계는 전쟁의 신호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느지막이 침대에서 일어나 오늘의 뉴스를 보곤 했다. 무감각하게 스크롤을 내리던 손가락이 어느 한 곳에서 멈춘 순간이 있었다. 텅 빈 우크라이나 동물원에 사자 한 마리가 서 있는 사진을 봤던 때였다. 사진 밑에는 “우리 없으면 누가 돌보나… 우크라 동물원 지킨 직원들, 러 공격에 숨져”라고 쓰여 있었다. 그 짧은 문구와 사진은 4월 내내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전쟁 속에서도 여전히 그 자리를 채우고 있던 것들. 더 정확히 말하면, 그 자리에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것들이겠다. 동물들은 스스로 대피할 수 없어서 남았고 사람들은 그런 동물들의 먹이를 챙겨주기 위해 남았다. 그러나 전쟁은 그 모든 것을 망가뜨렸다. 남아 있는 것들에 대한 배려와 존중의 마음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이번 4월호에서도 전쟁의 파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처음의 기획인터뷰에 이어, 쟁점인터뷰, 기고문까지 모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상세하게 설명되어 있던 두 나라의 역사, 러시아의 침공 배경과 현재 상황, 국제 질서의 전망 등의 내용을 읽으면서 이 전쟁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러시아의 침공과 그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행보를 보며 뭔지 모를 뜨거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서로의 가능성을 믿었던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힘이 내게 닿아서일까. “누구도 대신 나서서 피를 흘려주지 않는” 전쟁에서, 그들은 강하게 연대하며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었다. 정영주 교수와의 인터뷰 지면을 읽으면서 그들이 가진 연대의 힘을 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열망은 역시 절대 쉽게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었다. 정영주 교수가 유학 시절 보았던 ‘오렌지 혁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이 걸어가는 길이 아름답고 희망적이지만은 않을 테지만(어쩌면 그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희망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그들은 계속 걸어감으로써 무너진 것들을 다시 세우고자 한다. 당장 내일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곁에 있는 누군가가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은 움직이는 것이리라. 빗발치는 포탄 속에서도 굶주린 사자를 챙긴 동물원 직원이 그랬듯이.
맥락은 다르지만, 이동권 향상을 위해 투쟁하는 이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혐오로 점철된 누군가의 말이 가슴에 비수를 꽂을지라도, 그들을 “한낱 떼쓰는 집단으로 격하”시켜버릴지라도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작은 변화라도 일으키기 위해 애를 쓴다. 7면의 사설에서 초점이 되고 있는 것은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이준석 대표의 망발이지만, 나는 그 말에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투쟁에 힘입어, 내 자리에서, 내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고 한다.
5면의 저자와의 대화에서도 많은 생각을 자아낼 수 있었다. 문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반가운 지면이 아닐까 싶다. 소설을 읽다보면 인물의 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감정을 ‘수행되는 것’으로서 바라보고 있는 이수형의 시각은 매우 흥미로웠다. 그의 말대로 감정은 고정된 것이 아닌, “개인에 의해 수행되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다. 소설 속 인물뿐만 아니라 실제 현실 속 사람들의 면면들에서, 우리는 그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에 의해 감정이 움직이고 변화하듯, 우리가 두 발을 내딛고 있는 이 사회 역시 개개인에 의해 변화해 간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짚어보자면, 개개인의 ‘다름’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이전과 차이를 보이는 것일 터이다. 2면의 원우 발언대와 7면의 기자 칼럼에서 그 사실을 잘 언급해 주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열망과 바람이 모여 사회는 점점 뒤집힌다. 그 진행 속도가 다소 느릴지라도, 서서히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해결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예전의 나라면 ‘모두 함께 힘을 내서 이겨내자!’라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글의 끝을 맺었을 텐데. 이제는 그런 무의미하고 실체 없는 다짐보다, 정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해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나씩 해 내가면 되겠지. 이번 4월호를 읽으면서 그 힌트를 조금이나마 얻은 듯하다.
'7면 > 대학원신문 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평등 시대의 진보 (0) | 2022.09.02 |
---|---|
견디며 기다리기: ‘그날’을 생각하며 (0) | 2022.06.03 |
‘알고 싶지 않은 것들’ (0) | 2022.04.05 |
‘혁명’할 수 있게 해주소서 (0) | 2022.03.07 |
‘지속가능’한 삶 (0) | 2021.12.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