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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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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기자 칼럼

검수완박에 대한 씁쓸한 양비론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6. 3. 23:11

노무현 전 대통령이 그렇게 떠나고 검찰개혁은 민주당의 지상과제가 되었다. 그들은 성공적으로 노무현의 동지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2018년 지방선거와 2020년 국회의원선거에서 전례 없는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2022, 그들의 지상과제는 이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라는 이름으로 마지막 고비를 넘었다. 본인들이야 이 말이 갖는 강경한 뉘앙스 때문에 싫어한다지만, 그 유구한 열망을 생각한다면 어찌 과하다 할 수 있으랴.

한국은 검찰의 나라가 맞다. 공소권을 독점함으로써 오로지 검찰만이 범법의 여부를 판단하여 피의자를 기소할 수 있으며, 형사소송법상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경찰 권력까지도 마음대로 부릴 수 있었다. 제도적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역사적 경험은 또 얼마나 풍부한가. 개발 독재 시절부터 수많은 노동자들과 대학생들이 검사의 손에 죽었고, 그 표적수사의 범위에서는 전직 대통령조차 제외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6월 민주 항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것 또한 검찰이었다. 영화 <1987>에서 잘 드러나지만, 박종철 열사가 남긴 불씨를 지켰던 것은 군바리들이 대한민국 검사를 X으로 안다는 한 검사의 자존심과 엘리트의식, 그리고 그에 상응하는 권력이었다. 이 권력은 20225월에도 현재진행형이다. 검사가 대통령이 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촛불이 부여한 특검의 권력으로 대통령을 끌어내렸던 그 검사가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니 2019년부터 이어진 민주당의 지긋지긋한 호소가 단순히 권력투쟁의 일환이라고만은 볼 수 없을 것이다. 검찰개혁은 실질적 정의. 다만 우려되는 것은 계속해서 훼손되는 절차적 정의의 문제다. 중재안의 법사위 단독 표결부터 개정안의 본회의 가결까지 민주당은 이미 너무 많은 절차를 무시했다. 그리고 야박하게도 정의는 늘 정의롭고자 하는 쪽에 더 엄격하다. 조국(曺國)이 어떻게 무너졌고, 얼마나 짐이 되고 있는지를 보라. 법조인이 삼권(三權)을 장악한 나라에서, 조국은 사법시험 합격자가 아니라는 사실만으로도 개혁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이 희망은 사소하고도 사사로운 절차의 훼손으로 인해 무너졌고, 이제는 개혁의 발목을 잡는 구실로 전락해버렸다. 민주당이 이번에 무시한 절차 역시 언제 어떤 함정이 되어 돌아올지 모를 일이다.

하려면 잘 해야 한다. 정의로우려면 지킬 것을 다 지키면서 정의로워야 한다. 이것이 좌파에게, 진보에게, 개혁을 외치는 사람들에게 주어진 승리조건이다. 물론 그것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이 양비론(兩非論)은 씁쓸하다. 다만 역사가 일관되게 가르쳐주고 있는 사실은, 지난한 길이야말로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라는 것이다.

 

이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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