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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SG 경영, 회의론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논하다 본문

1면/기획 인터뷰

ESG 경영, 회의론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논하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10. 8. 18:12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주요 목표로 하는 ESG 경영은 2004UN 글로벌 콤팩트(UNGC)에서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했다. 이후 현시대의 수요를 충족하고 미래세대까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넘어 기업의 발전과 환경·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립되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금리상승, ESG 자산 전반에 대한 고평가 부담, ESG 평가 기준에 대한 회의론 등 일각에서는 ESG 경영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ESG 경영의 본질과 현황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톺아보고자 연세대학교 경영대학·ESG/기업윤리연구센터 센터장 이호영 교수를 만나 물었다.

 

 

연세대학교 이호영 교수

 

ESG 경영의 목표와 국제사회에서의 확산 배경

 

먼저 ESG 경영에서 강조되는 세 가지 요소는 구체적으로 무엇이며, 기업의 경영 체계로서 이러한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된 배경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쉽게 말씀드리면 ESG 경영의 기본 개념은 환경을 보호하고(E), 여러 사회 이슈에 따라 지역사회에 기여하며(S), 이러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지배체제를 확립하는 것(G)입니다.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근본적인 목적이라고 할 때, 그동안 신자유주의적 경제관에 따라 기업의 가치를 제고하는 방식은 주주들의 재산을 극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그 부작용들이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났고,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금융 기업들에서 장기 투자에 대한 의사결정에 반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사회적으로 많은 이목을 끌면서 점차 기업들이 ESG 경영을 하나의 경쟁 전략으로서 개념화하게 된 것입니다.

보다 경영학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자면, 기업의 절대적 가치는 과거 및 현재의 단기적인 재무 이익이 아니라 미래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할인한 것입니다. 예전에는 ESG와 같은 여러 비재무적 요소들은 기업 가치에 크게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ESG와 관련된 투자는 대부분 매몰비용으로 간주되어 기업자체의 미래 현금 흐름에 도움이 안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기업이 실제로 공동체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상당히 좁은 영역 안에서만 공유되던 정보였기 때문이죠. 그런데 점점 다양한 정보 채널을 통해 이러한 정보는 소비자들에게 빠르게 전달되었고, 가치 소비를 추구하는 새로운 세대들이 등장하면서 비재무적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소비 행태가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이에 더해 기후위기와 공급망 내의 인권 이슈들이 논란이 되면서 국제사회에서 ESG를 실제 경제적 거래의 조건으로 직접 반영하는 규제들이 등장하는 등 그 체계가 점점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비롯하여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이 결국 팬데믹으로 이어진다는 발견은 한 지역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얼마든지 전 세계로 퍼질 수 있다는 공동체 의식과 위기의식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경영환경의 변화가 ESG경영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 것입니다.”

 

ESG 경영에 대한 비판 논리와 그 한계

 

그동안 ESG 경영은 큰 환영을 받아왔지만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금리상승 등으로 ESG 경영의 실효성과 신뢰성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처럼 ESG 경영에 대한 비판의 주된 논점은 무엇이며 이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지 물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 록(Black Rock)이 올 상반기 연례주주총회에서 ESG 관련 주주제안 찬성률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인 24%로 줄어드는 등, 최근 ESG 경영의 실효성에 의문이 어느 정도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예상보다 경기 회복이 더뎌, ESG 관련된 금융 상품들이 그만큼 성과를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죠. 또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길어지면서 본래 ESG 경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 담배·무기 기업, 또는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들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힘입어 재무 실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기도 했습니다. 일부 금융 기업의 경영진은 임기를 연장하고 더 많은 성과보상을 받기 위해 당장 수익을 내야 하다 보니 장기적인 기업 가치보다는 단기적인 수익률에 더 무게를 두는 것처럼 보이는 거죠. 그런데 그 실상을 보면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것만큼 투자 경향이 돌아섰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블랙 록 역시 투자 대상에서 ESG 성과가 높은 기업을 50% 이상 배정하고 장기적으로 비중을 계속 높이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ESG가 기업 가치와 직결되기 시작한 이상, 이러한 회의적인 시각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ESG 평가 지수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가 종종 제기되기도 합니다. 얼마 전, 미국 주가지수인 S&P 500에서 석유 기업인 엑손 모빌은 ESG 글로벌 인덱스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한 데 비해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사가 그 대상으로 선정되지 못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죠. 사실 ESG에 관해서는 다양한 평가 기관들이 존재하고, 저마다의 구체적인 평가 지표가 있어 산업 분류를 어떻게 하는지, 평가 기준을 어느 수준에서 어떻게 가중치를 적용하는지 등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구체적인 평가 요소 자체를 살펴보면 기관마다 큰 차이는 없습니다. 앞선 S&P 500도 산업별로 상대평가를 한 뒤 시가 총액을 반영해 가중치를 적용하는 방식인데, 엑손 모빌은 워낙 시가 총액이 크기 때문에 그 위치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죠. 아직 ESG에 대한 평가 지표가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 우리는 새로운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개선 방향을 고민하는 과도기적 단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기업의 ESG 경영 특징과 중소기업의 과제

 

국제사회의 흐름과 함께 한국 정부와 기업들 역시 ESG 경영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대기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처럼 한국 정부와 기업의 ESG 경영 노력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이 당면한 과제는 무엇일까.

한국의 경우 산업화의 역사가 다른 나라와 다르고 재벌이라는 독특한 소유 구조가 있습니다. 국내 기업에서 지배주주들과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정보 비대칭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고, 그 탓에 한국 기업 주가가 비슷한 수준의 외국 기업 주가에 비해 낮게 책정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발생하기도 하죠. 여기서 파생되는 특징 중 첫째는 특히 지배구조 관련 제도들이 매우 정교하게 형성되었다는 점입니다. 지배구조에 관한 여러 회계제도나 개혁 법안들이 마련되었고, 외부 감사제도나 표준감사시간제도 등 해외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두 번째 특징으로는 ESG 경영 체계에서 중소기업들이 당면한 상황입니다. 환경성과를 높이고 지역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자원과 여력, 그리고 기관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작성하는 역량 역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부족할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법을 살펴보면, 환경과 인권에 대한 정보 공시를 요구하면서 3가지 스코프(scope)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스코프 1은 온실가스 직접 배출, 스코프 2는 에너지와 난방과 관련된 간접 배출, 스코프 3은 가치사슬 및 공급망에 속한 다양한 협력업체들이 발생시키는 온실가스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 제출된 애플사의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탄소 배출량 중 스코프 12를 합친 비중은 0.3%였고, 나머지 99.7%은 가치사슬 내 협력 중소기업들과 연결된 것이었죠. 따라서 머지않은 미래에 중소기업에게도 특히 환경(E) 및 사회(S)와 관련된 성과관리가 요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 한국 중소기업에서는 온실가스를 스코프 별로 정확하게 측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나 대한상공회의소, KOTRA 등에서 ESG 성과관리와 전략 개발을 위한 플랫폼이나 자문 등을 제공하는 등 중소기업의 ESG 경영을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ESG의 경영학적 이점과 전망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ESG 경영이 윤리적인 차원을 넘어 기업의 이윤과 성장에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이며, 향후 국제사회에서 ESG 경영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경영학에서 가치 판단의 제1원칙은 바로 효율성입니다. 과거에는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이 기업의 유일한 존립 목적이었기에, 폐기물이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등의 노력은 효율성의 관점에서 무시되었죠. 그런데 이러한 관점이 변화하게 된 것은 단순히 착한 기업이 되자는 차원에서가 아닙니다. 오히려 ESG 관련 노력이 기업의 장기적인 생존과 직결되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죠. 그 결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움직임은 민간 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니라 과거에 재무적 이윤을 극대화하고자 했던 자산운용사 연기금 등 금융 기업에서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인식이 생겨나면서 기업에서도 환경과 사회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고 윤리적이고 투명하며 주주 채권자 종업원 지역사회의 공동번영을 위한 효과적인 의사결정 체계를 갖추기 위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ESG 성과가 결국 기업의 매출과 연결되고 자본비용과 운영 효율성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 것입니다. 또 각종 관련 규제들이 등장하다 보니 기업의 ESG 경영 실태는 규제 비용을 염두에 두며 변화할 수밖에 없습니다. ESG 경영 지표를 관리하면서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고민하고 이를 적용하면서 ESG 경영은 기업이 추구하는 효율성의 원칙과도 더욱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게 될 것입니다.

결국, 이러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점차 경쟁력을 잃어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50년 동안 확산되었던 세계화의 움직임이 ESG라는 거대 담론과 접목되면서 이는 이상적인 논의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 질서를 바꾸는 하나의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최서윤 기자 jensyc@daum.net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