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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경찰국 신설과 '민주적 통제'의 불가능성 본문

1면/기획 인터뷰

경찰국 신설과 '민주적 통제'의 불가능성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9. 2. 14:06

경찰국 신설과 ‘민주적 통제’의 불가능성

 

 

지난 5월, 문재인 정권 막바지에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공포됐다. 2019년부터 더불어민주당의 최대 목표였던 검찰개혁이 일단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그리고 5월 13일, 정권 교체가 이뤄지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취임과 동시에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라는 지시와 함께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출범했고, 이는 이후 ‘경찰국 신설’이라는 의제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출범 초기부터 자문위원들이 親검찰계열로 구성되었다는 의혹이 있었고, 논의가 진행되면서 반대의견을 표명했던 울산중부경찰서장 류삼영 총경의 보직이 해임되는 등 국무회의에 통과된 현재까지도 경찰국 신설에 관련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경찰국을 둘러싼 논란의 쟁점과 경찰국의 정치적 함의는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보기 위해,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곽대경 교수를 만났다.

 

‘경찰국 신설’, 그 논란 속으로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 강화’의 기치 아래,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 내에 경찰국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이 경찰국 신설의 법적·제도적 근거가 부실하다는 점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데, 어떠한 이유에서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지 물었다. 

 

“경찰국 신설의 법적 근거 부족을 말하려면, 현재 경찰 제도가 정착된 배경을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우선 대한민국에서 치안 관련 업무는 국가경찰위원회의 지휘 감독을 받아 경찰청에서 독립적으로 행합니다. 정책에 대한 의결 심의를 국가경찰위원회에서 하고, 거기서 결정된 정책을 경찰이 실제 현장에서 시행하는 것이죠. 즉, 경찰이 치안 관련 업무를 행하는 주체인 것입니다. 이것이 1991년에 제정된 경찰법의 골자인 거죠.

주지하다시피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는 경찰이 내무부 산하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여러 사건들이 발생했죠. 1960년 3·15 부정선거라든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이라든지. 특히 이 선거에 관한 문제를 보면, 왜 경찰이 내무부로부터 분리되어야 하는지 더욱 명확해집니다. 행안부에서 담당하고 있는 업무 중 선거 관리에 대한 업무가 있습니다. 사실 정권을 잡고 있는 입장에서는 선거에 도움이 되는 조직이나 부서들을 활용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가 쉬운 것도 사실입니다. 그것이 실제 사건화 된 것이 3·15 부정선거이고요. 이렇게 권력의 목적에 따라 경찰력이 행사되면 인권 침해·훼손과 같은 비극적 상황이 초래됩니다. 경찰이 정권의 통제를 받게 되면 정치적 영향력을 결코 피해갈 수 없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이미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고 있습니다. 경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고 인권 탄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청은 현재와 같이 행안부의 외청으로 독립했습니다. 당시 여소야대 정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야 간 합의를 통해 경찰법 제정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이는 분명 당시 민주적인 목소리가 굉장히 뜨거웠던 시대적 상황을 인식한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경찰국 신설은 지금까지의 역사적 사정을 고려하지 못한 조치입니다. 경찰국 신설 및 경찰청장 지휘규칙 제정은 법률의 제·개정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입니다. 그런데 그토록 중요한 일을, 대통령령과 행정안전부령 등의 시행령으로만 행한 것은 명백히 우리나라의 법적 체계에 반하는 것입니다. 현행법에 따라서 국가경찰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안건으로 상정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완전히 무시해 버린 셈입니다. 경찰국 신설의 법적·제도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이를 위반하며, 급속하게 시행령 개정을 추진한 데에 있다고 봅니다.”

 

 

국가경찰위원회를 외면하는 경찰국 신설  

 

본래 행안부 소속인 경찰을 행안부의 차원에서 통제하고 견제하겠다는 것은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경찰국 신설을 ‘검수완박’의 반향이라고도 보고 있는 만큼, 이 일련의 논의가 담고 있는 여러 가지 함의를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이렇듯 일견 모순으로 보이는 이번 의제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물었다. 

 

“경찰국은 검수완박으로 인해 비대해진 경찰권의 통제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신설되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의 검찰국과 행안부의 경찰국을 대응시키는 것은 결이 완전 다른 이야기입니다. 우선 법무부의 업무 범위에는 검찰 사무의 업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외청이지만 검찰국에 소속된 검사들이 법무부의 주요 지위를 맡을 수도 있는 거죠. 현재는 오히려 법무부가 검찰에 장악되어 있는 식이지만요. 반면 행안부의 업무에는 치안에 관한 업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경찰의 독립성·중립성을 존중하고자 1991년부터 제외했고 그것을 경찰과 비경찰전문가들이 모두 참여하는 국가경찰위원회에 일임한 것이죠. 그러니 국가경찰위원회의 존재와 역할을 인식한다면, 일견 모순되어 보이는 정권의 행보는 사실 경찰을 다시 직접 통제하겠다는 명확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그렇게까지 경찰국 신설에 속도를 냈던 걸까요. 이 모든 일의 핵심을 파헤쳐보면 인사 문제가 드러납니다. 현재 국가경찰위원회는 7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과반수가 소위 이전 정권에 가까운 사람들입니다. 정부는 이들과의 의견 조율, 혹은 3년의 임기가 지난 뒤 인사이동을 통해 현재의 뜻을 추진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조차 기다리지 못하고 급속하게 경찰국을 신설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이는 ‘그립을 잡고 강하게 흔들겠다’, 즉 현 정권의 뜻대로 경찰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방증하듯, 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과 전국 경찰 서장들을 ‘쿠데타’로 규정하기 바빴죠. 소통을 통해 조직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 모인 그들의 선의를 왜곡하고, 불법 회의로 낙인찍어 대기 발령을 내리는 것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겠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번 경찰국 신설은 검수완박의 반향으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다분하지만, 그 안에는 정권 초기부터 경찰을 직접 통제하고 수사권을 장악하겠다는 현 정부의 의지가 강하게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적 통제’라는 모순

 

특정 기관의 권력 집중화를 막기 위해 또 다른 특권 기관을 설치하는 방식의 문제점은 멀게는 1950년대의 검찰 권력 강화에서부터 가까이는 최근 불거진 공수처 설치까지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지적되어 왔다. 이러한 한국의 ‘기관중심형 권력분배’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 물었다. 

 

“경찰국 신설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라고 한다면 역시 ‘민주적 통제’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민주적 통제’란, 행정부처에 의한 통제가 아닌 시민에 의한 통제를 말합니다. 예를 들어 시민이 수사에 의혹을 제기할 때, 법의학, 법률 등 각계각층의 비경찰 전문가들이 모여 진상조사를 하고 재수사를 요청하는 권한을 성문화하는 것입니다. 옴부즈맨 제도, 시민감시위원회, 또는 언론의 활용 등의 여러 방안이 있을 텐데요. 이처럼 시민이 직접 국가권력에 관여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경찰국 신설은 이러한 ‘민주적’ 통제 방안을 완전히 역행하는 조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행안부에 의한 경찰 통제가 사실은 모순이 아니라는 말씀을 드렸는데, 오히려 이 “민주적 통제”라는 말이야말로 진짜 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과거 검찰이나 공수처에 통제 권력을 몰아준 것과 같이, 민주적 방안에 대한 이해 없이 무작정 통제의 권력만을 일원화하고 강화하는 것은 기존의 기관중심형 권력분배의 문제점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지속되다 보니, 이제 특권의 분배라는 원래의 목표를 달성하기가 불가능한 지경에 달한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럴수록 우리 사회의 안전과 국민의 행복을 위한 경찰의 ‘민주적’ 발전 방안을 고려해야 합니다.” 

 

조속 강행 경찰국, 출범 이후의 행보

 

현 정권은 경찰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찰국 신설을 강행했다. 경찰국 신설이 실제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앞으로의 전망은 어떻게 될지 물었다. 

 

“검수완박으로 인해 경찰이 권한이 비대해졌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랫동안 운영된 형사사법체계가 급격히 변화하여 경찰들은 단순히 업무 부담과 인력 부족을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이에 겨우 적응을 해 나가는 와중에 경찰국 신설은 경찰들의 의욕과 사기를 꺾어버리는 일입니다. 자신의 직업에 대해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일했던 경찰들이 어느 순간 행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되는 처지로 전락해버리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저 역시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굉장히 자괴감을 느끼는 거죠. 정권 초기에 경찰국을 신설해서 조직 전체를 흔들어버릴 것이 아니라, 일선에서의 수사 현장을 어떻게 다시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고 봅니다. 

국민들의 공감대, 특히 경찰 조직 내부 구성원들의 동의를 전제하지 않은 정부의 정책은 생명력이 길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지 않고 오직 집권 세력의 권한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는 어떤 제도나 정책의 말로(末路)는 대개 동일합니다. 결국은 그 정권이 끝나고 나면 그렇게 만들어진 정책은 폐기되죠.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존속의 이유를 찾기가 어려우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 정책을 결정할 때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계층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입니다. 현장 경찰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검찰의 논리에만 익숙해져 있는 일원들로 채워진 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찰이 어떤 모습을 갖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에 대해 진심어린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장래는 그러한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 결정돼야 합니다.”

 

조수아 기자 sushua@korea.ac.kr

이영서 기자 youngseo51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