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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본교 퀀텀에너지연구소의 LK-99 개발, 상온 초전도체의 가능성과 과제를 남기다. 본문

2면/호원보도

본교 퀀텀에너지연구소의 LK-99 개발, 상온 초전도체의 가능성과 과제를 남기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9. 4. 14:44

지난 722일 아카이브(‘arXiv’)에 상온(常溫상압(常壓)의 조건에서 초전도체의 특성을 유지하는 물질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의 두 편의 논문원고가 올라왔다. 원저자 이석배 교수(본교 퀀텀에너지연구소)의 말에 따르면, 충분히 정리되기 전에 타의에 의해 서둘러 논문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인지 처음부터 데이터의 불완전성 등을 근거로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었으나, 곧 세계학계도 이 발표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지난 한 달간 한국은 초전도체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했다. 일각에서는 만약 연구팀의 주장대로 LK-99가 초전도체라면, 한국에서 인류의 기술적 진보의 신기원을 이룰 연구를 해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먼저 초전도체(superconductor)란 전기 저항이 0Ω이면서 임계온도(critical temperature) 이하에서 마이스너 효과(Meissner effect)에 따라 (완전)()자성의 성질을 띠는 물질을 가리킨다.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없으므로 에너지 효율이 극대화되는 장점이 있다. 현재도 초전도 현상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기존에는 극저온의 상태를 유지하거나 전문장비를 동원해 매우 높은 압력을 가해주어야 하는 등의 한정된 조건에서만 구현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산업에 접목하거나 상용화되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LK-99가 각광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LK-99는 평상시의 기온, 일반적인 압력 수준에서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물질이기 때문이다. 이석배 교수의 말대로 해당 논문에는 LK-99를 만드는 레시피가 제시되어 있어서 물질의 재현은 물론 곧 대량생산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의 연구소들이 상기 논문의 내용을 토대로 LK-99를 제조하여 그 성질을 검증한 결과 그 반응은 대체로 중립적이거나 부정적이었다. LK-99는 반()자성체가 아닌 강()자성체라거나 반자성체라고 하더라도 전기 저항이 0Ω이 아니므로 초전도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특히 막스 플랑크 고체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Solid State Research)의 한 연구팀은 LK-99를 제조과정에서 생겨난 황화구리 때문에 약간의 강자성 및 반자성을 띠게 된 절연체로 보고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해당 연구를 인용한 후로 LK-99를 둘러싼 관심은 점차 잦아들었다. 네이처는 한편으로 LK-99에 대한 추가 검증의 필요하다는 주장도 소개하기는 하였으나, 적어도 현 단계에서는 LK-99가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검증은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김현탁 교수가 제작한 LK-99 샘플 (2023년 7월 26일의 LK-99 시료 시연 및 해설 동영상) ⓒ김현탁 교수(LK-99 Sciencecast video)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LK-99의 잠재성 자체에 주목하거나 계속해서 관련 연구를 지켜볼 것을 주문하기도 한다. 초전도체를 연구한 김현탁 교수(미국 윌리엄&메리 대학)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LK-99가 초전도체인 것은 맞지만, 현재의 단계에서는 불완전하다고 밝혔다. 샘플이 보여주듯 현재의 상온초전도체는 완전히 부상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LK-99를 토대로 계속해서 초전도체에 대해 더욱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LK-99가 상온 초전도체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인지, 아니면 막다른 길에 다다라 또 다른 과제를 남긴 것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당분간 LK-99가 던진 화두는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천관우 기자 kw10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