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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학생사회, 전쟁의 정치적 소비 우려돼 본문

2면/호원보도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학생사회, 전쟁의 정치적 소비 우려돼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11. 7. 20:27

지난 7(현지 시간 기준) 유대교 안식일의 아침이 밝아올 무렵, 이스라엘에 공습경보가 울려 퍼졌다. 이날 이스라엘 쪽으로 수십 발의 로켓을 발사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Gaza Strip)의 무장정파 하마스(HAMAS)는 곧 오토바이와 모터보트, 행글라이더와 패러글라이더 등을 이용해 가자지구를 넘어 이스라엘 본토를 공격하였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도 끝나지 않았는데 지구의 또 다른 곳 중동에서 또 다른 전쟁이 촉발된 것이다.

이번 전쟁 발발 소식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역사적 분쟁은 다시금 세계의 문제로 부각되었다. 우선, 이스라엘이 자랑하던 방공체계 아이언돔(Iron Dome)이 뚫렸다는 점에서 세계에 일차적으로 충격을 주었다. 이스라엘의 압도적 군사력으로 인해 외면적으로나마 평화가 유지되고 있었는데, 그것이 일거에 무너진 것이다. 무엇보다 세계의 이목을 끌었고 곧이어 충격에 빠뜨렸던 것은 SNS를 통해 삽시간에 전세계로 전달된 하마스의 잔혹한 행위들 때문이었다. 하마스 대원이 인질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거나 학살하는 장면이 그대로 생중계되었던 것이다.

전쟁의 근황을 살펴보면 현재까지만 해도 양측의 사상 자가 도합 5000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병원을 비롯한 민간시설도 폭격의 대상이 되고 있다. 게다가, 집계되는 전쟁의 피해자 중 40%는 역사적 분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영아·어린이라고 밝혀져 더욱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본격적인 지상전을 예고하고 있고 하마스는 인질을 앞세우며 협상을 운운하고 있다. 한편, 블링컨(T. Blinken) 미국 국무장관과바이든(J. Biden)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하면서 본격적으로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현재 세계의 정상들은 인도주의적 해법을 모색하고 있고, 국내의 중동문제 전문가들은 수개월 내의 휴전을 전망하기도 하였다

이 전쟁을 바라보는 대학가의 시선은 어떨까. 학생사회는 대체로 이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경우, 어느 한쪽의 옳고 그름을 가리는 문제에 치중하고 있는 듯 보인다. 본교의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도 노동자 연대 학생그룹의 이름으로 대자보가 붙었다. 이 대자보는 이번 하마스의 공격이 이스라엘의 억압에 맞선 정당한 무장저항이라고 주장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한국 학생사회의 연대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야말로 인종차별-테러국가”, “식민 정착자 국가라고 주장하며 이와 함께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을 위선자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러한 학생사회의 일부 반응을 두고 전쟁의 참상에 주목하기보다, 마치 정당에 대해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듯한 양태를 보이는 것 같다는 지적이 있다. 지식인으로서 세계정세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으나 타국의 전쟁마저도 정치이념을 위해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특히 이번 전쟁에 대해서는 하마스가 보인 전쟁범죄 자체에 주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간 서방진영의 지원을 등에 업은 부강한 이스라엘에 대비할 때 팔레스타인인들은 마치 피해자처럼 인식되어 온 면이 있다. 그런데 이번 전쟁에서 하마스가 스스로 과시한 그들의 잔학한 행위로 인해 인식의 구도는 역전될 여지도 있어 보인다.

이번 전쟁이 지역적으로 세계적으로 어떤 정치적 결과를 가져올지, 또한 어떠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지 전망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추후에 전쟁의 승자와 패자, 가해자와 피해자가 극명하게 갈릴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현재 시점에서는 이스라엘이든, 하마스든 모두 상대를 절멸할 듯이 대립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전쟁의 피해자가 늘어만 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에 좀 더 주목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천관우 기자 kw104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