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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비정규 · 불안정 연구자의 생애주기별 생활여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자 공제회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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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 불안정 연구자의 생애주기별 생활여건에 대한 실태조사’와 ‘연구자 공제회법’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12. 5. 23:30

2면 호원보도

 

비정규 · 불안정 연구자의 생애주기별 생활여건에 대한 실태조사연구자 공제회법

 

지난 10월 독립연구자단체 사단법인 지식공유 연구자의집’(이하 연구자의집)은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 · 인문사회연구회의 지원을 받아 비정규 · 불안정 연구자의 생활여건에 대한 실태조사를 시행했다. 연구자의집은 대학 밖 학술단체에 대한 현황조사와 불안정 연구자를 위한 지원 및 연구안전망 구축 방안이라는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의 일환으로 비정규, 불안정 연구자의 생애주기에 따른 실질적 지원 사업을 모색하기 위한 조사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생애의 특정 사안들에 대한 기본적인 실태 파악을 목표로 진행되었던 조사가 어떻게 실질적 지원 사업을 마련하기 위한 예비단계가 될 수 있는지 묻기 위해, 연구자의집 소속 최은혜 연구자를 만났다. 아래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비율은 소수점 아래를 내림하였고, 조사설문지에는 복수 응답이 가능한 질문이 다소 포함되었음을 밝힌다.

 

Q : 이번 조사의 목표와 주된 대상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A : 이번 조사는 이전까지의 조사와는 다르게 소득, 주거, 의료, 육아, 금융, 노후와 같은 생활과 관련된 사안에 중점을 두려고 노력했습니다. 비정규·불안정 연구자들의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직접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이 실태조사가 도움이 되기를 바랐죠. 조사는 20231023일부터 27일까지 5일에 걸쳐 구글 온라인을 활용해 진행되었고 응답 인원은 총 397명이었습니다. 대략적인 성별 비율은 여자가 45% 남자가 54%입니다. 직위는 대학원생과 강사가 각각 30%, 42% 정도를 차지했고, 그 밖에는 한국연구재단 학술연구교수 소속 독립연구자, 대학부설연구소 소속 교수 연구자 등이 있었습니다. 연령대는 30대가 40%로 가장 많았고 40대는 28%, 50대가 20%를 차지했습니다. 50대와 60대에도 비정규, 불완전 연구자의 비율이 낮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죠. 설문자의 거주지는 서울이 30% 광주·전남이 25% 부산·경남 지역이 17%, 경기도가 16% 순입니다. 수도권과 지역의 차이에 따라 경제적 요건과 연구 환경이 달라지는 것도 중요한 문제인데요. 이번 조사의 내용은 그 영역을 다소 벗어나고 있어서 차후의 연구 주제로 남겨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Q : 조사는 어떠한 관점에서 진행되었으며, 주요 분석 결과에 대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이번 조사는 크게 세 가지 층위로 구성되었습니다. 첫째는 경제적인 문제로 소득, 부채, 주거, 노후 등과 관련된 문제입니다. 두 번째는 연구 환경의 문제로 연구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자료 이용을 어떠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입니다. 세 번째는 삶의 질과 관련된 문제로 결혼 및 양육 그리고 의료 및 정신건강과 관련된 사항으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편의상 세 가지로 나누긴 했지만, 각각을 동떨어진 것으로 파악하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경제적인 문제는 연구 환경 그리고 삶의 질과 관련된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죠.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경제적인 부분과 관련된 부채를 물었던 질문들인데요. 대출 경험이 없는 27%를 제외한 연구자들 대부분이 대출을 경험했고, 이 중 9천만 원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경우가 21%에 해당합니다. 또한, 1천만 원 미만의 부채가 있는 12%를 제외하면 대부분 1천만 원 이상의 부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인으로는 주거와 관련된 사례가 51%, 긴급 생활자금의 필요는 28%, 학자금 대출이 27%로 그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주거와 생활 비용을 마련함에 있어 대출 비중이 상당히 높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죠. 기타 주관식 답변을 통해 시간 강사는 대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불쾌함을 표현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대출 방법에 있어서는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는 경우가 56%로 가장 높았지만 제2금융권 18%, 3금융권 즉 대부업에 의존한 경우도 4%나 됐어요. 이번 실태조사에서 포착하지는 못했지만, 1금융권을 이용하더라도 연구자들의 불안정한 지위로 인해 대출의 상한선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도 생각해볼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경제적인 관점에서 부채와 함께 주된 문제로 볼 수 있는 것이 주거입니다. 주거의 형태는 자가가 35%로 가장 높았고 반전세와 월세를 합치면 43%가 됩니다. 이때 자가 소유자도 부담의 정도가 작지는 않았습니다. 월별 주거비 부담과 관련해서 총 63%의 연구자가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응답했기 때문이죠. 자가를 소유하고 있지만, 대출에 의지하고 있어 어려움이 발생한 것은 아닌가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해 이번 조사가 특별하게 물어본 것 중 하나가 노후인데요. 은퇴 후의 삶에 불안감을 느끼는지 묻는 항목에 83%에 육박하는 연구자들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노후 준비를 하고 있거나 되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이 과반수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불안정한 지위에 따른 낮은 소득을 선택한 경우가 7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기타 항목을 통해 일반적인 은퇴 나이까지 강의가 안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과 방학 중에는 거의 무보수에 가까운 낮은 소득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기타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삶의 질을 묻는 항목에서는 결혼과 양육 문제를 흥미롭게 살필 수 있는데요. 결혼 상태가 아닌 58%의 연구자 중에서 결혼을 매우 하고 싶다(3%)와 매우 하고 싶지 않다(15%)를 제외한 항목이 모두 비슷한 비율을 보입니다. 그런데 이들이 비혼을 선택하거나 결혼을 연기하고자 하는 이유가 경제적인 형편과 관련이 있는지 묻는 항목에서 44%가 그렇다고 응답합니다. 보통 비혼을 선택할 때 이념적인 선택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경제적 문제도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으로 정신건강도 살펴보겠습니다. 건강보험의 가입 형태는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직접 관련되어 있는데요. 특히 강사직만을 수행하는 비정규·불안정 연구자들은 건강보험을 제외한 3대 보험(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만을 보장받을 뿐이어서 직장 가입자가 아닌 지역가입자로서 더 많은 보험료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직장 가입자가 30%인 데 비해서 지역가입자가 50%에 달하고 있습니다. 생애주기별 주요 질병에 대비하기 위한 대책에서도 국민건강보험료 납부가 67%로 가장 높았으며 민간 의료보험에 의지하는 경우는 52%로 다음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안 하고 있거나 못하는 경우도 21%에 달했습니다. 의료비 부담 경험에 대해서도 과반수 이상인 57%가 부담을 느껴본 적이 있다고 밝혔고 미래의 질병 및 요양에 대한 준비를 묻는 문항에서는 적절히 되고 있지 않다는 의견이 대략 60%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는 불안정한 지위에 따른 낮은 소득 수준이 66%. 생계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이 53%를 차지합니다. 기타 주관식 의견으로 지금도 이미 건강하지 못해 미래를 걱정할 여유가 없다는 사례가 있었고, 당면한 생계와 학업 과정에 대비하느라 몇 년 후의 미래 자체를 한 번도 인식해본 적이 없다는 응답도 있었습니다.

 

Q : 이런 조사가 불안정 연구자를 위한 지원과 연구 안전망 구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구체적인 내용을 설명해 주신다면요?

A : 연구자 공제법을 마련할 수 있는 노력으로 조사를 확장하고자 합니다. 연구자들은 불안정한 미래를 대비하거나 긴급 생활비 대출을 받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지 않습니까. 따라서 공제회를 만들고 불안정한 삶을 대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은퇴 후 삶을 준비하기 위해 일정한 비용을 정기적으로 부담하여 서로를 도울 수 있는 상호 구조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 범박한 방향성입니다. 조사 항목 중에 비정규 연구자의 공제가 생긴다면 가입하실 의향을 물었는데 35%가 매우 그렇다, 39%가 그렇다고 응답해 주셨습니다. 설문 조사 자체는 연구자가 삶을 꾸려가는데 어떠한 구체적인 어려움을 갖는지 살펴보기 위함이었지만, 연구자들이 공제회법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제회법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그 세부사항을 채우는 것은 지금부터 시작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폭넓은 조사를 통해 논의의 장을 만들고, 그 논의를 바탕으로 제도를 마련하는 실천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인터뷰·정리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