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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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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호원보도

본교 무전공학부 신설 계획으로 증폭되는 ‘전공 쏠림’ 우려

Jen25 2024. 4. 4. 13:07

 

본교 무전공학부 신설 계획으로 증폭되는 전공 쏠림우려

 

지난 3월 본교는 2025학년도부터 자유전공 학부대학을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교양대학이라는 가칭이 붙기도 한 자유전공 학부대학은 무전공으로 입학해 그 이듬해 전공을 확정하는 제도이다. 이는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25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적용될 예정이며, 현재 각각의 단과대학이 신설 학부에서 선발할 인원수를 조정하고 있다. 경영대학에서는 80명을 할당하기로 했으며, 공과대학 등 다른 단과대의 인원을 합하면 총 270명 정도의 정원으로 모집될 전망이다.

이미 본교에는 2009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이 설립되면서 법과대학 학부를 개편하여 법학 위주의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자유전공학부를 운영해오고 있다. 정원 95명의 이 학부는 2025학년도 신설될 예정인 자유전공 학부대학과는 별개로 운영될 예정이다.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성균관대 등 주요 대학도 자유전공제를 도입하거나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대는 입학정원이 123명인 자유전공학부를 기존부터 운영하고 있었지만, 내년에 출범할 예정인 학부대학으로 자유전공학부를 옮긴 뒤 신입생 정원을 400명 안팎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양대는 한양인터칼리지라는 이름의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 학부는 문·이과 구분 없이 신입생을 선발하고, 정원 내 250명 외에도 정원 외 외국인을 80명 더 선발해, 330명의 신입생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전공학부 또는 무전공학부에 관한 계획이 등장하게 된 배경은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방침에서 찾을 수 있다. 교육부는 대학에서 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고 학생들의 전공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수도권 대학과 국립대를 대상으로 입학정원 중 일정 비율을 무전공 입학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2025학년도부터 신입생을 자유전공 상태로 선발하기로 한 대학에 지원금 등의 인센티브를 약속했지만, 반발이 일자 무전공 입학 비율을 의무화하지는 않은 상태이다.

그러나 오히려 자유전공학부 설치 이후 특정 전공에 선택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한 바 있어, 이러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EBS 뉴스 취재진이 자유전공학부를 유지해온 본교와 경희대, 서울대를 대상으로 3년 치 전공 선택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본교에서는 경영학과, 컴퓨터학과, 경제학과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서울대와 경희대에서는 비인기학과가 소외된 현상이 뚜렷해, 서울대 불문과, 동양사학과를 비롯한 22개 학과 및 경희대 국문과, 영문과를 포함한 10개 학과가 단 한 명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2013년 자유전공학부에서 첫 졸업생을 배출했을 때에는 대학가는 이 제도가 인기 학과로 진학하기 위한 통로일 뿐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비판이 거셌던 상황에도 본교를 비롯한 일부 대학은 자유전공학부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처럼 자유전공학부의 전공 선택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취업률이 우선시되는 사회적 환경이나, 제도의 취지를 왜곡하는 학부의 규정, 정보 및 지도과정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자유전공학부 안에서도 성적을 기준으로 전공을 선택함에 따른 제약이 생기거나, 전공 선택에 관한 정보가 부재해 다수의 선택에 휩쓸려가듯 따르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다.

한편, 자유전공학부의 설치로 인해 특정 분야에 인재가 쏠리게 되면 사회 전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 127일 전국인문대학장단은 서울대에서 무전공 입학 확대 방침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는데, 이 방침이 전공 쏠림을 가속화하고 교육환경을 열악하게 만들 뿐 아니라, 학문 생태계와 기초 학문체계를 붕괴시킨다는 것이다. 서울대 인문대학장 강창우 역시 한국의 대학 교육과정에서 의대, 치대, 약대, 경영대, 법대가 전문 대학원이 아니라 학부 단위로 학생을 모집하는 실정을 짚으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무전공 입학이라는 제도가 혼합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자유전공학부의 설치가 곧바로 자유로운 진로 탐색으로 직결되지 않기에, 이후 구체적인 방향 설정과 제도적 마련을 위한 고찰이 필요해 보인다.

 

김수연 기자 shdltbqk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