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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디즈니사 창사 100주년을 기념(?)하며 - 정치적 올바름의 유행과 거대자본의 목적 본문
천관우 기자
2016년 즈음부터 한국에서도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이 화두였다. 사실 이 개념이 호명된 것이 이때가 처음은 아니다. 오늘날 ‘PC’로 고유명사화된 이 가치는 특히 서구권에서는 이미 ‘68운동’ 이후 점차 자리 잡았던 것이다. 다만 2010년대 들어 그 양상이 기존과 달라진 점이라면, 이 ‘정치적 올바름’에 거대 미디어가 편승하였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회사가 바로 올해로 창사 백 주년을 맞는 디즈니사였다. 원래 당찬 여성이 왕자님한테 구원받는 뻔하디뻔한 이야기를 ‘찍어내던’ 회사가 아닌가. 그랬던 디즈니가 언젠가부터 <겨울왕국>(2013)의 엘사와 같은 여성 주인공을 온전히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어서 <주토피아>(2016)는 더 나아가 직업에 있어서의 성차별 및 약자에 대한 강자의 억압뿐만 아니라, 다수의 ‘약자’에 의해서 자행될 수 있는 (역)차별까지도 훌륭하게 다루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영화에서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메시지가 앞서 강조되고 영화 본연의 완성도는 뒷전이 되기 시작하였다. 역시 디즈니에서 만든 스타워즈 제8편 <라스트 제다이>(2017)에 대한, 영화로서의 완성도를 기준으로 이루어진 비평에 대해 디즈니의 제작진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입각한 고압적 태도로 일관했다. ‘PC’에 대한 불만과 피로감이 가중되어가던 중 디즈니는 올해 <인어공주>(2023)의 개봉 이후 전세계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되었고, 결국 디즈니의 최고다양성책임자(CDO: chief diversity officer)가 사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리고 100주년을 맞은 디즈니는 이제 ‘PC’의 가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한다.
이렇듯 정치적 올바름의 전지구적 유행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디즈니가 돈이 되지 않으니 이제는 손쉽게 ‘PC’ 코드를 버리려 한다. 돌아보건대, 디즈니라는 거대자본은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기 위해 ‘PC’의 유행에 편승했던 것은 아닌가? 그동안 디즈니의 제작자들이 영화와 SNS 등에서 과시하듯 드러내던 ‘정치적 올바름’이 얼마나 진정성 있던 것인지 의문이다.
‘정치적 올바름’이 갖는 본래 가치는 다양한 양상의 소수자에 대한 인간적 존중이지, 편협한 ‘도덕’을 앞세운 가치의 일방적 강요가 아니다. 또한, 그러한 가치에 공감한다면, 더더욱 바뀌어야 하는 것은 영화 속 허구가 아니라 현실이어야 할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의 가치를 담은 (‘듯한’) 미디어를 소비하는 동안, 정작 현실에서 소위 ‘정치적 올바름’의 가치가 얼마나 관철되었던가? 디즈니도 더 이상 돈이 되지 않는 ‘PC’ 일변도의 노선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때, 정말로 ‘정치적 올바름’에 공감한다면, 이젠 다시 현실을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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