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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신은 성서의 문자 안에 갇혀 있지 않다 -신은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의 반대편에 계신다- 본문
자캐오, 성공회 용산나눔의집(길찾는교회) 원장 사제
나는 2014년 신촌에서 열린 ‘제15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성공회 사제로 다른 두 명의 개신교 목회자와 함께 꽃잎을 뿌리며 퍼레이드 축복식을 진행했다. 그때 그곳에서 충격적인 장면을 접하고 성소수자 길벗들과 더불어 깊은 슬픔과 분노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 축복식을 계기로 성소수자 인권 운동에 공개적인 연대를 시작한 후 여러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접한 장면. 그것은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 행사나 활동을 훼방하며 왜곡과 저주를 쏟아내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집회였다.
그들은 왜 엄연히 존재하며 한국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성소수자들에 대해 극단적인 왜곡과 저주를 쏟아낼까? 그들은 왜 성소수자를 ‘악마화’하고 제거하거나 교정해야할 ‘대상’으로 낙인찍고,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반복해서 사용할까? 그들은 왜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라는 성서에 없는 얘기까지 지어내, 성서의 가르침이라고 우기며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고 공격할까?
앞서 다양한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물리적·언어적 폭력을 사용해 성소수자의 존재를 부정하거나 공격하는 이들은, 주로 개신교 근본주의자나 보수 복음주의적 기독교인으로 분류할 수 있는 종교인들이다. 그들은 한국 사회의 그리스도교, 그 중에서도 보수 개신교의 주류다. 지면 관계상 그들에 대한 입체적인 분석을 제시하는 건 어려우니, 여기서는 그들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성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읽느냐’는 문제가 그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볼까 한다.
성공회 성서신학자인 마커스 J. 보그의 『성서 제대로 읽기』(동연, 2019)에 따르면, 오늘날 다양한 개신교 그룹은 ‘성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읽느냐’에 따라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개신교 근본주의자들과 보수 복음주의적 그리스도인들이고, 또 하나는 에큐메니컬 성향의 그리스도인들이다. 이들은 각 문화권과 나라마다 그 비율이 다른데, 앞서 밝힌 것처럼 대부분의 한국 개신교회는 근본주의적 그룹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큰 편이다.
교회사를 가르치며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대장간, 2019)를 쓴 배덕만 교수에 따르면,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는 “성서영감론 및 성서무오설을 근거로 성서비평학에 비판적 태도를 유지하고, 세대주의적 전천년설에 기초한 묵시적 종말론을 여전히 신봉하는 현실”이라고 한다. 또한 이들은 엄격한 윤리적 이상을 강조했던 청교도를 숭상하는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영향을 받아, “음주와 흡연에 대한 배타적 거부감, 성과 결혼에 대한 보수적 규범, 동성애에 대한 혐오감, 여성에 대한 차별의식 등을 강조”하는 윤리적 특징을 보인다.
앞서 언급한 마커스 보그에 따르면, 이들은 성서를 ‘신적인 산물’(divine product)로 이해하고 읽는다. 이들은 성서의 기원이 신성한 신에게 있기 때문에 성서도 신성하다고 믿는다. 그 결과, 이들의 현실 세계에서 성서의 권위는 ‘군주적 모델’(monarchical model)로 작동하는데, 마치 고대의 군주처럼 “성서는 우리 위에 군림하고, 우리에게 무엇을 믿고 무엇을 해야 할 지를 말해” 준다고 이해한다.
그 때문에 이들은 ‘신성한 성서’에 기록된 고대 이스라엘의 율법이나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가르침이 곧 ‘신의 율법이자 가르침’이라고 이해한다. 그리고 그런 율법과 가르침 가운데 성소수자에 대한 매우 부정적인 견해가 있으니, 이를 무시하는 건 신의 가르침에 대한 거절이자 왜곡이며 불경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이렇게 성서를 이해하고 읽으면, 신을 성서라는 책 안에 가둬버리는 잘못을 범하기 쉽다. 신이 고대의 군주처럼 우리네 일상과 세계에서 군림한다고 믿는 이들은 자주 성서의 문자 안에 갇혀 세계와 관계를 이해하는 우를 범한다. 성서가 기록되고 편집된 ‘고대’라는 시대·사회적 맥락과 한계를 인정하지 않기에, 사회의 동등한 일원이자 각자의 개성과 서사를 갖고 사는 성소수자를 ‘고대의 규범대로’ 이해하고 규정하는 큰 잘못을 저지른다.
하지만 이처럼 성서를 이해하고 읽는 방식은 세계 그리스도교와 개신교 그룹에서 주류가 아니다. 그보다는 ‘성서는 고대의 두 공동체들이 실재적으로 체험한 신에 대한 반응을 모은 결과물’로 이해하고 읽는 방식이 더 자주 사용된다. 이때 두 공동체는 고대 이스라엘과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로, 그들이 갖고 있던 시대·사회적 맥락과 한계 가운데 기록되고 편집된 ‘인간의 산물’(human product)이 성서라고 이해한다. 그렇기에 이런 방식으로 성서를 읽고 이해하는 이들은 성서를 비평적으로 보고, 이들에게 성서는 ‘대화적 모델’(dialogical model)로 작동한다.
이렇게 성서를 이해하고 읽는 이들은 왜곡된 성서 해석과 신학에 근거해 온갖 혐오와 차별, 배제를 합리화하는 이들과 맞서 싸우게 된다. 그리스도교가 고백하고 믿고 따르는 신은 책 속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 신은 바로 당신과 나, 우리의 ‘환대와 연대, 사랑의 실천’ 가운데 계신다.
어느 날 예수님은 그분을 따르는 이들에게 하나님의 꿈을 들려주셨습니다.
하나님의 모든 자녀가 사랑을 받고 돌봄을 입으며 누구도 따돌림 당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꿈이었지요.
[중략] 가난한 이를 먹이는 여러분은 복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손길입니다.
슬픈 이를 위로하는 여러분은 복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품입니다.
평화를 위해 일하는 여러분은 복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목소리입니다.
사랑과 친절을 베푸는 여러분은 복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 데스몬드 투투 지음, 『하나님의 아이들 이야기 성경』, 박총·박해민 옮김(옐로브릭, 2015), 7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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