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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며, 계획을 다시 만들자-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으로 감염병 컨트롤타워 구축하고, 공공병원 확충해야 본문

3면/쟁점 기고

코로나19 사태를 돌아보며, 계획을 다시 만들자-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등으로 감염병 컨트롤타워 구축하고, 공공병원 확충해야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5. 12. 22:49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홍보부장 지산하

 

  코로나19는 우리나라의 부실한 방역체계와 공공의료 부족을 그대로 드러냈다. 발빠른 검역 등을 두고 여러 외신에서 한국의 방역대책을 주목하고 찬사를 보냈다. 분명 메르스 때와는 달랐다. 메르스 사태가 준 교훈과 투명하고 빠른 정보공개, 높은 시민의식, 그리고 보건의료노동자의 헌신이 합쳐진 결과다.

 

  방역 부분이 모범적이었다지만 우리 의료체계의 한계는 뚜렷했다. 빠르고 광범위한 검사로 많은 확진자를 찾아냈다. 하지만 그들을 어떻게 분류하고 치료할지에 대한 체계가 없었다. 대구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도 입원하지 못해 자택 대기 중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무증상 환자, 경증 환자, 중증 환자를 어떻게 분류해 어디에 입원시키고 어떻게 치료할지 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지 않아 발생한 참사였다. 각급 병원이나 생활센터로 이송되는 체계도 확산이 한참 벌어진 뒤에야 만들어졌다. 중국에서 코로나19가 최초로 발생하고 우리나라에 전면 확산되기까지 일정정도 시간이 있었음에도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핵심은 컨트롤타워의 부재에 있다. 전문성을 가지고 진두지휘할 곳이 없다보니 우왕좌왕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대응체계 전반을 재정비해야 한다. 전문가 집단인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것은 이미 정부 차원의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이와 조응하는 대응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 보건소의 일부 기능과 보건연구원, 역학조사팀을 통합해 지역별 질병관리본부()를 만들어야 한다. 일상에서는 결핵관리 등 그간 손놓고 있던질병관리업무를, 그리고 감염병 사태에는 방역체계의 최일선에서 역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승격된) 질병관리청은 감염병의 역학적 특성 등을 바탕으로 한 컨트롤타워로서의 기능을 보다 강화하고, 역학조사 등 섬세한 방역대책은 질병관리청 관리 아래 지방정부별 질병관리본부()의 몫으로 둘 필요가 있다.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립·지정할 수 있는 법률이 통과됐다. 하지만 중앙 국가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국립중앙의료원을, 지역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광주 조선대학교병원을 지정만 했다. 제대로 된 지원도, 역할 부여도 없었다. 중앙·지역 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제대로 설립·지원하고, 질병관리청과 지역 질병관리본부와 조응해 감염병 대응 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 분류부터 이송, 치료까지 책임지고 관할하며, “마스크 대란과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마스크와 방호복을 비롯한 방호구도 미리 비축하고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안심병원선별진료소등 새로운 체계가 급하게 생겼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신종 감염병 전파 상황시 각급 병원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시험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한편, 지난 7일 광주광역시가 250병상 규모 감염병 전담병원 광주의료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광주의료원 설립 후 광주광역시는 현재 전남대병원에 위탁 운영하고 있는 공공보건의료지원단과 조선대병원의 감염병 대응조직인 감염병관리지원단을 통합해 공공의료 통합체계를 운영할 예정이다. 이는 전국 최초로 공공의료 통합 지원체계 구축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의료원이 모범적인 선례로 자리잡고 각 지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코로나19 사태에 공공병원의 역할이 두드러졌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지방의료원, 적십자병원 등 40개가 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이 병원들은 기존 입원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이송시키거나 퇴원시켰다. 민간병원에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다. 이들은 지역 내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물론, 타 지역에서 감당할 수 없어 이송된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 공공병원이 서 있었다.

 

  우리나라는 1인당 병상 수가 OECD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준이지만, 반대로 공공의료 비율은 OECD 최하위다. 병상 수 기준으로 공공의료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감염병 대응에 있어 공공의료는 늘 최전선에서 역할한다. 10%에 불과한 공공의료 비율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난해 정부는 전국을 70개 중진료권으로 나누고, 중진료권별 책임의료기관을 지정·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책임의료기관 지정 시 지방의료원 등 공공병원을 우선적으로 지정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필수의료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현대화하고, 수준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 진료권에 적절한 공공병원이 없을 경우 이를 충족시킬 공공병원을 신축해야 한다. 확충된 공공병원은 평시엔 지역 필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감염병 재난 시엔 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한 자리 수까지 줄었다. 하지만 무증상기에 가장 전파력이 강하며, “얇고 길게 오래가는바이러스의 특성 상 절대로 경계를 늦출 수는 없다. 코로나19가 용케 극복된다 하더라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와 같이 신종 감염병은 주기적으로 창궐한다. 체계 재정비와 공공병원에 대한 투자는 미래 손실을 막기 위한 일이고, 동시에 기회비용을 만드는 작업이다. 다음 감염병 사태에 직면했을 때 우리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라고 우리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