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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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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사설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물음, 국가란 무엇인가?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5. 4. 17:05

- 대학원신문 사설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 물음, 국가란 무엇인가?

  지난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 6주기였다.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다. 6년 전 그날 본교 국제관 카페테리아에서 다소 이른 점심을 먹으며 TV로 뉴스를 시청하던 중 처음 세월호를 보았다. 세월호 침몰현장은 전국에 생중계로 전달되고 있었으며, 뉴스 앵커들은 전원 구조 소식을 전했다. 다행이네, 란 짧고 무관심한 감상이후 연구실로 돌아갔으나, 1시 이후 전해진 소식은 너무나도 큰 충격과 슬픔을 주었다. 며칠을 뜬눈으로 세월호 침몰현장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를 패닉에 빠뜨린 것은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과연 우리는 보호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였다. 만약 저들이 아니라 내가 저곳에 있었더라면, 나는 생존할 수 있었을까? 이게 나라인가? 


  올해 1월 말부터 시작해 2월 중순을 기점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 역시 국가적 재난이라 할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다. 사실 1월 말만 해도 정부가 잘 대처하고 있으며 큰 사단 없이 지나갈 것으로 보였지만, 2월 중순 이후 이전까지의 코로나19 사태 인식이 빙산의 일각 수준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정부 대응과 방역 체계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고 코로나19 사태 속에 한국사회는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정부는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꾸준히 대처해나갔으며 시민사회 역시 정부의 방역 지휘에 적극 협조하면서, 두 달이 지난 지금 한국의 코로나19 사태는 진정되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작동하는 국가 시스템의 존재를 일면 엿볼 수 있었다.


  최근 뉴스들은 코로나19 이후를 준비하는 한국과 대조되는 해외 소식들을 전하기 바쁘다. 그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한국사회를 비웃던 선진국들이 오히려 더 처참하게 무너지고 있는 한심한 모습들을 전달하고 싶은 듯 보인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패퇴 중인 서구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감히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을 것이다. 저게 나라냐고. 그런데 여기에는 굉장히 중요한 역설이 숨어 있는데, 북유럽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구 선진국들은 큰 정부보다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국가의 힘을 오히려 제약하는 신자유주의가 우세한 흐름 속에 있다는 점이다. 최근 상황을 진단하는 논자들 사이에서 결국 심각한 사회적인 위기를 타개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인 국가의 중요성이 언급되는 것 역시 이러한 맥락 위에 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는 종종 국가의 존재를 쉽게 망각한다. 어쩌면 국가보다는 시민사회, 또는 자본의 위력을 더 실감하면서 일상을 살아간다. 국경을 넘어선 교류, 긴밀하게 연결된 세계 경제의 복합성은 국가의 무게감을 약화시켰고 운동 진영에선 국가를 우회하는 전망을 모색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가적 재난 사태는 결국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 권력주체인 국가의 존재를 우리 눈앞에 노출시킨다. 만약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6년 전과 다르게 느껴졌다면, 아마도 그것은 개인과 사회를 넘어서서 작동하는 국가의 존재에 대한 체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다시 돌아온 5월, 전 세계가 치르고 있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우리에게 철 지난 것처럼 느꼈던 오래된 질문을 다시 던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국가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