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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더 ‘시끄러운’ 퀴어문화축제를 기대하며 본문
더 ‘시끄러운’ 퀴어문화축제를 기대하며
작년 이맘때쯤 홍준표 시장과 대구시가 공무원들을 동원하여 퀴어문화축제를 방해했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처음 들었던 감정은 분노보다도 혼란이었던 것 같다. 공권력이 적법한 절차 없이 사실상 임의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여 퀴어문화축제를 무산시키려고 했다는 게 과연 21세기 현실에서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대구지방법원이 홍 시장과 대구시가 도로법 등을 과도하게 해석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의 대표로서 홍 시장이 본인의 SNS에 퀴어문화축제를 폄하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속 시원한’ 판결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많은 판결인 것은 분명하다.
그 역사가 벌써 20년도 넘은 퀴어문화축제지만, 매년 쉽게 개최되는 법이 없다. 곳곳에서 열리는 퀴어문화축제 반대 집회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다양한 성적 지향성을 부정할 뿐 아니라, 성 소수자가 ‘감히’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축제씩이나’ 벌여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하는 것이 대중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대중들에게 혐오감을 조성한다는 이유에서다. 혐오를 하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혐오감을 조성하는 사람이 문제라니, 이 얼마나 기발한 역발상인가. 이들은 또 퀴어문화축제를 공공연하게 개최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자아 형성에 있어 혼란을 줄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고 한다. 누군가의 정체성을 표현하고 정당한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혼란을 줄 수 있는 일이라면, 이는 느껴 마땅한 혼란일 것이다.
올해도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서울시로부터 네 번의 장소사용을 불허당했다고 한다. 서울광장 외에도 서울시민청 등 4개 부서가 서울퀴어문화축제 행사가 사회적 갈등을 초래하거나 첨예한 갈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대관을 거절한 것이다. 논란거리가 된다면 누군가의 정당한 목소리와 존재에 대해 눈을 감아도 된다는 태도가, 공권력이 나서서 존중해야 할 가치와 지키지 않아도 될 가치를 취사 선택하는 태도가 과연 청소년들의 정체성 확립에 무슨 도움이 되는 걸까.
혹자는 ‘논란거리’가 될 수 있는 퀴어문화축제가 조용히 넘어가기를 바랄 수도 있겠지만, 논란을 무조건 피하는 게 답은 아니다. 논란이 있어야 논의가 가능해지고, 논의가 진행되어야 근본적인 이해와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상징적인 장소의 대관을 불허하며 퀴어문화축제를 둘러싼 논란을 피하기보다는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움직임, 그리고 그 반대의 움직임 사이에서 진정한 자유와 평등에 대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것이 공권력이 수행해야 할 역할이 아니었을까. 성 소수자의 달을 맞이한 이번 6월, 퀴어문화축제가 더 크게, 더 시끄럽게, 그리고 더 의미 있게 개최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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