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시대의어둠을넘어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코로나19 #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한상원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BK21 #4차BK21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n번방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쿰벵 #총선
- 항구의사랑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보건의료
- 죽음을넘어
- 선우은실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쿰벵
- Today
- Total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갈등 문화’를 넘어 ‘평화 문화’에 도달하기 위하여 본문
‘갈등 문화’를 넘어 ‘평화 문화’에 도달하기 위하여
정치심리학자 다니엘 바탈(Daniel Bar-Tal)은 책 『고착된 갈등: 사회-심리학적 기반과 역학관계(Intractable Conflicts: Socio-Psychological Foundations and Dynamics』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의 갈등이 ‘고착된’ 경위를 이스라엘 유대 사회 내의 사회-심리학적 내러티브에서 찾는다. 폴란드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이스라엘에 이주한 유대인 학자가 자국의 가자지구 관련 행보를 두고 ‘아파르트헤이트’라며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 책은, ‘왜 이스라엘 지도부가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가’가 아니라, ‘왜 이스라엘 사회가 폭력을 계속해서 용인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는 중동 지역의 갈등을 그저 문화적·종교적 특수성에 기인한 시한폭탄으로만 인식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아랍) 갈등에 대해 여전히 배경과 경과 분석에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탈에 따르면 이스라엘 사회에는 장기적이고 폭력적인 갈등, 강한 적대감, 그리고 ‘제로섬 인식’으로 설명되는 ‘갈등 문화’가 깊이 자리 잡았는데, 이를 통해 아랍인들은 ‘적대적 타자’로 설정된다. 이러한 ‘갈등 문화’는 유대인들이 공유하는 역사적 트라우마와 상대를 실존적 위협으로 보는 정체성, 그리고 특히 최근 권위주의 정권으로 인해 더욱 강화되었다는 것이다. 바탈은 이로 인해 이스라엘인들이 팔레스타인에 저질렀던 만행을 폭력이라고 인지조차 못하게 되었으며, 평화적 해결의 기회가 생길 때조차 이스라엘 사회는 자유로운 담론을 저해하고 오히려 적대감을 강화하는 심리적 장벽을 형성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러한 양상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터키-쿠르드 갈등,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 르완다, 그리고 심지어 남북관계에서도 ‘우리’에게 적대적인 ‘그들’을 설정하고, 상대를 비합법적인 존재로 규정하며 폭력을 정당화하는 패턴은 번번이 반복된다. 민족은 ‘상상된 공동체’라고 했던가. 그렇다면 ‘갈등 문화’는 자민족의 우월성, 그리고 자국의 안위를 위협하는 위기를 ‘상상하게 만드는’ 내러티브일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바탈은 갈등 내러티브가 변화한다면 갈등 자체의 양상도 변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회 대다수가 갈등이 인간의 발전과 번영에 해롭다는 것을 깨닫고 ‘갈등 문화’, 그리고 이를 지탱하고 확산하는 갈등 내러티브를 바꾼다면 평화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혹자는 최근 중동 상황을 보며 이를 그저 낙관적인 생각이라며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가자지구 휴전과 하마스 인질 석방 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예비회담이 열린 날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민간인 대피 시설에 공습을 전개했고, 또 불과 하루 뒤 이스라엘 국회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자국 내 활동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니 말이다.
향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아랍) 갈등이 어떻게 해결될지, 또 언제쯤 해결될지는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갈등이 지속될수록 책임 소지는 더더욱 모호해지며, 피해자는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중동 지역의 상황이 위태로워보이는 지금, 부디 ‘갈등 문화’가 저물고 ‘평화 문화’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자리 잡기를, 누군가의 야욕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될 군인과 민간인들이 마침내 안정과 평화에 도달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7면 > 사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역사를 잊은 윤석열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자격이 없다 (4) | 2024.12.06 |
---|---|
‘만약’을 위해 누군가를 외면한다면 (1) | 2024.10.16 |
변하지 않은 것들, 변해야만 하는 것들 (2) | 2024.09.10 |
더 ‘시끄러운’ 퀴어문화축제를 기대하며 (1) | 2024.06.13 |
20140416 (1) | 2024.0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