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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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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김위정
코로나바이러스의 긴 시간을 거쳐 조금씩 일상이 보이는 요즘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실시되었던 기간 동안에는 오후 아홉 시가 되면 음식점조차 문을 닫기도 하였다. 그 긴 시간 동안 버텨온 많은 사람들은 희망을 가질 자격이 있다. 가령 1면 현장 스케치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시간에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계속 희망을 만들어내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마을학교 활동가들은 접촉 수업이 어려워져버린 환경에서도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연구하며 마을학교를 지켜왔다. 이제 접촉 수업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어려운 시간 동안 마을학교를 지켜 온 활동가들은 교육 격차의 해소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자격이 있다.
반면에 돌아볼 때 반성하지 않을 수 없는 지점도 있었다. 3면에서는 이른바 의료파업으로 불리는 사태에 대하여 기존 의사단체의 시각과는 다른 시각을 제공한다(순전히 의사 직역이 주축이 된 이 사태에서 의료파업이라는 단어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의대생들의 수업·시험거부는 개념상 파업으로도 볼 수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아이러니컬하게도 의사 파업 사태는 우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의료사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여 소속 근로자의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제한하고 있는 이유를 보여주었다. 비록 다수의 보도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의사 파업으로 인한 의료 인력의 부족으로 긴급한 치료를 받지 못하여 가족을 잃고 만 사람들의 호소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인류에 봉사하는 데 내 일생을 바칠 것을 엄숙히 맹세”하였음은 물론, 의료법에서도 “국민보건 향상을 이루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 확보에 이바지할 사명”이 있다고 정하고 있는 의사들의 의료행위에 높은 공공성이 없다 볼 수 있을까.
두 예시의 차이는 다른 사람이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의식과 다른 사람의 고통을 생각하고 이를 포용하려고 하는 자세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마을학교 활동가들은 예산의 부족과 비접촉 수업이라는 여러 난관에 봉착했음에도 마을학교의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았고, 새로운 방법을 강구하며 마을학교 공동체의 유지라는 근본적인 원칙을 고수하였다.
다른 사례도 있다. 6면에서는 광주 민중항쟁 40주년 기념 학술대회에 관한 기사를 싣고 있다. 광주 민중항쟁에서 시민들은 스스로 치안을 유지하고 병자를 보호하였다. 절대공동체론에 의거하든, 기자처럼 절대공동체론에 기대지 않든 오월 광주의 원동력 중 하나는 인간애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미 우리에게는 시민들이, 군사정권의 압제라는 거대한 걸림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이 같은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의식과 인간애를 통해 서로를 도운 역사가 존재한다.
5면의 저자와의 대화에서 저자는 역사에 드러나지 않을 뿐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했던 사람들을 조명한다. 저자의 인식을 통해 기록으로 남은 사실은 중요한 순서대로 기록된 것이 아니며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중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로서는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이 묵묵히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기여한 바를 평가할 수 없다.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는 지나간 과거를 다루므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특성이 있겠으나, 현대에서도 공동체의 파편화와 업무의 전문화에 따라 서로의 영역을 알기 어려워지면서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속출한다. 1면의 마을학교 활동가도, 3면의 기고문에서 그 존재를 알리는 PA간호사도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PA간호사는 의료현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함에도, 그리고 그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았을 리 만무함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파업에 부수되어 이제야 그 존재를 알렸다.
이렇게 역사는 물론이고 그 시대에서조차도 드러나지 않는 사람들이 있지만 상대적으로 드러날 기회를 가진 사람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는 현상도 나타난다. 필자는 7면의 사설에서 소재로 삼은 광복절 집회 날에 사무실에서 집회 현장을 바라보며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의 호소를 정리하고 있었다. 전자는 세상의 주목을 받았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했다. 가족의 상실은 어찌 보면 개인적인 호소에 불과하므로 그 날의 시위자들이 주장하던 거대 담론보다 드러날 필요가 적었을까. 의료계 파업에서의 의-정간 갈등은 당장 치료를 받지 못하여 병원을 전전하던 사람들의 한숨보다 우월한 이야기였을까. 사회구조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나, 항상 현실은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시 우리가 잘 모르던 마을학교 활동가들의 생각으로, 오월 광주에서 병자를 챙기던 시민들의 마음으로 돌아가 보고자 한다. 공동체나 국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로서 우리 모두는 사회에서 일정 부분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때 우리가 항상 주변을 살피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담론에 매몰되지 않도록 노력하여 인간성을 지켜낼 수 있다면 조그마한 성공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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