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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부정어’의 시대에서 지켜야 할 것 본문
-한국사학과 석사수료 장지훈
이번 대학원 신문의 리뷰를 부탁받으면서 가장 걱정했던 건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사회적 이슈와 논쟁들이 좀처럼 나의 삶과 대면하고 있는 느낌을 좀처럼 받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개인적으로 바쁜 과업과 생활 때문에 그러한 주제들에 대한 관심이 덜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실제로 사람들과 만나서 대화를 나누고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확연히 적어졌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 다른 하나는 ‘Un-tact’ 상태에 있는 듯한 여러 이슈들을 그나마 ‘Contact’ 시켜서 하나의 글로 묶어낼 것인가의 문제였다. 이를테면 ‘비대면이 낳은 무뎌짐’과 ‘비대면하고 있는 주제’들을 어떻게 잘 녹여낼 것인가라는 이중과제에 마주했던 것이다. 비단 나뿐만 아니라 이전 기고자의 상당수가 비슷한 고민을 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글 전체를 쭉 훑어보기도 하고 하나씩 뜯어보기도 했지만, 글감이 쉽게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다 문득 잘 안된다는 이 상황 자체를 글감으로 쓰는 건 어떨까라는 매우 단순한 결론에 이르렀다. 그렇게 보니 이번 호 지면의 상당 부분이 ‘부정’적인 키워드와 내용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1면에서 다루고 있는 검찰개혁과 관련한 홍세화 노동당 전 대표와의 인터뷰에서도 가장 눈에 들어온 키워드는 ‘정치철학의 부재’ 였다. 홍세화 전 대표는 검찰개혁이라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를 앞에 두고도 정치권, 언론, 대중 상당수가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의 마찰에만 주목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전부터 ‘선출되지 않은 권력’에 대한 문제 인식과 견제 방안은 논의되어왔다. 현 정부는 검찰과 법조계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적폐청산’이라는 적절한 표현으로 받아내긴 했지만, 그 실제는 오히려 인물 교체 등과 같은 일시적 방편으로 해결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모순을 보였다. 홍세화 전 대표의 말처럼 법률가에 의한 사회에서 벗어나야한다는 주장에 대한 동의 여부를 차치하더라도, 현재 이 사안을 둘러싼 논의의 틀에서 정치철학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만한 대목이라고 본다.
3면에서는 인공지능 기술 활용과 그 부작용을 예방·보완하기 위한 제도 마련의 현주소를 다루고 있다. 인공지능과 관련된 최근 이슈 중에서는 가장 뜨거웠던 이슈였고, 특히 인공지능 기술의 ‘혐오 학습과 표출’이라는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들이 진행된 바 있다. 이 사안을 바라보면서 떠올렸던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 자율주행차의 운전 방식과 관련된 기사였다. 자율주행차를 설계한 기술자가 도로에 합류하는 지점에서 ‘공격적인 성향’으로 알고리즘을 입력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경우에는 사람이 알고리즘을 직접 입력한 경우지만 기본적인 주행 기술만 입력한 뒤 주행 환경, 정보를 학습한 자율주행차의 경우라면 챗봇 이루다 사태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와 같이 날로 발전하고 활용도가 높아지는 기술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의 필요성과 이를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중요하다는 주장에 동의한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법과 제도가 여러 문제를 일으킨 주체에 대한 단순한 처벌 규정이나 규제의 마련 정도에서 멈춰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나아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전술한 인공지능 기술들의 학습 현장이 허구의 세계가 아니라 다름 아닌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무엇을 어떻게 학습시킬 것인가와 함께 인공지능이 학습할 우리 사회의 모습에 대해서 되돌아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어느샌가 부정어의 사용이 유난히 익숙해진 삶을 살고 있다. 특히 전 세계적인 코로나 대유행이 1년의 사이클을 돌면서 ‘비(非)대면’이나 ‘Un-tact’와 같은 용어들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삶이 된 요즘이다. 이제는 가끔 ‘대면’과 ‘Contact’라는 단어가 오히려 낯설기도 하고, 먼 과거나 미래의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5면에서 비혁명의 시대의 저자인 김정한이 ‘비혁명의 시대’에 대해서 ‘혁명적이지 않은 시대이면서 혁명을 하지 못한 시대이기도 하고, 혁명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전술한 ‘비대면’, ‘정치철학의 부재’, ‘제도의 미비’, ‘비혁명’과 같은 부정적인 키워드들은 우리의 삶을 대체로 힘들게 바꿔가고 있다. 다만 우리가 이런 시대에도 여전히 지켜야 할 것은 그러한 부정적인 생각들과 키워드들 속에서 여러 문제들을 신중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단순히 ‘없다’, ‘부족하다’는 현상적인 분석을 넘어서 무엇이 없고 왜 부족한지에 대한 고민들을 모두의 생각을 대면하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지평을 만들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부정어’의 시대가 늘 반복되겠지만, 적어도 그 이전의 부정이 또 다른 부정을 낳거나 더 큰 부정으로 돌아오지 않게 하고자 노력하는게 부정어의 시대에 지켜나가야 할 자세가 아닐까라는 막연한 생각을 소박하게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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