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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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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대학원신문 후기

우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용기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5. 7. 21:05

우리에게 필요한 또 다른 용기

 

한국사학과 석사과정 박상화

 

  대학원 신문 4월호는 트랜스젠더 혐오, 코로나19 시대 먹거리, 친일/반일 프레임, 역사 부정론 등 각종 문제를 다루고 있다. 처음 신문을 읽을 때만 해도 기사 간 관련된 문제의식이라는 것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다가 문뜩 각자의 차별성만 부각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주소가 떠올랐다. , 세부적인 해결 방안과 관련된 논의는 매우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대화 양상을 띠게 된 데에는 한국 사회의 경험들이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른다. 산업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인한 극심한 세대 차이, 분단체제 하에서의 빨갱이 낙인 경험으로 인한 다른 방향의 견해 표출 어려움 등과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러나 백가쟁명의 시대에서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실현 가능한 방안을 둘러싸고 생산적인 논쟁을 벌인다는 것은 어느 시기에나 쉽지 않다. 그래도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논쟁은 사회적·개인적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배제와 혐오의 재생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사회를 바꿔나가는 힘은 개개인의 자아성찰에서 비롯된다는 믿음 하에 우선 필자 본인부터 나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성실히 답해보고자 한다. 7면의 기자 칼럼에서 언급되고 있듯,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정당 정치는 본질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을 수밖에 없기에 결국 철학과 비전을 고민하는 일은 개개인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인권 문제와 관련하여 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종종 먹고사는 문제와 국제정치에 압도당하는 인권 문제는 대체로 우리의 일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차별 실태 및 방지 방법을 둘러싼 대화보다는 원론적 차원으로 언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1면의 특집기획은 지난해 11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자료에 기반하여 주로 교육계, 공중화장실 이용, 트렌스젠더의 군 복무 실태를 다루고 있었다. 이는 트랜스젠더 및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여전히 일상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실태조사는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방지 방안을 수립하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유의미하다. 그렇기에 각종 비난이 쏟아질 것을 알고도 용기를 내어 연구를 진행한 사람들과 조사에 응해준 이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맥락에서 2면의 강사 칼럼은 시사점을 제공해준다.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평범한 공간인 강의실이 지닌 양면성을 지적하며 행동 변화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의 부조리한 차별 구조를 그대로 드러내는 어쩔 수 없는 장소인 동시에 폭력의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장소인 강의실을 모두에게 평화로운 안전한 장소(safe space)’로 만들어가자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강의실에서 트랜스젠더 혐오차별을 방지하는 데 협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의를 표출하는 데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다음, 실태조사 내용 중 법적·정책적 기반 마련을 위해 제시한 대책들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정책 입안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청원과 동의에 동조하는 기본적인 대응도 할 수 있다. 일상에서의 차별을 기민하게 인식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인권 유린을 정당화하는 역사적 제도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우슈비츠, 일본군 위안부 제도 등을 생각해보라. 

  특히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인권 문제가 국가의 정체성 규정 및 세계질서 내 위상 확보와 같은 가치관에 종속되는 순간 명백한 반인륜적 범죄를 부정하고, 그러한 인식에 기반하여 여론전을 펼침에 따라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6면의 램지어 교수 사태 기사가 그러한 사실을 잘 정리해주고 있다. 일본은 전쟁 가능한 보통 국가로 전환할 목적으로 강제 연행은 없었으며 자발적 성매매였다는 식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있다. 또한, 물리적 힘뿐만 아니라 정신적 우위를 확보할 목적으로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미국을 주 무대로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권 문제가 국제정치라는 무대 앞에서 어떻게 좌초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좌초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일상 곳곳에서 발견되는 인권 전반에 대한 문제들을 마주하고, 실천 방안을 놓고 논쟁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물론 인간은 특정 행동을 취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비난받는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용기 내서 무엇을 할 것인가로 주변 사람들과 대화해보자. 실현 가능한 방안을 더 많이 찾을 수 있을 뿐더러 실현 가능성 자체가 높아질 수 있으므로. 대학원 신문이 이러한 희망의 토대가 될 대화의 장을 형성해가는 데에 있어서 좋은 나침반으로 다가오길 바라며 이만 글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