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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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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대학원신문 후기

보이지 않아 사라지는 것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9. 21. 07:44

노어노문학과 박사과정 이선영

 

 지난 학기를 마무리하는 245호에서 역시 코로나19에 관련된 소식이 지면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당연한 현상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학교의 수업 운영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대학원에 있는 우리들은 강의를 하기도, 듣기도, 돕기도 하기 때문에 학부와 대학원 양쪽의 강의 방식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사태가 대학의 강의 운영에 초래한 크고 작은 변화와 사건들을 2면에서 접할 수 있었다. 강사 칼럼과 원우 발언대의 이야기를 통해 볼 수 있듯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 온라인 대학 강의는 처음이기에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어렵고 낯선 환경에서도 수업을 이전처럼 진행하고자 노력하는 교수자와, 수업의 일원으로 적극 참여하되 최대한 방해가 되지 않으려는 배려와 조심성을 지닌 학습자, 그리고 온라인 수업 중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답답함과 학부생에 대한 미안함을 느낀 조력자의 노고가 어우러져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학기가 마무리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단신에서 볼 수 있듯 코로나19 사태는 결코 가볍지 않은 문제들을 남겼다. 지난 학기로부터 두세 달이 지난 지금,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오히려 악화되었기에 단신에 실린 소식들과 유사한 사안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시행되는 한 등록금 반환 요구는 항상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초기 비용이 든다는 해명도 학기가 지날수록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시험의 공정성 문제는 매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은 과제로 대체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교수자 입장에서 과제 대체가 꼭 최선의 방법은 아니어 보인다. 과제와 시험은 엄연히 다른 과업이기에 시험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과제도 마음만 먹으면 서로의 결과물을 참조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우선은 어떠한 평가 방식을 택하든 공정성을 유지하려는 상호간의 노력에 기댈 수밖에 없겠다. 다음에 이와 관련된 소식을 대학원 신문에서 접할 때는 어느 정도라도 해결책이 도출된 상황이기를 기대해본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일면 전시 상황과 닮아있다. 지금 전 세계는 바이러스라는 보이지 않는 적을 두고 싸우고 있다. 전시에는 모든 자원이 적을 무찌르는 데에 집중된다. 과격한 행동도 승리를 위해서라면 적어도 그 당시엔 정당화된다. 승리의 다른 말은 생존이며, 승리하지 못하는 자는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면에서 다룬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이 결정된 원인도 거슬러 올라가면 이러한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유격대를 소탕하지 않으면 우리가 몰살당한다는 생각에서 시작해서, 유격대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 민간인일지라도 일단 공격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졌으리라.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은 인명을 앗아간 것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 민간인 학살에는 그에 대한 책임이 반드시 따라야 한다. 물론 책임을 진다고 해서 피해 사실이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베트남전 소송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그것이 해결된다고 하더라도 가족들이 사살되는 것을 눈앞에서 본 응우예티탄 씨의 상흔은 그 무엇으로도 보상할 수 없다. 그렇기에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한 접근은 더 조심스러워야 한다. 추후 이 사안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취하는 태도가 마지못해 피해 보상에 응하는 식은 아니기를 바란다.

 

 한편 이러한 상황에서 오히려 해당 사건이 없었던 것처럼 취급 받을 때 피해자들이 받는 상처는 더욱 커진다. 관련 기사에서 볼 수 있듯 한국 정부는 베트남 전쟁 민간인 학살에 대해 증거가 없어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7면에서 다루는 위안부 문제와 518광주민주화운동 역시 마찬가지이다. 두 사안이 밟아온 길은 사건 자체를 부정하고 본질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에 맞서온 과정이라 요약할 수 있다. 드러나지 않는 피해 사실에 정확하고도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련의 기사들은 보여주고 있다.

 

 비대면으로 이루어지는 온라인 수업 특성 상 우리는 불편을 겪고 고통을 받고 있는 누군가를 간과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온라인 수업이 처음 도입되었을 무렵에는 청각장애인의 학습권 이슈가 불거졌었고, 온라인 강의를 위한 장비를 갖출 여력이 안 되어 곤란한 학생이 있다는 말도 들려왔다.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눈에 보이지 않아서, 그보다 코로나 시국이 더 시급하다는 이유로 학습권이 침해당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수자들에 대한 대처 역시 마찬가지이다. 학교는 대외적으로 수업 진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단언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돕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학교 당국이 얼마나 귀를 기울였는지 생각해본다. 온라인 강의 시행 두 학기에 접어드는 지금, 또 사태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는 이 시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과되고 없는 것으로 취급되는 피해는 없는지 더 면밀히 살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