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국가란 무엇인가 #광주518 #세월호 #코로나19
- n번방
- 죽음을넘어
- 미니픽션 #한 사람 #심아진 #유지안
- 임계장 #노동법 #갑질
-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 공공보건의료 #코로나19
- 마크 피셔 #자본주의 리얼리즘 #염동규 #자본주의
- 한상원
- 고려대학교언론학과 #언론학박사논문 #언론인의정체성변화
- 보건의료
- 애도의애도를위하여 #진태원
- 쿰벵 #총선
- 코로나19 #
- 수료연구생제도 #고려대학교대학원신문사 #n번방 #코로나19
- 518광주민주화운동 #임을위한행진곡
- 산업재해 #코로나시국
- BK21 #4차BK21
- 5.18 #광주항쟁 #기억 #역사연구
- 알렉산드라 미하일로브로나 콜른타이 #위대한 사랑 #콜른타이의 위대한 사랑
- 시대의어둠을넘어
- 앙겔루스 노부스의 시선
- 항구의사랑
- 김민조 #기록의 기술 #세월호 #0set Project
- 권여선 #선우은실 #하늘 높이 아름답게 #김승옥문학상수상작품집
- 선우은실
- 쿰벵
- 심아진 #도깨비 #미니픽션 #유지안
- Today
- Total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얼어붙은 겨울에도 이미 와 있는 자유의 왕국 본문
얼어붙은 겨울에도 이미 와 있는 자유의 왕국
-죄르지 루카치 저, 박정호·조만영 역, 「역사와 계급의식」, 거름, 2005.
염동규(문학평론가)
‘이론’에 대한 관심이 거의 사라지고 있다시피 한 오늘, 더군다나 ‘맑스주의 이론’은 소규모 그룹들에서나 논의되는 왜소한 것이 되어버렸다. 실로 맑스주의는 꼬챙이로 찔러도 짖지 않는 죽은 개가 되고 만 것이다. 맑스주의를 사유의 핵심으로 삼고 있었던 과거인들의 담론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조차 맑스주의적 언설들은 신중히 이해되기는커녕 간단히 매도되어 버리는 일이 많다. 이런 상황에 답답함을 느껴본 연구자들이라면 여기서 소개할 죄르지 루카치의 역작, 역사와 계급의식을 꼼꼼히 읽어보기 바란다. ‘늘 맑스주의에 대해 궁금했지만 교수님에게는 물을 수 없었던 것들’에 대한 유익한 대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와 계급의식은 이른바 ‘부르주아 과학’ 및 ‘속류 맑스주의의 경제적 결정론’과는 질적으로 다른 ‘맑스주의’에 대한 철학적 정당화이고, 자본주의 사회의 핵심 문제인 ‘사물화’ 현상을 유적 존재로서의 인간이라는 문제의식을 경유하여 ‘프롤레타리아의 입장’으로 풀어야 한다는 대담한 도전이며, 기회주의적 타협 없는 혁명적 운동에 대한 전략적 제언이자,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프롤레타리아트의 기관인 ‘공산당’에 대한 철학적·이념적·종교적 정당화이다. 별개의 주제를 다룬 논문들로 묶여 있는 책이긴 하지만 모든 논의가 통일적으로 조직되어 있으므로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룰 성싶은 논문들만 선별적으로 읽어도 책의 대요를 파악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다만 가장 중요한 4장에는 무시하기 어려운 번역 오류가 여러 군데 있으므로 다른 언어의 판본과 함께 읽을 것을 권한다). 여기서는 가장 잘 알려진 루카치의 ‘사물화’ 개념에 논의를 국한시켜보자.
사물화 개념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품 물신의 지배가 보편화 됨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사물의 성격을 가지게 되는 현상을 지시한다. 인간에게 특유한 ‘노동’이 갖는 활동성이 인간 자신의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낯선 사물로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편으로는 사물들 및 사물들의 관계가 상품 운동의 세계를 이루어 그 법칙성 아래에 인간이 종속되어버리는 사태가 나타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게 성립된 법칙성을 영원불변하는 필연으로 받아들여 단지 바라보게만 되는 관조적 태도가 성립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 사물화 과정은 합리화·수량화의 과정과도 동궤에 있어, 전통적인 사회적 삶의 통일성들을 해체해 간다. “실제 노동경험들의 전통적인 결합에 기초”했던 “유기적 생산”과 단절하여 각각의 부분적 과정들로 파편화시키는 분업의 보편화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와 같이 사회적 삶이 부분체계의 형식적 결합으로 환원됨에 따라 역사적 현실의 총체성을 파악하는 것도 불가능해졌다.
4장 2절과 3절을 거치면서 루카치는 주객이원론을 극복할 수 없는 부르주아 사유가 위와 같은 사물화의 현실을 극복할 수 없는 이유를 상세히 논증하고, ‘프롤레타리아트의 입장’에서만 자본주의의 사물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넘어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를 거칠게만 요약하자면 ①사물화의 현실을 자기 자신의 주체적 활동 결과(겉보기에만 그런 것이지만)로 이해하는 부르주아와 달리 프롤레타리아트는 자기 자신을 사물화의 현실에 뚜들겨 맞는 ‘객체’로 경험하고, ②이에 따라 이데올로기적 가상 없이 “경제적 내용” 그 자체를, “질적·생동적인 중핵”을 의식할 수 있어, 사물화된 직접성의 형식을 넘어 ‘변증법적으로 매개를 사유’(이것이 루카치가 말하는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의식의 정의이기도 하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개를 사유한다는 것은 루카치에게 있어서 역사와 나란히 걸을 수 있음을, 더 나아가서는 사물화된 세계의 필연성을 넘어 ‘자유의 왕국’의/으로의 비약=과정을 시작할 수 있음을 뜻한다. 루카치에게는 이 과정의 구심점이 곧 ‘공산당’이었다. 흔히 ‘공산당’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주인의 자리에 있는 무엇, ‘전체주의’의 대표쯤으로 사고되곤 하지만 루카치의 공산당 개념은 이런 식의 편견을 한참 상회한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는 모든 중요 개념들을 전부 집약해놓은 것으로서 루카치의 공산당은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의식의 첨단으로, 프롤레타리아트 자신이 ‘직접’ 이끌어가는 것이자 당의 지도 아래 프롤레타리아트 계급의식이 성장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또한, 사물화된 세계의 산물이기도 한 프롤레타리아트가 자본주의적 세계의 경제적 필연을 넘어서려는 유장(悠長)한 과정들의 총체를 일컬어 공산당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가 제시한 ‘이념으로서의 공산당’은 사물화된 현실에서는 실현하기 어려운, 도래할 것으로서만 이미 여기 와 있는 공산당이었으니, 사물화의 과정이 훨씬 더 심화된 오늘날에는 그 전망을 점쳐보기가 더욱 어렵다. 그러나 루카치가 지적하다시피 어떤 의미에서 공산당이란 “참된 자유를 향해 어렵고 불확실하고 모색적인 제일보를 내딛기를 진지하게 꾀하고 있는 전체의지에 자신을 의식적으로 종속시키는 것을 뜻”하므로, 더는 이렇게 살지 않겠다는 우리의 마음을 조직할 수만 있다면 바로 거기서부터 공산당의 이름이 가리키는 장대한 역사적 과정을 시작해볼 수도 있기는 할 것이다. 늘 그렇듯, 다 얼어붙은 겨울에조차 봄은 이미 항상 여기에 와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5면 > 고전 읽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유와 존재의 일치라는 꿈: ‘계급의식’ 개념과 프롤레타리아트의 입장 (0) | 2021.04.04 |
---|---|
변증법에 대한 믿음과 계급의식으로 전치된 윤리 (0) | 2021.03.24 |
마주침의 사건은 계속되어야 한다. (0) | 2020.11.06 |
자본주의의 정오, 공산주의의 밤 (0) | 2020.10.13 |
회의주의적 구체화와 ‘함께’ 해방을 믿기 (0) | 2020.09.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