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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연세한국학포럼, 혁명의 새로운 역사 쓰기를 제안하다 본문
연세한국학포럼, 혁명의 새로운 역사 쓰기를 제안하다
신지영 外 기획, 연세대학교국학연구원·근대한국학연구소, 『동아시아 혁명의 밤에 한국학의 현재를 묻다』, 논형, 2020.
Q : 이 책은 ‘동아시아의 혁명과 현재의 기록’을 주제로 2019년 연세대학교 국학연구원과 근대한국학연구소가 공동으로 주최한 ‘연세한국학포럼’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이 기획에 착수하게 되었는지, 그 계기와 배경을 먼저 설명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연세한국학포럼은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것인데요, 국학연구원과 근대한국학연구소 그리고 언더우드국제학부(UIC)가 주축이 되어 한국 안팎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지는 한국학 연구들을 소개하고, 그 논점들을 종합·정리하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에 HK(Humanities Korea)+ 사업의 일환으로 재정지원이 이뤄졌고, 보다 큰 규모의 포럼을 준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침 2019년은 3·1운동을 비롯한 여러 역사적 사건들이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였고, 혁명에 대한 논의가 폭발적으로 생산되고 있었어요. 그러나 대부분의 논의가 3·1운동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고, 3·1운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동아시아 혁명의 나머지와 바깥을 바라봐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혁명의 힘은 무엇이며, 어떠한 조건에서 혁명이 일어나는지, 혁명 안에서 기록되지 못했던 것은 무엇인지, 혁명이 놓여있었던 자장과 사상은 어떤 것이었는지, 혁명은 현재로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 등 폭넓은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포럼을 기획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한국학포럼이 저에게 매력적이었던 것은 처음부터 각 논자들의 활동의 장이 엇갈리는 방식으로 기획되었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학자의 글은 한국 밖에서 활동하는 학자가 비평을 하거나, 혹은 그 반대인 식이죠. 저는 이러한 기획을 보다 심화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실제 포럼에서 저자의 저작 소개보다는 비평과 질의응답 시간에 훨씬 큰 비중을 둔 것이나 서평을 논문 형식으로 부탁드린 것은 모두 이러한 엇갈림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그렇게 엇갈린 지점에서 드러나는 오해와 모순이 한국 안팎의 한국학을 아우를 수 있는 열쇠라고 생각했거든요. 또한 주제를 구체화할 때는 개인적인 고민도 많이 반영됐습니다. ‘촛불’ 이후 사회의 운동 방식 자체가 크게 변화했고, ‘미투 운동’과 페미니즘 등 마이너리티의 목소리가 많이 올라왔음에도 강한 ‘백래시(backlash)’에 부딪혀 있는, 말하자면 혁명이 반(反)혁명을 부르는 것이 당시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혁명이 무엇이며, 오늘의 혁명은 누구를 위한 혹은 누구에 의한 혁명이어야 하는지, 여기서 나는 어떻게 발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나름의 재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의 3부나 5부가 특히 그런 고민을 통해 기획된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 연구자들끼리의 동시적·직접적인 상호작용이 뚜렷이 드러나는 책의 형식이 인상적입니다. 저자가 직접 책을 소개하는 ‘저작 소개’와 그것을 평가하는 ‘서평 논문’이 함께 실려 있는가 하면, 비슷한 주제를 다룬 여러 ‘논문’들이 엮여 있기도 하고, 두 논자의 ‘비평’과 ‘대담’이 연쇄를 이루고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렇듯 독특한 형식을 취한 의도는 무엇이며, 이 형식 자체로 드러내고자 했던 혁명의 특성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 : 이 책의 논자들이 전제했던 혁명의 특성은 제각기 전혀 다른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정의했던 혁명은 ‘완전히 다른 삶을 꿈꾸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게 가능하려면 절대로 혼자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전히 다른 삶은 지금까지 내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인데, 이 상상이 가능하려면 강렬한 만남이나 접속을 통해 현재의 삶이 단절되어야만 하니까요. 만약 이 책의 구성이 혁명적이라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저작과 논자가 만나 강렬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서로 침투할 수 있는 방식을 취했기 때문일 겁니다. 혁명에 대한 전혀 다른 생각들이 부딪히고 충돌함으로써 현재의 사고가 단절되고, 완전히 다른 생각으로 열리게 되는 과정이야말로 혁명의 특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제5회 포럼은 이러한 혁명의 특성이 가시화된 장(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굉장히 더운 날씨인데도 정말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는데요. 덕분에 연구 보조원 선생님들과 통역하시는 선생님들을 비롯한 여러 스탭분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만, 그런 만큼 충돌과 열림의 규모도 더 커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카이 사토시(鵜飼哲) 선생님과 백영서 선생님의 대담과 여기에서 나왔던 다양한 질문들은 주체의 삶을 닫을 수 없게 만드는 혁명의 방식에 밀접하게 맞닿아 있었습니다. 전혀 교류가 없었던 사람들이 만나 까다로운 물음을 함께 고민하고 그 긴장을 견딤으로써, 바깥과 나머지 그리고 다른 삶을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방식인 것이죠. 가능한 한 이러한 혁명의 방식을 책에 있는 그대로 담고자 애썼고, 그러다보니 책의 구성 자체가 혁명을 상기시키게끔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Q : 1부에서는 권보드래의 저작 『3월 1일의 밤』(돌베개, 2019)과 천핑위안의 저작 『역사 다루기와 5·4운동의 진입』(북경대학출판사, 2018)이 함께 다뤄지면서도, 그 영향관계가 아닌 혁명의 세계사적인 ‘동시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동아시아 혁명의 역사를 인식함에 있어 동시성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이며, 인과를 중시하는 기존의 교과서적인 역사 인식으로부터 왜 탈피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 혁명의 전후에는 수많은 형태의 계기와 동력이 있고, 물론 이 중에는 분명한 영향관계를 가진 것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너무나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혁명의 원인 혹은 결과로 다 포착할 수가 없을뿐더러, 연속선상에서 서로 간의 정확한 순서를 파악하기도 힘들어요. 고병권 선생님의 말씀을 빌리자면, 어디에선가 갑자기 불빛이 반짝하면 저기에서도 불빛이 반짝하고, 그러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무수한 반짝거림이 생겨나는 순간이 바로 혁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1부를 비롯한 이 책 전체에 혁명의 동시성에 관한 고민이 걸쳐져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포럼 중에 천핑위안(陳平原) 선생님이 던진 “3·1운동의 부정적인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3·1운동을 기억하는 방식을 반성하게 해주는데요. 현재의 필요에 따라 역사의 인과를 만들고, 그 맥락에서 3·1운동을 긍정적 계기로만 호명하는 것은 결국 혁명을 누군가의 혁명, 한 국가의 혁명, 정통성을 위한 혁명으로 만들어버립니다. 이렇게 보수화된 혁명의 의미는 다시 소외된 사람들을 억압하는 기제로서 작용하게 되죠. 이러한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론이 혁명의 동시성에 담겨 있습니다. 권보드래 선생님의 저작은 무명의 존재들이 혁명인지도 모르면서 혁명에 가담하고 있었던 순간들, 그 반짝거림의 동시성을 포착하고자 했는데, 이러한 노력은 인과와 연속성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혁명의 돌출된 지점들을 잘 보여줍니다. 이렇듯 비동형적(非同形的)인 것들의 동형성, 비대칭적인 것들의 대칭성,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성을 생각하는 것이 우리가 혁명을 동시대적으로 호명할 수 있고, 그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Q : 3부는 재일조선인의 기록과 그에 대한 연구를 통해 혁명의 역사에서 소외되었던 ‘타자’의 목소리를 이끌어냄으로써 기존의 ‘주체’ 중심의 역사 서술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과 포럼 자체가 혁명에 대한 하나의 새로운 역사 서술로 보이기도 하는데요. ‘서발턴’과 ‘마이너리티’는 앞으로 혁명의 역사에 어떻게 기입되어야 할지, 그러한 역사 서술은 어떤 형식을 취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A : 혁명에 대한 포럼을 기획하면서 강박처럼 가졌던 생각은 ‘혁명’이란 커다란 이름에 잊혀버린 존재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20세기 동아시아 혁명에 있어서는 그러한 존재가 재일조선인이었고, 3부는 그들을 불러내고 역사화하려는 노력이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만약에 이 노력이 새로운 역사 서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처럼 비춰졌다면, 그것은 잊힌 목소리를 기억하려는 각 논자의 노력들이 기존의 역사 서술 방식을 자유롭게 이탈하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이를테면 오세종 선생님과 심아정 선생님의 글은 오키나와의 재일조선인을 재조명함으로써 ‘조선 대 일본’이라는 구도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재일조선인이면서 재일조선인 문학을 공부하는 송혜원 선생님과 영미권에서 활동하는 학자임에도 재일조선인 문학을 공부하는 크리스티나 리(Christina Lee) 선생님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은, 기존의 확고부동한 역사 서술 주체는 결코 포착할 수 없는 지점이겠지요. 그리고 이러한 지점들이 무수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앞으로 타자의 혁명을 역사에 기입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그들의 역사를 써준다는 시혜적 태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저항할 수 없는 존재의 위치에 서서 그 ‘저항할 수 없음’이 무엇이었는지 끊임없이 고찰하고, 그 삶의 일상에 다가왔던 거대 역사의 흐름은 어떤 것이었는지 추적해낼 수 있어야겠습니다.
Q : 5부에는 ‘동아시아 혁명의 연속성과 현재’에 관한 우카이 사토시와 백영서의 대담이 실려 있습니다. 두 논자가 부딪혔던 지점은 무엇이며, 그것을 통해 우리는 혁명의 현재에 대해 어떻게 사유할 수 있을지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 혁명의 현재에 대한 두 분 선생님의 의견은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데요. 먼저 백영서 선생님은 어떻게 혁명의 전통을 다시 쓰고 지금의 혁명을 만들어갈 것인가를 설명함으로써 혁명의 소통 문제를 강조합니다. 반면에 우카이 사토시 선생님은 우리가 써왔던 혁명이라는 기존의 언어가 과연 현재 혁명이 필요한 사람들의 언어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혁명의 번역 문제를 지적하죠. 2019년의 한국과 일본 그리고 그 긴장된 관계 속에서 깊은 고민을 통해 만들어진 이 두 가지 문제의식은, 독자들이 동아시아 혁명의 연속성과 현재를 고민하는 데 있어 훌륭한 사고틀이 되어줄 거라고 믿습니다.
개인적으로 현대 사회에서는 혁명이라 부를 수 없는 혁명의 연쇄가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고, 따라서 이 연쇄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혁명의 현재를 진단하고 그것에 개입하는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 미얀마의 ‘세 손가락 운동’은 갑작스레 불거진 하나의 독립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작년부터 계속된 타이의 민주화운동과 분명한 연쇄를 이루고 있어요. 이러한 연쇄는 현재 언론에 의해 흔히 이야기되는 ‘제2의 광주’라는 언어, 즉 혁명이라는 언어가 사용되던 기존의 방식으로는 결코 단순화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끊임없는 연쇄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혁명이라고 불리지 못했던 그러나 그때부터 이미 혁명의 연쇄를 이루고 있었던 저항과 봉기 그리고 해방을 향한 마이너리티의 목소리까지도 함께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 인터뷰·정리 : 이영서 기자 youngseo5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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