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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작은 불티 하나 없도록 본문
-김연광 기자
유독 선명한 파란 하늘이 눈에 가득 들어왔던 어느 날, 기분 탓인지 항상 듣던 노래 가사가 생경하게 들려왔다. “불어 후후, 빨간 불티야. 내 마음도 너 같아 타오를 듯 위험한. 살포시 널 눌러 덮으려 해봐도 꺼지지 않는 너를 어떻게 해야 하나”. 스쳐 지나간 이 구절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나는 그동안 뭐를 그렇게 덮어만 놨던 걸까.
대학진학을 하지 않는 학생에게 역량개발 차원으로 세계여행비 1,000만 원을 지원한다는 아이디어가 화제였다. 지원금을 받아 여행하고 있을 20대 초반의 모습을 상상해봤다. TV나 블로그에 소개된 유명 장소와 맛집 등 이미 누군가의 인증이 완료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따라 착실하게 수행하는 모습이 그려지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유명 도시를 돌며 보면 같은 패션 스타일의 무리가 셀카봉을 들고 서로에게 무언의 수신호를 보내며 지나간다. 사람마다 가진 여행 스타일은 모두 다르지만 유독 우리나라 사람에겐 획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다들 이런 비슷한 방식을 선호하게 된 걸까 하는 의문에 대한 답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중·고등학교 시기를 돌아보면 스스로 깊은 생각을 하고 새로운 것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적이 몇 번이나 되었을까. 나의 의지보단 이미 누군가에 의해 어느 정도 정해진 것을 선택하는(혹은 해야 하는) 일에 익숙해진 증표가 아닐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본인이 직접 선택하고 답을 찾는 일은 항상 어렵다. 하지만 그런 상황이 내게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종종 스스로 답을 찾기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윗세대 사람에게 “직접 답을 찾아보라”는 권유와 같은 강요를 받는다. 그 안에서 열심히 고민해 찾아온 나의 답은 그 자체를 인정받기보단 결국, 이미 누군가가 정해 놓은 답에 맞춰 끊임없이 수정되고 그렇게 완성된 결과물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내 것이라 받아들이게 된다. 온전한 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과 타협하며 만들어진 의도적인 소심과 수긍 그리고 이타적 이해는 이렇게까지 열심히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아쉬움 가득한 의문을 던져준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 결국 누군가가 요구하는 답을 따른다. 대신 이번에는 소심한 수동공격을 하고 큰 내적 만족을 느낀다. 쌓아두고 감춰두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망각하고 다시 깨닫는 순간이 여러 번 반복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남은 ‘불씨’들이 나를 까맣게 연소시킬 걸 보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네가 지금하고 있는 모든 것들이 결국 잘 살기 위한 영역을 만들어가는 것인데 너무 빡빡하게 살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생활이 된단다”라는 엄마의 문자를 읽고 눈물이 그치지 않았던 건 두고두고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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