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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그곳이 평범한 무대일지언정 본문
그곳이 평범한 무대일지언정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의 활약이 눈부셨던 올 여름, ‘오타쿠’를 자처하는 대학원생인 필자가 제일 많이 받았던 질문은 “너 ‘하이큐’ 봤어?”였을 것이다. 『하이큐!!』(2012~20, 후루다테 하루이치)는 배구를 소재로 한 일본 만화로, 2014년 애니메이션화에 힘입어 상당한 인기를 구가했던 작품이다. 올림픽의 공인지 넷플릭스의 공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하이큐!!』는 올 여름의 이슈로 급부상했고, 필자로서는 시류에 편승할 수밖에 없었다. 보는 내내 몰입했고, 이따금씩 눈물이 나올 정도로 잘 만든 작품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지금의 필자에게 『하이큐!!』는 지나치게 왕도적이었고, 그래서 새삼스럽게 한가한 이야기일 수밖에 없었다.
『하이큐!!』의 스토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러하다. 배구가 인생의 전부인 주인공 콤비가 “한물 간 강호”로 불리는 ‘카라스노(烏野)고교’에 입학하고, 동료들과 의기투합하여 팀을 전국대회로 이끈다. ‘전국대회’라니. 세계평화도 우주정복도 아니다. 복잡한 철학도 심오한 이데올로기도 없다. 프로시합도 아닌 고교시합일 뿐이며, 심지어 일본은 배구의 강국도 아니다. ‘어벤져스’ 멤버들이 듣는다면 하품이 나올 만큼 소박하고 한가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도 사람들은 『어벤져스』만큼이나 『하이큐!!』에 열광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이큐!!』의 고교생들이 우주를 구원해야하는 『어벤져스』의 영웅들만큼이나 간절하기 때문일 것이다.
중학생 때 시합에조차 제대로 나갈 수 없었던 주인공 ‘히나타(日向)’의 목표는 단 하나, 코트라는 무대에 조금이라도 더 오래 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전국 진출은 그에게 최선의 방법일 수밖에 없다. 이번 시합을 이기면, 다음 시합에도 나갈 수 있기에. 그래서 남들보다 키가 작은 히나타는 한 시합을 이기기 위해 죽도록 노력한다. 히나타뿐만이 아니다. 여전히 아무도 주목하지 않을 다음 시합에서도 코트에 서기 위해, 작품의 무대인 ‘미야기(宮城) 현’ 그리고 일본 전국의 배구부 고교생들은 자기만의 고투를 피하지 않는다. 오프닝의 가사이면서 작중 대사로 계속해서 등장하는 “언제라도 누구라도 거기에 서고 싶어서(いつだって誰だってそこに立ちたくて)”라는 말은 『하이큐!!』의 주제를 잘 함축하고 있다. 그곳이 지극히 평범할지언정, 세상이라는 무대에 아직은 더 서 있고 싶은 우리 모두의 바람을 담은 채.
다만 『하이큐!!』를 보는 내내 가슴이 뛰면서도 그 설렘이 불편했던 것은, 이 평범한 무대조차 꿈꿀 수 없는 사람들이 세상에는 아직도 많다는 것을 이제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별 재미도 없을 고교배구 전국대회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 자기 삶을 불태울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시합을 위해 땀 흘리고, 지역예선 1차전 승리에 눈물겹도록 기뻐할 수 있는 사람이 아프가니스탄에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분명 아프가니스탄과 이 세상을 구성하는 것은, 도망친 대통령이나 탈레반의 수장이 아니라 그런 한가한 사람들일 터이다. 대학원이라는 더없이 평범한 무대가 고교배구와 다른 것은, 타인의 무대까지도 상상할 수 있는 힘이다. 어쨌든 계속 서 있어 보자. 세상이 허락한 평범한 무대가 그래도 조금 더 넓어질 때까지.
이영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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