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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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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기자 칼럼

극단적 올바름에서 벗어나기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11. 14. 13:18

인터넷 커뮤니티를 보면 고민이 담긴 게시글이 쇄도하고 있는 반면 답변은 명쾌하기 그지없다. “이혼하세요.”, “퇴사하세요.”, “손절하세요.”, “소송 거세요.” 세상을 명쾌하게만 살아갈 수 있을까? 현실 세상과 다른 커뮤 사세는 극단적인 올바름만을 추구하는 듯하다. 한편, 유튜브에는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는 댓글들이 판을 친다. 영상에 비친 작은 잘못들에도 철저하게 비난하는 댓글들을 자주 접한다. 사람들은 실제로 알고 있는 사이가 아님에도 그토록 분노하며 사과를 요구한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잘못을 단 한 번도 하지 않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우리는 상대방의 삶을 살지 않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맥락을 알지 못한다. 그러나 인터넷에서 올라온 결과만을 보고 감정적으로 비뚤어진 정의감을 내세워 타인을 아무렇지도 않게 비난한다. 의로움을 강요하는 폭력은 얼마나 정당한 것이며, 또 다른 혐오를 양산하는 낙인찍기는 얼마나 효과적인 것일까.

 

잘못된 일을 목격했을 때 이를 바로잡아주려고 하는 마음은 올바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바른 의도였다 하더라도 도를 넘어서는 강요는 독선적인 정의감에 불과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올바른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코 위험하다고 인식하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대한 비판과도 연결된다. 다양성을 배려하고자 시작한 운동이 또 다른 위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기존 담론에서 벗어나고자 할 때 너무 엄격한 기준은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멀어질 수 있다. 예컨대 다원화된 사회, 종교, 문화, 정치를 위한 운동이 모든 측면에서 반()위계적이지 않다고 비난하는 행위는 정작 중요한 문제를 희석하기도 한다. 때문에 과감한 판단 중지는 어쩔 수 없이 필요한 것이며, 기존의 담론 질서를 완전히 해체할 수 없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최대 변화를 추구하기에 앞서 최소 변화를 선취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올바름에 대한 강박적인 생각은 신경증을 낳고, 남에게 요구하는 극단적인 도덕성은 자기검열을 낳는다. 자기 검열로 인해 말을 하기가 두려워진다면 아무 말을 하지 못하는 경직된 사회가 되기 마련이다. 아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한 발짝 나아갈 수도 없게 한다. 이 글의 질문들은 올바른 행위에 대한 비판이기에 불편할 수 있는 지점일 수도 있지만 현 시점에서 꼭 필요한 논의라고 생각한다. 지금이야말로 완벽한 올바름이라는 강박에 벗어날 방법에 대해 생각해 볼 시간이 아닐까.

 

황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