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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기자 칼럼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3. 24. 13:46

 

불안과 함께 살아가기

 

 삶에 대해 생각하면 인생이 고통스러워지고, 생각하지 않으면 제대로 사는 것 같지가 않았다. 지금 나의 삶은 누가 보기에는 아무 일이 일어나있지 않은 평온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의 불안은 내 영혼을 잠식하고 있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 어제인지 오늘인지 구분이 안 된다고 느껴질 때마다 나는 종종 죽음을 생각했던 것 같다. 또한 내 또래 정도 되는 무명 배우의 자살 소식을 접했을때 왜 그랬는지도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나의 불안에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근원적으로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 크다. 살아가는 인간은 끊임없이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그 선택은 항상 편안할 수만은 없고,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은 고통이 뒤따른다. 그 고통을 어느 정도까지 견뎌내야 하는 것일까.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성장하는 것과 나를 착취하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능력주의 사회에서 나는 얼마나 열심히 살아야 할까. 본능을 억누르고 일에 몰입하다 보면 그 외 다른 일이 가치 없는 일처럼 느껴지곤 한다. 나는 이 지점이 너무 싫었다. 이루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여 주위를 살피지 못하는 것과 주위에 휘둘려 오롯이 집중하지 못함, 그 사이에서 항상 어정쩡하게 행동하며 살아왔다. 

 어떤 철학자는 인간이란 자유를 선고받은 존재라 했다. 자유는 역설적으로 불안을 유발한다. 때문에 산다는 것은 불안이라는 고통 속에서 사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볼 때 어떤 사람들은 이 불안을 해결하고자 자유가 없는 것처럼 자기 일을 과도하게 열중하는 데 이를 자기-기만이라고 한다. 번아웃이 보편화된 사회에서 자기기만을 경계하기 어렵다. 어쩌면 사회는 인간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내가 몰입하는 것이 갑자기 끝이 날 때 허무주의와 쾌락주의에 빠지기 쉽다. 우리는 영원히 살 것처럼 행동하며 살지만 언젠간 끝이 나기 마련이다.

 사사로운 문제, 쓸데없는 일, 비생산적인 우울들을 일상 속에서 계속 마주하는 것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이지 않을까. 산다는 건 끊임없이 자유와 불안 사이의 균형을 잡는 행위 같다. 그러나 이 균형은 죽음 앞에서조차 익숙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삶이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모르겠지만) 나의 우울 안에서, 다른 이들의 죽음 안에서, 죽음에 대한 누군가의 단상 안에 앞으로 내가 살아야 할 남은 날들을 빼꼼히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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