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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새로움의 강렬함과 묵묵한 되풀이 사이에서 본문
새로움의 강렬함과 묵묵한 되풀이 사이에서
황지원 기자
어찌 되었든 내가 모르는 세상이 존재한다는 건 확신할 수 있었기에 공부를 더 해야만 한다고 결정했다. 나는 지방에서 학부를 졸업했다. 대학원 첫 학기 내내 나를 감싼 감정은 열등감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수업은 기대만큼 힘들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하는지를 몰라서 힘들지 않았다. 불안정한 상태를 인지하지 못한 와중에도 계속 권태로움을 느꼈다. 매일 새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온종일 혼자 보내는 시간들은 지겨움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나를 사무치게 만들었다.
내가 예술을 좋아하는 이유는 이 권태로운 현실을 도피하고 현실과 다른 흥미로운 세계를 그저 방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작품을 보고 나면 왠지 무언가 한 것 같은 기분과 자기만족은 덤이었다. 나는 서울에 있는 전시와 영화를 하나라도 놓치면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보러 다녔다. 그렇게 강렬한 새로움을 만끽하는 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나에게 필요한 건 도피가 아닌 나를 사무치게 만드는 온전한 혼자만의 시간이었다.
나는 학부 때 사진 입시의 존재 자체도 몰랐으면서, 사진학과를 복수전공하기 시작했다. 중고등학교 시절,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매일같이 했던 상상 혹은 망상들이 아마 창의력과 연결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을까? 그러나 사진을 찍으면서, 어떻게 다른 시선으로 찍을 수 있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점점 이해하지 못한 개념들을 무엇이라 나열하는 행위로 변했다. 그것이 잘하는 것처럼 보였고, 또 옳아 보였다. 나는 항상 옳은 길을 가고 싶었고, 잘하고 싶었다.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지만 나 자신은 항상 나를 압박했다.
대학원을 통해 이해하지 못한 개념들의 세계에 진입했지만, 잘하고자 하는 철칙은 처절하게 무너져버릴 수밖에 없었다. 현학적인 단어를 막 내뱉을 순 있어도 그 개념을 체화하기엔 아직 역부족이었다. 안다고 생각했던 상상들은 현실에서 백지상태로 내게 다가왔다. 그렇게 나는 기지도 못하면서 걷는 연습은 하지 않고 뛰는 상상을 하며 살아왔다.
재학 2년이 지나고 나서야 나를 그렇게 사무치게 만든 혼자만의 시간에 무엇을 해야할지 알게 되었다. 백지상태를 흑연으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은 오늘 접한 새로움을 내일 다시 한번 되풀이하는 것이었다. 다시 보는 것, 반복해보는 것, 이 모든 것들은 내가 지겹다고 생각한 바로 그 시간에서 이루어졌다. 시간 낭비와 허비로 보낸 나의 시간들을 어떻게 무마할 수 있을까. 이전에 했던 상상과 망상은 나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나의 무지는 이해받을 수 있을까. 나는 여전히 타인에게 인정받으려고 하면서도 이제야 대단하지 않은 나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할지를 배우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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