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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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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기자 칼럼

코로나 시대의 희망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10. 22. 22:10

코로나 시대의 희망

 - 이영서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쓴 지도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마스크와 비대면 강의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는 이제 특별한 불편함이 되지 않는다. 이상기후로 인해 여름 내내 비가 왔다. 인간의 정서에 흐린 날씨가 미쳐 온 유구한 영향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한창 진행 중인 사립대학 종합감사는 이미 고려대가 숨겨왔던 처참한 사실들을 폭로했다. 이 학교에 떨어질 정이 아직도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여전히 납득할 수 없고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이유로, 대한민국의 서울시장은 현재 공석이다. 더 나열할 것도 없이 도무지 희망을 찾기 힘든 시기였다.

 

그러던 중 10월호 1면 기획 취재를 위해 진천 마을학교를 방문했다. 대학원 신문사에 들어온 이래 지방 취재는 처음이라 사실 설레는 마음보다는 두려운 마음이 앞섰던 것 같다. 어쨌든 필자도 기자인지라 기사거리에 대한 걱정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리라. 그러나 독자들도 아마 그렇겠지만, 신문사의 기자들 역시 반복되는 최근의 칙칙하고 절망적인 이슈들에 지쳐있었다. 간만에 상큼한기획을 해보자는 것이 기획 회의의 결론이었고, ‘코로나19 시대 학력 격차 문제의 대안으로서의 마을학교를 취재하기로 결정이 됐다. 필자는 별로 상큼하지 않은 기분으로 진천을 향해 떠났다. 부디 무언가 기사거리가 있어주길 바라며.

 

결론부터 말하자면 진천에 도착한 필자는 그저 반성할 뿐이었다. 그곳에는 감히 이슈 감이라고 판단할 만한 기사거리 따위는 없었다. 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기획하는 분들은 더없이 진지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포용력 있고 지속가능성 있는 형태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막힘없는 답변은, 지금껏 대학원생이랍시고 필자가 써댔던 글과는 비교할 수 없이 구체적이고 시원시원했다. 마을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수업을 하는 활동가 선생님들은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었지만, 그 분들에게서 조금의 망설임이나 서투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기라성 같은 학자들이 즐비한 대학원에서조차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진정한 교육자로서의 열정과 전문성을 발견할 뿐이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었다. 불편한 마스크에도 구애받지 않고 열성적으로 손을 드는 아이들의 모습은,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대학원 강의의 불편한 침묵을 자연스럽게 연상케 했다. 기사거리는 없었다. 그저 그 모든 광경이 희망이었다.

 

희망이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希와 望은 모두 바라다라는 의미의 동사이다. 진천을 방문하기 전 필자의 희망 역시 동사였다. 없을지도 모르는 것을 있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 그래서 동사로서의 희망은 언제나 미래를 향한 것이고, 오지 않은 미래(未來)의 속성상 그것은 늘 사람을 애타게 만든다. 그러나 희망은 명백한 실체를 가진 명사로서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명사로서의 희망은 이미 와 있는 미래의 일부이고, 그것은 죽어가던 사람도 되살아나게 만든다. 마스크조차 숨기지 못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표정은 결코 미래를 향한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미래였다. 그러니 절망하지 말자. 우리가 그토록 바라고 기다리던 미래는 이미 현재에 와 있다. 이제 우리만 잘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