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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광주항쟁’이라는 기억 본문

7면/기자 칼럼

‘광주항쟁’이라는 기억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5. 7. 16:56

- 윤소미 기자

 

 

        ‘광주항쟁’이라는 기억
 


  광주항쟁이 일어난 지 40년이 지났다.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여 일간 광주 및 전남 일원에서 국가폭력에 저항하여 일어난 광주항쟁은 당시에는 실패하였으나 그것이 1987년 6월 항쟁에 영향을 주었고, 1980년대 한국 민주화운동의 정신적 원천으로 작용했다. 한마디로 설명될 순 없지만, 어쨌거나 광주항쟁은 한국 민주화 운동사의 중심에 있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와 함께 광주항쟁은 정치학과 사회학, 역사학뿐만 아니라 문학, 예술 분야까지 수많은 맥락에서 연구되고 있다. 분야는 각기 다르지만 모두 광주항쟁을 기억하고 그 의미를 기리려는 시도에서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무색하게 광주항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으로 보다는 역사화 된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부분의 초·중등학교 및 대학에서 광주항쟁은 역사나 사회과목 시간에 간단하게 언급하고 지나가는 수준이다. 연구자 최영태에 의하면 현재 한국인의 약 45% 가량은 광주항쟁 발발 당시 태어나지 않았으며, 1980년 당시 광주항쟁을 주체적으로 인식했을 만한 나이인 15세 이상 한국인은 전체 인구 중 약 27%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에게 광주항쟁은 이미 역사화 된 사건이며 대부분 국민은 과거의 사건으로서 광주항쟁을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역사나 정치에 특별한 관심을 두지 않는 젊은 세대들에게 광주항쟁은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한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의무가 우리에게 주어진 이상 광주항쟁은 의미 있던 과거의 사건이 아닌 기억해야 할 ‘어제’로 여겨져야 한다. 따라서 광주항쟁이 40주년이 된 이 시점에서 학계에서는 직접 체험하지 않은 세대들에게 그것을 어떻게 기억하게 할지가 중요한 과제로 부과되고 있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은 그 자체로 다가오지 않으며 텍스트로 구조화되어야 후대에 전달될 수 있다. 이때 연구자는 텍스트를 만들어내는 생산자 역할을 한다. 그러나 광주항쟁을 비롯한 4·19와 6월항쟁 등 우리에게 ‘어제’로 기억되어야 할 사건들은 연구 과정에서 어렵지 않게 그저 의미있던 과거의 사건으로 여겨진다. 당장 필자의 경우만 보아도 그렇다. 필자는 이번 학기 전공수업에서 광주항쟁에 대한 발제를 맡으며 냉전하에서 1980년 광주의 상황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검토했다. 왜 광주항쟁을 냉전 하에서 바라봐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제시해야 했고, 이를 분석하는 작업에 몰두했다. 발제문을 작성할 땐 광주항쟁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연구의 필요성을 드러냈지만 정작 작성 과정에선 기존 연구사와 비교하며 그 빈틈을 찾아 주제의 필요성을 제시하는데 급급했다. 이 과정에서 광주항쟁은 기억해야 할 ‘어제’가 아니라 의미를 지닌 과거의 사건으로 다루어졌다.


  물론 이러한 사건들을 단순히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수준의 담론으로 다루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연구자인 내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억해야 할 사건들을 과거의 역사에 그치지 않게 하고 동시에 현재와 이어져 있음을 끊임없이 증명하는 일이다. 지나간 과거를 현재로 끌고 오는 그 방법은 우리가 연구하는 내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