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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화이자와 부정출혈 본문

7면/사설

화이자와 부정출혈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1. 10. 17. 17:02

<화이자와 부정출혈>

 

아직 연일 2000명대 가까이 확진자가 나오는 추세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위드 코로나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시기가 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서 발표한 바에 따르면 926일 기준 국내 인구 대비 총 74.1%가 백신 1차 접종을 마무리하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사람 또한 전체 인구의 45.2%나 된다고 한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발적으로 접종을 거부한 사람들을 제외하면 성인 대부분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고 말해도 무리가 아닐 수치다. 나 또한 초반에는 백신 접종 후 사망한 사람들의 뉴스를 보면서 불안한 마음에 최대한 접종을 뒤로 미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이 정도로 백신이 대세가 되고 나니 자연스럽게 저녁 8시에 알람을 맞춰두었다가 접종 예약을 하게 되었다.

백신 1차 접종을 하러 가자 의사는 여러 주의사항을 설명했는데, 모더나와 화이자의 경우 유독 2~30대 여성에게서 자주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일반적인 백신의 경우 가장 부작용 가능성이 낮은 연령대임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젊은 여성들에게 자주 발생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의사가 언급한 부작용은 팔 통증이나 몸살이었지만, 사실 2~30대 여성을 중심으로 한 훨씬 심각한 백신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부정출혈을 경험하는 부작용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정출혈은 생리 기간이 아닌데도 하혈을 하게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평소에 생리 주기가 매우 규칙적인 사람들도 예외 없이 부작용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생리가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백신을 맞았는데 바로 다시 생리를 시작했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코로나 백신들이 대체로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신속하게 승인되었던 만큼 어느 정도의 부작용 위험성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화이자라고 검색만 해보아도 갖가지 피해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토록 특정 젠더와 연령대에 집중된 부작용 사례는 많지 않을뿐더러 부작용에 대한 후속 조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주변에서도 부정출혈 부작용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어 사안의 심각성을 더 실감할 수 있었는데, 부정출혈로 인해 병원에 문의하거나 내원한 친구들은 모두 공통적으로 백신과의 인과성 확인 불가라는 퉁명스러운 말을 들었을 뿐이라고 한다. 게다가 백신 부작용 신고 접수를 하려고 해도 부정출혈 사례는 선택지도 없는 상태이다.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자 지난 916일에야 기타란이 신설되었다.

젠더 편향적 의료 기술에 대해서는 이미 익숙할 만큼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이토록 노골적인 상황을 목도하고 나니 내 생각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여성 신체 중 어쩌면 유일하게 의료계의 관심사라 할 수 있는 자궁 또한 임신·출산과 연관될 때만 주목의 대상이 된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여전히 세계적으로 난임기술이 피임기술보다 훨씬 발달하고(<난임 기술은 왜 피임 기술을 앞서갈까>, 한국일보, 2021.09.04.), 어느 나라에서는 무려 21세기에 가임여성 인구를 조사해서 출산 지도를 만들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성의 신체를 임신·출산 가능한 몸이 아닌 하나의 몸 그 자체로 바라볼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