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 연구 본문

4면/고대 아카데미아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 연구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3. 7. 22:04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 연구

 

동아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장수희 박사

 본 지면은 본교 박사학위논문을 소개하는 지면이지만,

이번 호에서는 3면 수요시위집회 30주년 기념 기사와의 연계성을 위해 해당 박사학위논문을 소개합니다.

 

 

 

- 목 차

 

Ⅰ. 서론 

  1. 연구목적 및 문제제기 

  2. 연구사 검토 

  3. 연구대상 및 연구방법 

 

Ⅱ. 일본군‘위안부’ 서사의 자료와 역사 

  1.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역사적 흐름 

  2.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의 특성과 역사적 변화 

    1) 공적 역사의 공백을 보충하는 목격담 

    2) 포스트 제국의 전쟁 체험담과 포스트 식민지의 민족수난사 

    3) 운동으로서의 서사 생산과 대중서사의 스테레오타입화 

    4) 초국적 연대와 증언 기반 서사자료의 재생산 

  3. 일본군‘위안부’ 문학적 서사자료의 특징 

 

Ⅲ. 목격과 연민의 복합적 시선과 반공주의적 취사선택 

  1. 파편화된 서사와 수난사 이야기 

  2. 귀환 서사의 주변에 기입된 일본군‘위안부’ 

  3. 완결된 반공 서사 속 일본군‘위안부’의 재현 

 

Ⅳ. 통속소설의 대량 출간과 어린이청소년 대상 서사의 등장

  1. 완결된 리얼리즘 소설의 등장과 통속소설의 대량생산

  2. 외국어 소설의 번역과 재현에 대한 관심

  3.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일본군‘위안부’ 소설의 등장 

 

Ⅴ. 인터내셔널한 여성연대 속 증언 문학의 상호텍스트적 재생산 

  1. 증언에 기반한 문학 작품의 생산 

  2. 해외 문학계의 일본군‘위안부’ 소설의 늦은 번역 

  3. 정동 윤리의 촉발과 여자들의 역사 

 

Ⅵ. 결론 

 

 

 

- 논문 초록

 본 연구는 1945년 이후부터 2021년까지 생산된 일본군‘위안부’ 서사를 실증적으로 조사 기록하고 역사적 특성과 변화를 분석한 연구이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 축적되어 온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를 일별하고 서사자료의 역사적 지형을 읽을 수 있도록 맥락화하여 구체적인 일본군‘위안부’ 텍스트가 어떠한 역사적 지형 속에서 드러나게 되는지를 보여주었다. 

 최근 몇 년 간 일본군 ‘위안부’ 서사에 대한 관심은 뜨거운 이슈가 되었지만 막상 일본군 ‘위안부’ 서사의 역사에 대한 자료 조사나 해석, 역사적 분석은 미비하다. 1945년 이후 한국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서사는 항상 일시적으로 이슈가 되었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왔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기본 자료조차 축적되지 않았고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기억할 아카이빙도 부족하다. 현재 일본군 ‘위안부’ 서사에 관한 논의 역시 이러한 과거의 방식에서 그다지 다르지 않다. 한국 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 서사는 일시적인 관심 대상이나 서술자의 욕망에 따라 전유되거나 전시되곤 했다. 이와 같은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일본군 ‘위안부’ 서사 연구와 논의를 진전시키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적 자료의 특성과 현황에 대한 아카이빙과 이에 기반한 일본군 ‘위안부’ 서사 연구이다. 

 이를 위해 본 논문에서는 먼저 일본군‘위안부’ 서사의 자료와 역사를 기술하였다. 연구의 결과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는 시기별로 다음과 같은 역사적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1945년부터 1950년대에는 공적 역사의 공백을 보충하는 목격담으로서의 일본군‘위안부’ 서사의 양상이 드러난다. 또한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포스트 제국의 전쟁 체험담과 포스트 식민지의 민족수난사로서의 일본군‘위안부’ 서사의 양상이 주를 이룬다. 세 번째 시기인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일본군‘위안부’ 서사는 운동으로서의 서사 생산과 대중서사의 스테레오타입화를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2000년대 이후의 일본군‘위안부’ 서사는 초국적 연대와 증언 기반 서사자료가 재생산되는 양상을 띤다.

다음으로는 해방 직후부터 끊임없이 생산되어 온 일본군‘위안부’ 문학적 서사자료의 특징을 살펴보고 대표적인 작품을 분석하였다. 해방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일본군‘위안부’ 문학적 서사자료의 특징은 목격과 연민의 복합적 시선과 반공주의적 취사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소설 속에는 파편화된 서사와 수난사 이야기, 귀환 서사의 주변에 기입된 일본군‘위안부’, 완결된 반공 서사 속 일본군‘위안부’의 재현 등이 포함된다.

 1980년대와 1990년대의 일본군‘위안부’ 문학은 통속소설의 대량 출간과 어린이청소년 대상 서사로 특징지어진다. 이 시기에는 여성운동과 일본군‘위안부’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한 르포르타주와 통속소설이 다수 출간되었다. 또한 문학상을 받은 외국어 일본군‘위안부’ 소설의 번역과 재현에 대한 관심 고조,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일본군‘위안부’ 소설의 등장도 이 시기의 주요한 특징이다.

2000년대 이후 일본군‘위안부’ 문학은 인터내셔널한 여성연대 속 증언과 문학의 상호텍스트성을 보여준다. 이는 증언에 기반한 문학작품의 생산과 해외 문학계의 일본군‘위안부’ 소설의 번역과 한국에의 번역,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의 흐름이 보여주는 정동 윤리의 촉발과 작품 생산자의 다양화로 드러나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1945년 이후부터 2021년까지의 문학 서사자료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지만 모든 작품을 하나하나 다 살피고 정리하지는 못했다. 이후 연구에서는 다른 장르의 연구와 분석도 필요하다. 중국 등과 같은 전승국에서 생산된 일본군‘위안부’ 서사와 가해국이었던 일본 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일본군‘위안부’ 서사,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과 대만의 일본군‘위안부’ 서사, 식민종주국이 계속 바뀌었던 동남아 국가들의 일본군‘위안부’ 서사는 그 입장과 형상화 양상이 매우 다를 것이라 예상된다. 이는 이후 각 지역의 일본군‘위안부’ 서사 연구들과 연계해가며 계속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다. 

 

 

- 인터뷰 

 

인터뷰이 제공

1. 해당 전공을 선택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선정되지 못했지만 동북아역사재단에서 하는 연구지원 연구계획서를 쓰면서부터였습니다. 그 이후로 한 번도 다른 주제로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일본군‘위안부’ 연구를 하고 계시는 선생님들과 일본군‘위안부’에 관심을 갖게 되는 많은 사람들처럼 ‘아니 왜? 피해자들이 45년이나 지나서 증언을 한 거지?’라는 물음부터 시작하였습니다. 확신은 없지만 일본군‘위안부’의 삶과 말과 역사가, 나와 어머니와 할머니로 이어지는 삶의 역사와 관계를 해명해주는 어떤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어렴풋한 것이었죠.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본군‘위안부’와 관련된 공부를 하면, 어느 것 하나 나의 삶과 이어지지 않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것이 다른 주제로 전공을 바꾸지 않은/못한 이유 같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시게 된 이유와 논문을 통해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자 했던 내용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정전화된 한국문학사에서 다루지 않았던, 다른 이야기의 계보가 있다는 것이 주는 해방감이 있습니다. 이야기들 속에서 일본군‘위안부’가 어떤 양상으로 존재해 왔는지를 추적하는 일은 한국 사회의 어떤 관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해서 글이 언제나 시대순으로 써졌던 것 같습니다. 역사와 사회 체계 속에 듬성듬성 숨겨져 왔던 이야기들을 잇고 또 잇는 일이 일본군‘위안부’ 서사자료 연구입니다. 일본군‘위안부’ 이야기들의 역사가 있고 이것은 한국뿐 아니라 식민지 시기와 전쟁을 겪었던 동아시아 여러 나라에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일본군‘위안부’ 이야기의 역사를 살펴보고 감각하는 일은 어쩌면 우리 인식 속의 세계가 다시 구성되는 일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들인가요? 

 아시아태평양 전쟁 시기 일본군이 주둔했던 곳은 어디든 위안소가 세워지고 여성들이 피해를 당했습니다. 그렇다면 일본군‘위안부’ 이야기도 동아시아 곳곳에 남아있을 터인데, 제가 할 수 있는 언어는 한정되어 있죠. 최근에도 인도네시아 일본군‘위안부’ 소설과 영화 등을 발견했지만, 영어나 일본어로 번역되어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피해를 당한 여성들과 관련된 이야기들은 존재하지만 공유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야기들을 찾기 시작한 나는 어떻게 움직여야 이들의 이야기가 공유되고 연대할 수 있게 될까?’고민하곤 했습니다.

 또 다른 어려움은 나를 참아내는 일이었습니다. 확신하지 못하는 나, 도망치고 싶은 나, 그만두고 싶은 나, 포기하고 있는 나, 마음은 저 멀리 이미 앞서갔는데 논문 진도는 따라가지 못해서 답답한 나, 모르는 나, 맥락을 읽지 못하는 나, 못난 나, 집중하지 못하는 나, 다른 더 재미있는 일들로 이끌리는 나, 생계비를 벌 시간을 할애하는 것에 조바심을 내는 나, 우울한 나를 참아내는 일 말입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 

일본군‘위안부’ 연구를 하는 선배 선생님들,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운동을 하는 선배 선생님들에게 은혜를 많이 입었습니다. 앞선 일본군‘위안부’ 역사 연구사에 빚을 진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일본군‘위안부’ 역사와 관련된 답사를 할 때에도 여러 선생님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유명 대학의 프로젝트에 들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나를 이전에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선생님들이 통역도 해주고, 자료와 정보도 주셨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할 정도죠.  그렇게 빚을 잔뜩 지니까 ‘으악,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도 저를 도와주셨던 선생님들이 눈앞에 지나갔습니다. 그래서 그냥 하던 걸 계속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선배 선생님들, 현장의 선생님들, 동료 선생님들께 빚을 져, 빚을 갚기 위해 그만 둘 수 없게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가졌던 단 하나의 확신은 다 쓰면 뭐라도 선배 선생님들에게, 피해자들을 위한 운동에 도움이 될 거야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 인터뷰·정리 : 황지원 기자 h950301@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