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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학교는 쓰레기 문제를 어떻게 볼까? 본문
꽤 오랜 기간 몸 담고 있는 이곳에서 맞이하는 봄은 꽃으로 점철된다. 서관 앞 미목(미친 목련)으로 시작해 진달래, 개나리와 벚꽃이 휘날리고 수수꽃다리 향이 여기저기서 단내를 풍기며 이공대 동산에 철쭉이 붉게 물드는 그 계절의 아름다움을 꽃으로 느끼고 볼 수 있으니 말이다. 4월 초순의 날씨가 유난히도 덥다고 생각하던 어느 날 벚꽃 사진이나 찍을까 하고 캠퍼스를 돌다가 목련도 개나리도 벚꽃도 수수꽃다리도 철쭉도 우후죽순 동시에 피어있는 것을 보았다. ‘개화 시기가 다 같다고? 그럴 리가… 특히나 목련이랑 철쭉이?’
내가 대학 신입생이던 시절에는 철쭉이 5월 초에 개교기념일 가까이 되어서야 피었다. 혹시나 내 기억의 오류인가 싶어 복구한 싸이월드 사진첩을 뒤지니 십여 년 전 5월의 사진에서 중앙도서관 앞 붉게 물든 철쭉과 애기능 철쭉 사진을 발견했다. 그렇다. 개화 시기가 빠르다. 이렇게 지구가 따뜻해지는 걸 몸소 체험하고 있다.
지난 2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가 발표한 6차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환경의 균형을 깨뜨리는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지점이 이미 지났을 수도 있다.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온도가 1.5℃ 상승으로 예측한 시나리오를 이미 뛰어넘어 2030년 혹은 2040년에 온난화 수준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가상의 시나리오는 우리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다. 지금도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산불이 더 잦아질 것은 물론이거니와 인간의 건강 악화와 조기 사망률, 극단적인 날씨, 해수면 상승, 물 부족 등 수도 없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점 해결에 대한 논의를 위해 전 세계는 다방면에서 해결책을 도모하고 검토한다. UN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접근도 이에 해당한다. 지속가능성의 환경적 측면, 즉 후속세대에게 지금의 환경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 말이다.
대학들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을까? 얼마 전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타 대학에 방문했더니 그린캠퍼스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안내되어 대학구성원 모두의 참여를 권장하고 있었다. 에너지사용량 줄이기, 녹지캠퍼스 만들기, 태양열 활용 등을 비롯해 페이퍼리스 시스템에 대한 학내 안내가 잘 되어 있어 우리 학교에서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라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페이퍼리스는 학생들의 과제나 보고서를 종이로 받지 않고 대학 내 다른 보고서 등도 전자문서화한다는 점에서 종이의 양을 많이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대학이 아닌 전국에 있는 모든 대학이 동참하게 된다면 실로 엄청난 효과를 기대할 만한 운동이다.
그럼 우리 학교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쓰레기통을 예로 들어보자. 외부에 있는 쓰레기통은 그래도 분리수거를 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건물 내부에 있는 쓰레기통은 층마다 파란색 원형 쓰레기통이다. 내가 있는 곳만 그런가 싶어 몇 군데 건물을 들어가 보니 비슷한 상황이다. 종류 구분 없이 모든 쓰레기를 한 쓰레기통에 버리는 시스템이다. 한데 모인 이 쓰레기들이 어떻게 분리되어 정리되고 버려지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분리수거를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린다. 택배라도 학교에서 받으면 생기는 골판지 상자, 어쩌다 점심이라도 시켜 먹으면 생기는 플라스틱 용기와 음식물쓰레기, 피로회복제 음료수병 등 분리해서 버리고 싶어도 버릴 곳이 없다. 최근에 중앙도서관 입구에 분리수거함이 설치된 것을 보았는데, 입구가 너무 작아 병이나 캔, 플라스틱 음료수병 정도만 분리가 가능한 형태인 점이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각 층마다 적어도 각 건물마다는 도입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늦었지만 이러한 변화가 반갑다.
적어도 명실상부 국내 최고의 사립대학이란 우리 학교가 세계 100위권 대학이라는 타이틀에 부끄러워지지 않길 바란다. 실천력을 지닌 학생들을 더욱 더 많이 배출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교내에서도 지속가능성을 위한 실천이 가능한 여러 환경이 조성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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