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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강사 칼럼

나는 지금도 미래에도 행복할 것이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3. 7. 21:53

  2021년 1학기,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기회로 교수자로서의 내 이름을 건 첫 강의가 개설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맡았던 수업은 다양한 실험·실습을 진행하는 강의로 수업을 시작하기 전 준비할 사항이 많았다. 매 차시 진행되는 실험에 필요한 시약, 기구 등 물품을 구매해야 하고 사전에 예비 과정을 통해 수업에 필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일련의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박사과정 막바지에 수업을 맡았고, 대학원 과정 중 수년 간 단련된 조교 경험으로 해당 실습비의 지출 결의 등 필요한 과정을 잘 알고 있어 준비를 위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실습 수업의 경우 대부분 수업조교의 도움을 받지만, 디테일하게 지시할 경우 암묵적으로 까다롭다는 교수자로 인식되어 조교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종종 보았기에 나처럼 경험이 없는 초임 강사 또는 외부강사의 경우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부분이 비전임으로써 서러움을 느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전문적인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대학에서의 수업은 사전에 많은 교재와 논문 조사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므로 학점이 많든 적든 수업 준비에 많은 시간을 공들여야 했다. 수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의 고민과 수많은 연습, 또 처음으로 직접 맡아서 진행하는 수업의 설렘과 기대감으로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어쩌면 웃기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30대 줄에 서서 이렇게까지 설레 본 적이 언제였나 싶을 정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내가 투자한 나의 20대 젊은 시절의 열정과 정성에 비하면 강의료는 매우 아쉽고 씁쓸했다. 하나의 강의, 그것도 1학점의 강의료는 내가 투자한 시간과 비교했을 때 정말 작았고 이 작은 강의료로 일상생활은 정말 절대적으로 불가했으며 현실적으로 부모님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부모님의 지원에 나는 항상 감사하며 금전적 여유가 없다면 편안하게 공부를 할 수 없겠구나 하는 여러 생각들이 스쳤다. 해당 전공의 전문가라는 자부심으로 스스로를 자위하지만 강의를 하고 직접 나의 노동으로 번 돈이 통장에 차곡차곡 들어올수록 마음 한 켠에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것이 현실이었다. 그럼에도 그동안 내가 쌓았던 전공의 지식을 사람들 앞에서 말을 통해 전하는 수업, 그것을 잘 이해하고 질문하고 즐거워하는 학습자의 모습과 그러한 상황을 즐기고 있는 나를 보며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 하는 보람도 있었다. ‘이 맛에 사람들이 강의를 하는건가?’ 하면서. 

 

  그러나 박사를 마치고 강의를 해도 한 가지 바뀌지 않는 사실이 있다. 여전히 지도교수를 놓지 못한다는 것이다. 주변 박사들을 보면 연구 성과가 좋고 논문 실적이 많아도 지도교수님과 사이가 좋지 않아 “나는 포기했어” 하는 분들이 있다. 졸업해서 끝난 줄만 알았던 관계는 내가 온전히 한 집단에 안착하기 전까지 불가능했다. 전임으로 가기 위해 제출해야 할 지원서 목록에는 항상 추천서가 있다. 결국, 이 추천서 때문이라도 지도교수를 놓을 수 없게 된다. 나는 지금도 이 제도가 왜 존재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렇다고 나의 지도교수님을 원망하거나 원한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때가 되면 인사를 해야 하고 아직까지도 그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 가끔은 슬프다. 어떠한 목적이 있어서 연락을 하는 관계가 아닌 나의 또 다른 인생을 열 수 있게 도와준 은사님으로 생각하며, 편안하게 안부를 물을 수 있는 환경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 스스로 닦아 큰 빛을 비출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가 ’특정 인물‘이란 장벽없이 나아가 더 빛날 수 있는 인재로 탄생하기를 나는 희망한다. 

 

  어쩌면 나에게 대학원이라는 과정은 타의가 아닌 자의로 시작된 것으로 스스로의 만족과 내가 더 원하는 위치에 가고 싶다는 선택이었기에, 그 결정에 나는 후회 하지 않는다. 박사학위를 받은 지금도 나의 목표를 위한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고 그 곳을 향해 열심히 달리고 있다. 또한, 현실과 타협하기 위한 나의 합리화일지도 모르지만 가끔은 한 곳을 향한 목적이 곧 집착이 될 수 있고, 다른 경우의 수를 보지 못하고 놓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충고한다.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원하는 방향으로의 착지를 위해 언제든 최선을 다해 도움닫기를 하라고. 그에 따르는 결과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주변 시선이 아닌 너 자신을 위한 길을 가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미래에도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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