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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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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면/쟁점기획

대우조선 파업으로 본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그 실태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9. 2. 14:20

지난 6월 2일 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이하 하청지회)는 불황기에 삭감된 임금 회복 등을 요청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51일이 지난 7월 22일 마침내 회사 측과의 교섭이 타결되면서 파업은 종결되었지만 이번 파업은 여전히 존재하는 원청과 하청 간의 불공정한 관계를 여실히 잘 보여주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와 전국 금속노동조합 장석원 언론부장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2015년 국제 유가의 급락으로 악화한 조선업의 불황은 예상보다 그 타격이 오래 지속되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은 근로자의 임금을 30% 삭감하는 결단을 내렸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실적이 점차 개선되는데도 불구하고 삭감된 임금에 대한 대안 및 근로자의 처우는 변하지 않았다. 이에 하청지회는 끝내 파업에 돌입했고 결국 노사 간의 긴 합의 끝에 4.5% 임금 인상을 마무리로 파업이 종결되었지만, 이번 파업은 단순히 임금의 문제를 넘어 여전히 팽배한 조선업 내 하청 노동구조의 문제점을 조명하였다. 이에 이번 파업의 계기, 주요 쟁점, 그리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하종강 교수를 만났다.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하종강 교수

 

 

파업의 직접적인 원인 및 전개 과정

 

 이번 파업에서 제시된 요구사항은 30% 삭감되었던 임금을 원상 복구할 것과 노동조합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처럼 파업을 진행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과 파업 진행 과정 및 협상 타결 이후 현재까지 전반적인 상황에 관해 물었다.

 “파업에 돌입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임금 문제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들이 요구했던 30% 인상이 마치 너무 과도한 요구인 것처럼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는 사실 불황 이전이었던 6년 전에 받던 임금 수준을 회복해달라는 요구에 불과한 것이었죠. 하청 노동자 임금이 2016년에 삭감된 이후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르지 않았고, 20년 경력의 용접 노동자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을 받는 것에 비춰 보면 파업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며 인상 요구 역시 과도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난 6월, 파업이 처음 시작되고 20일쯤 지나 유최안 하청노조 부지회장이 가로·세로·높이 1미터 크기의 철 구조물에 들어가 스스로 용접하는 등 농성을 시작하면서 많은 이목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희망버스를 타고 집결한 여러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지지를 보였고, 결국 51일 만에 노사가 합의하며 파업이 종료되었습니다. 그러나 임금 4.5% 인상과 금액이 정해지지 않은 연 3회 상여금 지급 정도가 합의의 주요 내용이고,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겠다는 내용은 결국 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합의 자체는 노동자들에게 미흡한 조건이었다고 할 수 있죠. 특히 회사 측은 파업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 약 1천억 원 미만의 손해배상소송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정부 역시 이번 사건에서 노동자들의 농성을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태도를 보인 만큼, 이번 파업은 극적으로 종료되었지만 당면한 과제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보기는 힘들겠습니다.”

 

한국 노동시장 내 이중 구조의 역사적 배경

 

 이번 사건에서 특히 주목되었던 것은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의 이중 구조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었다. 이처럼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가 특히 조선업의 사내 하도급 구조에서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이며, 이러한 문제점들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선업의 하청 구조가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다른 제조업 분야보다 훨씬 크기 때문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도 2016년에는 7만 명을 해고하고 임금을 30%나 삭감해야 할 정도로 불황이었지만 최근에는 최대의 호황이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수주액이 늘어난 상태였죠. 이렇게 차이가 크다 보니 다른 제조업 분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물량팀’이라는 구조가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이는 하루 단위로 계약하여 단기적으로 일하는 고용 관계인데, 하청 구조 안에서도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최하위 계층이기에 가장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 있습니다. 

  한편 이번 파업이 길어진 이유 역시 이러한 이중 구조의 문제가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실질적인 고용주이자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들과의 교섭에 임할 법적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또 실질적으로 생살여탈권을 가진 원청이 하청의 고용 관계에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는 구조이다 보니, 하청 측에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데에도 당연히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대우조선해양은 지분을 절반 이상 국책기관인 산업은행이 갖고 있어 현재 ‘주인이 없는 회사’와도 같기에, 노동조건의 개선은 우선순위에 있지 않습니다.

  원론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사회의 모든 사기업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지상과제이기 때문에 법과 제도로 고용 관계를 규제하지 않으면 노동력을 무한 착취하는 구조가 쉽게 정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한국은 식민지배, 독재정권, 그리고 분단체제라는 역사적 특수성까지 안고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자본 중심의 경제학이 주류로 부상하면서 국가 정책과 사회 전반에 반영되고 있고, 노동권에 관해서도 매우 보수적인 경향이 팽배해있죠. 또 외환위기 이후에는 이전까지 불법 고용으로 규제받던 하청 노동이 기업이 노동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매우 손쉬운 고용계약으로 가능해졌고, 위기를 극복한 이후에도 단기적인 노동비용 절약과 하청 구조와 얽힌 이권들로 인해 원상회복이 되지 않은 채 여전히 한국 노동시장에서는 이중 구조의 문제점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파업의 사회적 의의와 ‘노란봉투법’

 

대우조선해양 측은 파업 과정에서 수천억 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일부 정당에서는 노동 삼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무분별한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당하지 않는 취지를 담은 ‘노란봉투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주요 쟁점은 무엇이며, 지금까지 번번이 무산되어 온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다.

 “노란봉투법은 기업이 헌법상 권리인 노동자의 파업권에 대해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노조법 개정안을 말합니다. 즉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금지함으로써 그 헌법의 원칙을 제대로 구현하자는 취지입니다. 파업은 근본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손실과 시민의 불편을 초래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그렇다면 이것이 왜 헌법상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파업은 노동자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그 보장된 권리가 사회 전체에 유익한 이익을 줍니다. 즉, 우리 사회가 손해와 불편을 감수해야 할 만큼 중요한 권리라는 것이죠. 그러나 우리 사회는 왜 그러한 권리를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지 아직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실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에는 파업에 관한 면책조항이 있습니다. 다만 이 면책조항은 ‘합법적인 파업’에 대해서만 적용하고 ‘불법적인 파업’에는 적용하지 않는데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판단을 지나치게 엄격히 규정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컨대 파업 도중 우발적인 손괴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 이를 원인으로 해 불법적인 파업으로 규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살인 같은 극단적 방식이 아닌 한 사업장 점거나 우발적 폭행, 기물 파손 여부로 ‘합법 파업’과 ‘불법 파업’을 가르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87호 협약에서는 직장점거를 합법적 파업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그에 비해 합법 파업의 범위를 지나치게 좁게 제한하는 한국의 노동법 관행에 대해서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여러 번 개선 권고를 내린 바 있습니다. 이번 대우조선 사건만 봐도, 사실 하청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매일 자신들이 일해왔던 회사 현장을 점거하고 파업을 진행한 게 전부입니다. 그런데 그 현장의 실 소유자가 하청이 아닌 원청이기 때문에 정부와 회사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것이죠. 또 기업의 입장에서는 파업을 불법으로 간주함으로써 실제 손해액을 보상받기보다는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위축시키는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점을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노동조합 활동가들에게 손해배상 철회를 조건으로 퇴직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한 것도 사실이고요.

 이러한 문제를 정확하게 바라보고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법에 대한 이해가 중요합니다. 우리는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라는 말을 진리라고 배우지만 이는 사실 시민법에만 해당합니다. 실제로는 지위고하와 빈부격차 등으로 인해 모든 인간은 오히려 불평등한 것이 진정한 현실이죠. 그래서 사회법은 불평등을 적용함으로써 평등을 구현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이게 사회법의 기본 원리입니다. 그런데 한국 법조인의 대부분은 시민법을 기반으로 공부해 사회법적으로 문제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판단할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사회법 중 하나인 노동법은 대부분의 법과대학에서 필수과목으로 지정하지 않고 있고, 공부해야 할 분량이 기업법과 비교해 열 배가 넘어 사법시험 시절부터 선택하는 응시자가 극소수에 불과했죠. 이처럼 손해배상 소송이라는 중요한 문제를 다뤄야 하는 사법체계 내에서 여전히 노동법에 무지한 법조인이 양성되는 문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법조인으로서 사회법 사건을 시민법의 원리로 판단해 올바르지 못한 판결을 내리는 잘못을 모르고 있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입니다.”

 

더 나은 노동을 위한 세 가지 제안

 

 지난 7월 노사 간 합의를 타결하며 대우조선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종결되었지만, 노동조건과 노동자의 권리 개선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이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마지막으로 물었다.

 “하청 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투쟁을 지원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 역시 최소한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생각이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이 개선돼야 하는 이유는 그 과정을 통해 기업경쟁력과 국가 경제에 유익한 결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비정규직 노동조건을 위한 세 가지 방안으로 첫 번째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방법입니다. 유럽이나 호주 등 국가에서는 우리와 반대로 임시 고용 노동자의 임금이 굉장히 높습니다. 특히 호주는 통계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25% 정도 임금이 높고 정규직과 동일한 고용보험, 산재보험, 연금 등이 주어집니다. 그래서 우수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오히려 회사에 얽매이는 정규직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비정규직을 택할 만큼 노동조건이 보장되어있는 수준입니다. 

 두 번째로는 스웨덴에서 시행 중인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제도화하는 방법입니다. 2010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 분신 사건에서 화제가 되었던 것은 “똑같은 자동차에서 왼쪽은 정규직이, 오른쪽은 비정규직이 조립”하는데도 불구하고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만으로 임금이 절반 수준에 머물렀던 노동자의 절규였습니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임금 체계를 개편하기도 했죠. 그렇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가 실질적으로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론 현대자동차 안에서만 해결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웨덴은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국가 단위로 시행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회사가 달라도 같은 직무를 한다면 연차에 따른 동일한 임금을 받는 시스템이죠. 예컨대 3년 차 간호사라면 대학병원에 있든, 동네 의원에 있든 그 임금이 같다는 의미입니다. 일부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동일노동 동일임금’ 제도가 스웨덴 경제 성장의 동력이었다는 발표도 있을 만큼, 이 제도는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부족해 임금을 적게 주는 기업을 도태시키고 경쟁력 있는 기업만 남을 수 있게 해 저임금을 없애면서 사회 안전망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식 중 하나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동교육의 강화입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노동이라는 단어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분단체제의 영향으로 ‘노동’이라고 할 때 이북의 정권과 체제가 연상되다 보니 일종의 편집증적인 혐오감이 형성돼버린 것이죠. 또 2011년 교과 교육과정 당시 63종의 사회과 교과서를 전수조사해본 결과 ‘노동 운동’이라는 단어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이미 제도권 안에서 노동교육을 자세히 하고 있습니다.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2012년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영국을 구성하는 농업, 제철, 의료 등 다양한 계층의 노동자 계층이 등장했습니다. 한 사회가 잘 구성되기 위해서는 여러 노동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 것이지요. 우리는 사회 전체를 위해 유익한 선택이 무엇일지 항상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서 월등한 특권을 갖는 게 사회 전체를 위한 이익인지 혹은 그렇지 않은 다른 사람들과 비슷하게 사는 것이 사회 전체에 더 유익한지에 대해 올바른 가치판단을 할 수 있는 교육제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

최서윤 기자 jensy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