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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대학원생에게도 활짝 열린 창업의 꿈 본문
대학원생에게도 활짝 열린 창업의 꿈
-대학원생 창업자에게 들어본 스타트업의 현실과 가능성-
창업(創業)은 나의 창고(倉)를 보존하며 다른 창고를 칼(刀)로 위협해 이익을 취한다는 어원을 내포하고 있다. 그만큼 성공한다면 큰 이익이 따르지만 실패할 경우 위험부담이 큰 영역이기에 많은 경험과 지식을 쌓은 후 시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2022년 고등교육 정책으로 “창업으로 인한 입영 일자 연기 횟수 제한 폐지”가 시행되고, 본교에서도 대학원생을 대상으로 ‘기술창업아카데미’를 시행하는 등 산(産)·관(官)·학(學)을 망라한 다양한 장려와 지원이 이루어지면서 20·30대 창업은 과거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초기 자금 마련에 대한 부담과 정보의 편재성 등으로 인해 여전히 대학원생 창업의 진입장벽은 높은 게 사실이다. 이에 본지는 대학원생 창업을 정확히 알아보고 창업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스튜디오사월 양나리 대표와 볼트앤너트(BOLT&NUT) 유재익 이사를 만나 대학원생 창업에 관한 대담을 진행했다.
스타트업 시나리오와 볼트앤너트 소개
양나리 대표와 유재익 이사는 각기 본교 인문계 대학원과 이공계 대학원을 졸업한 후 창업에 성공하여, 현재 각자의 영역에서 기업 운영 활동을 활발하게 이어나가고 있다. 먼저 양 대표와 유 이사에게 현재 운영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해 소개를 부탁했다.
양나리 대표(이하 양): “저희 ‘스튜디오사월’은 누구나 쉽고 편하게 시나리오를 읽고 쓸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스타트업입니다. 그래서 작년 12월에 어플리케이션 ‘시나리오(SEEnario)’를 개발했고, 현재는 이것을 더욱 업그레이드한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 어플리케이션에서는 크게 두 가지 서비스를 사용자분들께 제공하고자 하는데요. 먼저 시나리오를 쓰는 차원에서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시나리오 집필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장면 번호(S#), 해설, 대사, 지시문 등의 구획을 편하게 설정해서 마치 ‘카카오톡’ 메시지를 치듯이 손쉽게 시나리오를 작성할 수 있는 것이 핵심이고요. 여기에는 다 쓴 원고를 여기저기 공유하거나 공동 집필을 할 수 있는 소셜 서비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시나리오를 읽는 차원에서, 출판되지 않는 여러 시나리오들을 전자책의 형태로 만들 계획입니다. <기생충>과 같이 많이 알려진 작품이 아니면 작품성이 뛰어난 작품들의 시나리오들도 거의 출판되지 않는 게 현실이거든요. 영화 팬들이 개인 블로그 등에 직접 타이핑한 시나리오를 공유하는 식으로 읽히고는 있지만, 이는 불편하기도 하고 저작권 문제도 발생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미 개봉된 작품들의 시나리오를 계약해서 전자책 형식으로 내고, 매달 조회 수당 수익금을 나눠가지는 형태의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작가와 독자들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형태로 나아가려고 합니다.”
유재익 이사(이하 유): “저희 ‘볼트앤너트’는 제조 전문가 매칭 플랫폼을 구축하는 스타트업으로, 현재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 간에 이루어지는 전자상거래) 사업을 위주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직접 온라인 제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 중에 있습니다. 저희가 주력으로 삼는 서비스를 몇 가지로 나눠서 소개드리면, 먼저 전자/반도체‧디지털/가전‧IOT‧부품 등 제품의 제작을 원하는 기업/개인 단위의 클라이언트와, 실제로 그것을 제작할 수 있는 전문가를 연결해드리는 게 가장 주된 서비스였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클라이언트들의 구체적이고 전문적인 요청이 워낙 많았던 탓에 회사 내부에도 이에 대응하기 위한 엔지니어링 팀을 두게 되었고, 현재는 이 팀을 기반으로 난이도가 적정한 선에서 직접 제품을 제작해드리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작에 관심이 있지만 아직 전문 교육을 받지 못한 분들을 위해 만들고 싶은 제품에 특화된 컨설팅이나, 아예 동종 업계를 희망하는 분들을 위해 제조 전반에 대한 컨설팅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일대일 컨설팅 서비스 이외에도 하드웨어 교육에 대한 다대일 강연 서비스 역시 제공하고 있고요. 이상의 네 가지가 저희의 대표적인 서비스들이지만, 기본적으로 볼트앤너트의 강점은 철저하게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매칭부터 시작해서 구체적인 과업 지시라든가 계약서와 같은 세부적인 부분들까지도 하나하나 다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가능한 맞출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대학원이라는 분기점
학업으로 인해 초기 자금이나 여유 시간 마련이 어렵다는 점에서 대학원생이 창업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다. 유 이사와 양 대표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와 함께, 대학원 생활이 이들에게 어떤 분기점이 되었는지 물었다.
유: “저는 3수를 해서 학교에 들어왔던 터라,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1학년 때부터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던 듯합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다 보니 그 영향을 많이 받아서, 미래에 대한 생각은 항상 창업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도 1학년 때 ‘식당 프리미엄 예약 서비스’라는 아이템으로 창업을 도전했었습니다. 예컨대 기념일 등 특별한 날에 창가 자리와 같은 식당의 프리미엄 요소의 예약을 도와주는 서비스였는데, 너무 경험이 없기도 했고 군 문제가 걸려 있으니 결국 흐지부지 끝이 났지만 거기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역 이후에도 두려움 없이 창업에 도전했고, 그러던 와중 저와 마찬가지로 계속 창업을 고민했던 친구가 제가 생각했던 것과도 딱 맞는 창업 아이템을 함께 하자고 제안해줘서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대학원 입학은 학부 시절 마지막 학기에 ‘볼트앤너트’를 시작하면서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생 스타트업을 전업으로 하는 것보다는, 해당 분야에 대한 공부도 할 겸 대학원을 병행하는 게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제가 학부 때는 반도체를 주로 공부했었는데, 이렇게 하드웨어 사업으로는 스타트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걸 학부 때 착수했다가 좌절됐었던 전동 킥보드 사업의 경험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초기 자본금 문제에서 기존 기업들과 경쟁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공부에 대한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고, 대학원 때 세부전공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물론 일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학기 중에는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직‧간접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양: “유 이사님이 창업을 먼저 결심하고 그 일환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셨다면, 저는 반대로 대학원에 진학한 이후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어 창업을 하게 된 경우입니다. 저는 부산 출신이어서 학창시절에 부산국제영화제에 자주 갔었는데, 그때부터 영화를 정말 좋아하게 되었어요. 입시를 하다 보니 원하지 않는 사범대로 진학을 했지만, 임용시험을 치는 것은 원래부터 계획에 없었고 항상 영화감독에 대한 꿈을 꿨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좋아하는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졸업 후 일반대학원 영상문화학협동과정에 진학하게 되었고, 영화를 본격적으로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 동안에도 시나리오를 계속 썼고, 대학원 선배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팀을 모아서 단편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작품을 생산해도 외장하드에만 저장돼 있을 뿐, 어디 올려서 사람들에게 공유하고 알릴 곳이 없다는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아이러니였습니다. 공모전 같은 경우는 1년에 한 번 열릴 정도로 빈도가 낮은데다가, 뽑힌다고 해도 영화로 제작되는 것도 아니거든요. 최근에 화제가 됐었던 ‘오징어게임’도 10년을 묵힌 각본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처럼 제 동료들이 쓴 좋은 작품들이 묻혀서 빛을 못 보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도 웹툰이나 웹소설처럼 편하게 업로드할 수 있고 향유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러한 문제의식과 필요성이 계속 자라나면서 창업까지 결심하게 된 것입니다.”
스타트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원제도
현재 정부, 지자체, 학교 등 여러 단위에서 다양한 창업 지원제도를 제공하고 있다. 창업자들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 있는지, 양 대표와 유 이사는 어떻게 그러한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지 물었다. 또한 창업을 준비하는 대학원생으로서 꼭 알아둬야 할 정보나 제도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함께 질문했다.
양: “일단 ‘K-Startup 창원지업포털’이라는 국가 운영 사이트에 어떤 지원 제도가 있는지 대부분 다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창업을 준비하신다면 이 사이트를 중심으로 정보를 계속해서 확인하시는 게 꼭 필요하고요. 그밖에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모인 ‘오픈카톡방’이나 기타 커뮤니티 역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희 ‘스튜디오사월’같은 경우는 ‘예비창업패키지’라는 곳에서 처음으로 지원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어떤 사업을 하고 싶다는 내용의 기획서를 써서 내면 아이템만 좋을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처음으로 신청을 하는 곳입니다. 또한 ‘매쉬업엔젤스(Mashup Angels)’와 같이 스타트업 투자를 위주로 하는 큰 회사들이 있는데, 이런 곳에서 진행하는 투자‧지원 사업들에서도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업 단위에서 제공하는 지원사업에 대한 정보 역시 수시로 확인해둘 필요가 있고요.
그밖에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광화문 교보문고 옆에서 ‘스타트업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는데, 여기서 업무공간을 지원받아 무료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송파구에 사무실이 있을 때는 송파구 지역자치단체에서 네트워킹‧멘토링 등 비금전적 서비스를 지원받기도 했어요. 스타트업이 맨땅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가장 큰 걸림돌이 초기 자본금과 정보 부족의 문제인 만큼 이러한 지원제도를 정확히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스타트업을 위해 가장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유: “양 대표님이 잘 정리해서 말씀을 해주셨는데, 확실히 지원제도에서 제일 중요한 두 가지는 금전적 지원과 공간적 지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바탕으로 철저히 계획을 세워 지원제도를 공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창업자들이 따라가는 주된 노선이 정형화 돼 있습니다. 처음에는 ‘예비창업패키지’에서 평균적으로는 4천만 원, 최대 1억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 다음에는 ‘초기창업패키지’와 ‘청년창업사관학교-창업성공패키지’의 두 가지 트랙으로 갈리는데, 여기에서 또 평균 6~7천만 원, 최대 1억 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초기 자본금으로 삼아서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시기를 잘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죠. 그 뒤로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나면, 어느 정도 중견 스타트업들이 지원할 수 있는 R&D(Research & Development) 지원사업을 목표로 성과를 내는 것이 기본적인 노선입니다. R&D 사업의 경우 지원금의 단위가 확 올라서 평균 1억 5천에서 2억 5천, 최대 몇 억까지도 지원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저희 ‘볼트앤너트’의 경우 본교에서 진행하는 지원사업에서 최대한 수혜 받을 수 있도록 노력했던 게 주효했습니다. ‘예비창업패키지’ 같은 지원사업이나 여러 대회에 거의 다 지원하여 금전적인 지원을 받았고, 현재도 안암동 캠퍼스타운에 입주하여 그곳을 사무실로 쓰고 있는데, 이처럼 공간적인 문제도 학교 지원제도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학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대학원생으로서 창업을 준비하신다면, 이렇듯 학교의 창업지원제도가 어떻게 돼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알아보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내 ‘크림슨창업지원단’ 같은 곳에서도 여러 차원에서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니 함께 참조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그렇다면 지원을 받는 입장에서 아쉬운 점이나 지원제도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단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양: “개선하기 어려운 부분이고, 필요한 규정이라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대부분의 정부 지원금이 대표자의 월급으로는 책정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매출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정작 창업자가 무보수로 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개인적으로는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유: “저 역시 지원받을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대부분의 지원제도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단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형식적인 보고서 제출이나, 절차의 복잡성 같은 것은 간소화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창업부터 운영까지의 애로사항
창업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이제 운영을 맡아서 하고 있는 CEO의 입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유 이사와 양 대표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느꼈던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어떤 것이었을까.
유: “스타트업에 국한된 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함께 롱런할 수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제가 회사에서 지금까지 인사업무를 하면서 지원서는 500~700개 정도를 봤고, 면접만 해도 100~200회 정도를 진행한 것 같아요. 그렇게 해서 사람을 뽑는 것에서부터 그 사람을 같이 일할 사람으로서 업무에 적응시키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소모됩니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어디나 마찬가지겠지만, 저희는 스타트업인 만큼 이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러면 또 구인공고를 내야 하고, 다시 적응 기간이 필요해지면서 사업 속도는 점점 더뎌집니다. 이런 문제가 계속해서 저희가 마주할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당연하게도 사업 자체에 대한 고민도 많은 편입니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이 단계 별로 발생하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점차 더 심화되기만 하는 것 같아요. 초기에는 어떻게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면, 매출이 발생하고 나서부터는 어떻게 이 매출이 지속성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됐습니다. 어느 정도 매출이 안정되고 나서는 어떻게 매출을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지, 혹시 현재의 매출을 위협할 다른 요소는 없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할 수밖에 없게 됐고요. 스타트업 특성상 언제든 불안 요소가 산재해 있고, 창업자로서 제가 맡은 역할이 있는 만큼 언제까지고 떨치지 못할 고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양: “유 이사님이 스타트업에서 인재를 유지‧보존하는 것에 대한 애로사항을 잘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그런데 저희의 경우에는 인재를 선발하는 것부터가 가장 큰 애로사항이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아무래도 저희와 같은 어플리케이션 개발을 주축으로 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들, 그 중에서도 인문계열 창업자들이 위주가 된 스타트업들이 가장 크게 겪고 있을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개발자를 뽑는 문제입니다. 아무리 기획과 디자인이 좋아도 그걸 기술적으로 구현해 줄 개발자가 없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지금까지는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조차 전부 외주를 줘서 처리했었는데, 이럴 경우 시간 마감도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고 무엇보다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원하는 상태로 출시될 가능성이 굉장히 떨어집니다. 그리고 개발자의 부재는 이렇게 업무 진행의 차원에서도 상당히 큰 애로사항이지만, 앞서 말씀드린 지원제도에 있어서도 굉장히 불리하게 작용할 때가 많아요. 어딘가에서 발표하거나 사업에 신청할 때마다 실제로 가장 큰 약점으로 작용한 게 개발자의 부재였습니다.
그래서 믿고 함께 일할 수 있는 개발자를 뽑는 게 현재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데, 정말 쉽지가 않더라고요. 소수가 정예인력이 되어 일해야 하는 스타트업의 특성상, 저는 멤버의 구성이 창업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시나리오’도 지금의 동료들이 없었다면 시작할 엄두도 내지 못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서로 잘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다 보니 접근 가능한 인력 풀이 다소 제한되어 있고,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찾는 일 자체가 어려운 듯합니다. 또 개발자라는 직업의 특성 자체가 함께 일해보기 전까지는, 그 분의 능력이 저희의 업무나 요구와 적합한지 알 수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개발자가 귀해지면서 몸값은 계속 올라가는데, 뽑아놓고 보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걱정이 많습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끈끈하게 지탱해 온 회사인지라 인간관계나 분위기에 있어서는 전혀 애로사항이 없었지만, 도리어 새로운 사람을 구하는 것 자체가 현재로선 가장 큰 애로사항입니다.”
창업을 꿈꾸는 대학원생들에게 한마디
대학원생으로서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텐데도 지금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회사를 잘 이끌어 온 양 대표와 유 이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끝으로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원생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바가 있다면?
양: “대학원생으로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고, 창업을 생각하고 있다면 꼭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살아간다는 것이 결국은 다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잖아요. 자기만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 사회의 문제도 있을 것이고요. 대학원생이라면 더욱 내 삶에 산재한 문제들에 대해 예민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삶의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해보려고 시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이점이 있다고 믿어요. 실제로 저도 창업을 결심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점은 주도적으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거기서 얻는 재미도 크고요. 물론 전업 연구자분들도 연구를 통해 삶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들이겠지만, 이러한 길도 있다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유: “양 대표님이 굉장히 긍정적인 말씀을 해주셨고, 거기에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그렇지만 확실히 섣불리 도전하기에는 아직 위험 요소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대학원 재학 중에 창업을 결심하는 경우 많은 요소들을 생각하고 결심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전적으로 창업에 몰입하지 않고 대학원 학업과 창업 사이에 줄다리기를 하는 경우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 수 있기 때문에 재고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대학원생일 때는 대학원생으로서 받을 수 있는 연구 관련 혜택을 가능한 다 받으면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고민해보시는 게 좋습니다. 졸업 이후에도 열정과 문제의식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 때 도전해도 늦지 않거든요. 실제로 박사 학위가 있는 경우 앞서 말씀드렸던 지원제도나 지원사업에서 남들보다 훨씬 더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사회적인 차원에서 긍정적인 말씀을 드리자면, 일단 개인의 성장에서 창업보다 빠른 길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 사업이고 내 아이템이다 보니 고민의 강도나 빈도가 지금까지 했던 일하고는 비교가 되지 않아요. 대학원생이라면 개인의 성장과 그 속도를 추구하시는 분들이 분명 계실 텐데, 그런 분들께는 꼭 한 번 도전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또한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창업의 진입장벽이 예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졌습니다. 기성세대의 창업은 직장에서 수십 년 일해서 저금한 돈과 퇴직금 등 개인의 위험부담을 상당부분 걸고 뛰어든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현재는 지원제도와 지원사업이 정말 다양해지고 또 많아졌습니다. 이렇듯 초기 자본금에 대한 부담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에, 저희와 같이 젊은 세대든 대학원생이든 도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 이영서 기자 youngseo516@naver.com
■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
'3면 > 쟁점기획'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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