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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학술동향

수산식품으로 바라본 인류 건강과 식생활 패턴의 변화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9. 2. 14:34

 

수산식품으로 바라본 인류 건강과 식생활 패턴의 변화 

 

 

 수산식품은 인류의 주요 식량원으로 역사를 함께 해왔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수산물 소비량은 OECD 회원국 평균 2배에 달하며, 전 세계적으로 하루 동물성 단백질 섭취량의 약 20%를 제공하고 있다. 수산식품은 민물 혹은 바닷물에서 양식하거나 직접채집을 하여 얻게 된 모든 동식물성 식품을 말한다. 최근에는 지속 가능성과 연계해 블루푸드(blue food)라고 불리는 이 식품군은 영양학적으로 우수할 뿐만 아니라, 축산업 등 타 산업에 비해 식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발생량이 매우 적고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지구 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증진 시켜주는 식품으로 각광 받고 있다. 또한 기아 및 식량 안보 등의 문제를 해결하고 식품 공급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는 활용이 강조되고 있다. 식량 안보가 불안정한 일부 지역에서는 영양가 높은 양질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미래식품 공급 시스템 구축에 큰 잠재력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등 모든 산업에서 지속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만큼 우리 식생활과 생산 가공 소비 및 섭취에 이르는 모든 과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에 대한 적극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본 글에서는 지난 6월 2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한국영양학회에서 공동으로 주관한 ‘지속 가능한 식생활에서 수산식품과 건강’에서 발표된 최근 연구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수산식품 섭취를 통한 노인질환의 예방

 

 이화여자대학교의 김양하 교수는 ‘수산식품섭취와 노쇠 예방’에 대해 발표했다. 건강식의 표본으로 보는 지중해식(mediterranean diet)을 분석해보면 과일, 채소, 통곡물류 다음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수산식품이다. 장수 국가로 유명한 일본 오키나와 지역의 하루 식사 패턴을 분석한 오키나와 식단(okinawa diet) 역시 과일과 채소 다음으로 미소 된장 등을 통한 두류와 생선 섭취의 빈도가 높다. 실제로 수산식품의 섭취가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감소시키고 여러 가지 만성질환의 위험을 낮춰준다는 연구결과는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입증되어왔다. 특히 최근에는 노년 인구에서 많이 나타나는 노쇠(frailty)의 발생을 줄이고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가 발표되어 이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중이다.

 한 국가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를 초과할 경우 초고령 사회에 진입했다고 정의하는데, 한국은 그 시기를 2~3년 후인 2025년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노년 인구수의 증가에 따라 노인의학, 노인영양학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노쇠와 식품 섭취 간의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노쇠는 노화(aging)와 유사하지만 조금 다르다. 노화는 나이가 들어가며 신체 기관의 항상성과 유지 능력이 감소하는 과정을 의미하지만, 노쇠는 WHO의 정의에 의하면 노화로 인한 신체 기능의 저하에 따라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임상적 증상을 의미한다. 즉 노화 과정 중 늙어서 몸과 마음이 쇠약해지면서 나타나는 무기력증, 삶의 질 저하 등이 모두 노쇠에 포함되는 것이다.  아직 노쇠는 명확하게 질병의 분류에 포함되지는 않으나 치료와 예방이 어느 정도 가능해 70세 이상이 되면 이에 대한 스크리닝이 필요하다고 권장된다. 

 노쇠는 그 정도에 따라 여러 질환의 위험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최근 연구에서는 코로나 19에 감염되어 사망한 노년 인구의 비중 중 노쇠 정도와 사망률의 상관관계가 밀접했다고 보고됐다.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년 인구와 노쇠 인구가 함께 증가할 것으로 보여 이를 예방해 건강수명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수명은 크게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으로 구분되는데, 기대수명이 평균적으로 살아가는 기간을 예상한 수치라면, 그 기간 중 장기치료, 입원 등을 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는 수명을 건강수명이라 한다. 2013년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79.7세, 건강수명은 70.3세였지만 2019년 자료에 따르면 기대수명은 82.4세, 건강수명은 64.9세로 의학 기술의 발전 등으로 수명은 증가했지만, 건강의 질은 감소해 단순 생존이 길어졌다는 결과를 보였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 사이 간극은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또한, 인구 고령화의 추세를 고려해 노쇠를 예방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고 노쇠와 식이패턴 간의 상관성을 분석하는 연구 역시 최근 많이 진행 중이다. 2014~2018년 국민영양건강조사에서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노쇠 점수를 측정하고 식이 섭취 패턴을 분석했다. 노쇠 점수는 체내 근육량, 지방량, 골밀도를 분석해 측정했는데 그 결과 25.6%는 건강한 상태, 62.5%가 노쇠 초기 단계, 11.9%가 노쇠 진행 단계로 분석되었다. 식이 패턴은 크게 제 집단으로 흰 쌀밥과 김치류를 주로 섭취하는 집단1, 채소, 유지, 생선류를 주로 섭취하는 집단2, 탄수화물과 육류를 많이 섭취하는 집단3으로 나뉘었다. 이 두 데이터 간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수산식품 섭취량에 따라 노쇠 점수와 노쇠 위험도가 낮았다. 집단1의 노쇠 위험도는 평균보다 1.39배 증가한 반면에 집단2는 0.55배 감소한 결과를 보였고 집단3은 1.55배 증가해 고기와 생선 중 단백질 급원 선택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1984년 자료를 보면 성인 평균 29g의 단백질을 섭취했지만 현재는 약 2배 정도로 섭취량이 늘어났다. 그러나 과거에 비해 급속하게 증가한 단백질의 급원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소, 돼지, 닭 등의 육류였고 수산식품으로 섭취한 동물성 식품의 양은 거의 증가하지 않았다. 그러나 65세 이상의 노인 집단에서는 수산식품의 섭취가 더 높은 다른 양상이 보였다. 이는 노화에 따른 저작력 감소, 육류 섭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수산식품의 섭취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노인들에게 수산식품은 굉장히 중요한 동물성 식품의 급원이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관련해 심혈관 질환의 발병 이력이 없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2005~2015년 약 10년 동안 수산식품 섭취량을 조절한 세 집단의 심혈관 질환에 누적 발생률을 추적했다. 그 결과 총 모집단 6,559명 중 수산식품 섭취자가 낮은 대상자는 12.8% 높은 대상자는 약 7.8%의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보여 수산식품이 노년 인구의 섭취, 건강 등에 매우 적합한 식품이라고 볼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식생활에서의 수산식품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볼 대상이다. 지속가능한 식품 시스템(sustainable food system)이라는 것은 그동안에 무분별한 식량의 대량 생산과 그다음에 산업화로 인해서 지구가 망가지는 것을 지양하며 지구환경에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공정하게 이러한 식량 자원을 공급해 취약계층에게도 잘 분배될 수 있는 시대로 가야 하는데 수산식품은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육류와 비교하면 약 1/12 정도고 생산에 사용하는 물의 양도 훨씬 적어 환경친화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노쇠 등 여러 가지 노인질환의 위험도를 감소시키는 등 전 영역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가정간편식 시장 속 수산식품 변화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박찬엽 전문연구원은 ‘가정간편식 시장 확대, 수산식품산업 대응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가정간편식(이하 HMR, Home Meal Replacement)은 완전 반조리 형태의 가정식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바로 또는 간단한 조리과정을 거쳐서 먹는 식품이라고 정의한다. HMR은 수준에 따라 RTP, RTE, RTC, RTH 등 4가지 형태로 구분된다. RTP (Ready To Prepared)는 조리용 소분채소와 같이 식재료를 요리하기 편리하게 세정하고 소분한 상품, RTE(Ready To Eat)는 밑반찬, 나물, 김치, 샐러드, 샌드위치, 김밥과 같이 구매 후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 RTC(Ready To Cook)는 냉동만두, 냉동돈까스, 양념갈비 등 간단한 조리 후 먹을 수 있는 음식, RTH(Ready To Heat)는 즉석밥, 즉석국, 냉동피자, 레토르트식품(국, 스프, 카레 등) 전자레인지 등으로 간단하게 가열 후 먹는 음식을 말한다. 인구 구조는 식품 산업에서 가장 고려되는 사항으로 최근 증가한 1인 가구는 소형 제품 수요의 증가, 간편식·편의점 즉석식품의 판매 증대, 배달·포장 시장 확대 등 제조, 유동, 외식, 가공 등 식품산업의 전반에 있어 다양한 변화를 초래했다. 최근에는 보관과 조리가 쉬운 식품을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빠르게 확산되었고, 코로나 19로 인한 재택근무 확대,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HMR 제품 확산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에 맞춰 주요 식료품 제조기업은 간편성을 추구하는 소비 동향에 대응하며 한 끼 식사를 간편하게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식품군의 HMR의 출시를 확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분류 체계에서 HMR은 ‘즉석섭취식품’, ‘즉석조리식품’, ‘신선편의식품’으로 구분되는데 이 세 분류의 성장세는 2008년 약 7,200억 원에서 2019년 약 3조 4600억 원으로 연평균 15.8%가량 성장세를 보이고 실제 소매점을 통해 HMR이 판매된 금액은 2020년 기준 5조 5,710억 원으로 최근 3년간 즉석가열식(meal kit)을 중심으로 판매가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수산물 소비 역시 식품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는 형태를 보인다. 수산식품 HRM 생산 품목은 최초 3.8개에서 현재 15.5개로 그 수요와 생산이 급증했으며 최근 5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수산물 구매 시 구입·조리 편리성에 관한 관심이 점차 확대되었다. 제품을 구매할 때 반조리된 형태, 조리된 형태와 같이 소비자들은 조리 활동에 대한 노력을 감소해 간편함을 추구하고 동시에 영양·건강적인 부분도 함께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수산물 HMR은 RTE형태인 즉석 회, 문어숙회나 RTH형태인 생선구이, 미역국, RTC형태의 수산물 밀키트 등 다양한 속성으로 개발 및 출시가 되었고 새우볶음밥, 전복죽, 생선조림, 생선구이 등 품목의 소매점 매출이 증가했으며 삼치, 고등어, 가자미 등 일부 생선구이 제품의 매출액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산식품에 대한 대중의 HMR 관심 역시 점차 증가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HMR과 수산식품을 지칭하는 키워드 중 최근 5년간 언론사,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에 노출 빈도가 계속 증가하는 단어를 선별해 2016~2021년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수산물 HMR’ 1,951건, ‘수산물 가정간편식’ 1,230건, ‘수산물 밀키트’ 1,308건, ‘해산물 HMR’ 638건으로 집계가 되었고 2019년 초반부터 관련 키워드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증가 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시장이 확대됨과 동시에 수산물을 활용한 HMR 출시도 활발해지면서, 언론사나 블로그 등 온라인 매체에서 HMR 수산식품을 조명하는 사례가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수산물 HMR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 응답은 굉장히 긍정적인 편이다. 1,136의 모집단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3%가 HMR으로 수산식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에 대한 구매 동기로는 시간 절약, 적당한 양, 다양한 수산물 요리로 활용 가능성, 수산물 요리 지식의 부재 등의 주된 이유였고 수산식품에 대한 만족도 역시 대체로 만족이 60%, 매우 만족이 4.4%로 긍정적인 응답 비율이 높았다. 비구매 집단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향후에 구매할 생각이 있다는 의견이 70.1%였지만 맛, 품질, 안전성, 수입산 원료 사용 등의 이유로 수산식품 HMR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응답 역시 존재했다. 

 국내 HMR 수산식품 원료는 수입산 68%, 국내산 32%로 수입산 비중이 더 높다. 특히 국내산 수산물 활용하는 경우는 해조류 59.2%, 패류 43.0%, 어류 38.1%, 갑각류 34.3%, 연체류 15.5%로 HMR 수산식품 제조업체들은 안정적 원료조달, 가격, 제품형태, 대량 납품의 용이성 등을 이유로 수입산 활용을 선호한다. 이에 HMR 시장 성장세가 국내 생산자들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도록 수산식품 산업 전반의 선순환 체계를 마련하여야 할 중요한 시점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선 규모화된 생산, 품질인증·판로확보 등 생산자 경쟁력 강화지원, 지역 수산물 활용을 통한 제품화 및 판매 지원, 대형제조·유통업체-생산자 간 상생협력체계 구축 등 국내에서 생산된 수산물이 HMR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활로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가정간편식은 사회, 문화적 변화로 동조화된 소비형태가 식품시장의 판도를 바꾼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는 간편성,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 트렌드 확산의 결과이자 효율적 시간 활용 개념이 식생활에도 퍼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식품군의 종류에서 식재료의 변화로 이어지는 만큼 수산식품의 HMR 소비를 증대시키기 위해선 전통적으로 수산식품 구매시 고려되는 항목인 맛, 품질, 안정성 등 인식개선의 노력과 1인 가구, 초고령사회 등으로 변화된 소비층을 정확하게 예측해 맞춤형 메뉴 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정리 :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