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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학술동향

보이지는 않는 거대함, 인간의 건강을 이끄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세계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3. 7. 22:12

보이지는 않는 거대함, 인간의 건강을 이끄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세계

 

 지난 1월 25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서 ‘거대한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미래’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은 미생물 군집을 의미하는 마이크로바이오타(Microbiota)와 그 미생물들이 가지고 있는 유전체인 메타게놈(Metagenome)의 합성어로 세균, 고균, 진균, 원생생물 등 미생물이 모여 자연환경 속에서 그 역할을 다하는 모든 것을 통틀어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또한 단순 미생물 자체뿐만이 아니라 미생물이 만드는 다양한 대사 물질도 다 포함한다. 1,600년경 최초의 현미경이 등장한 이후 미생물이 발견됐고 배양 기술이 발전하면서 미생물에 관한 다양한 연구가 시작되었지만, 마이크로바이옴은 인간 게놈보다 수백 배 이상의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에 분석이 대단히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DNA를 증폭하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기술과 대용량으로 DNA 염기서열을 읽을 수 있는 DNA-시퀀싱(Sequencing) 등 유전체 분석 기술이 발달하면서 마이크로바이옴의 과학적인 실체가 분석되고 이에 따라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제2의 유전체라고도 불릴 만큼 우리 질병의 90% 이상이 연관된다고 보고되고 특히 신진대사, 소화 능력, 면역력 등 우리 인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이에 본 글에서는 최근 진행되는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하여 진행되는 연구 두 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체의 작은 질병관리본부 마이크로바이옴

 첫 번째 주제로 성균관대학교 의과대학 이세훈 교수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질병’에 대해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중 37~50%가 ‘인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로 위장관(胃腸管)에 존재하는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연구주제의 50%를 차지하게 되고 나머지 50%는 구강, 호흡기, 피부 등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다. 이런 연구성과는 기존에 있던 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인체 질환은 대부분 예방이 가능하다고 정설화되어 있는데 여기서 인체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익균’, ‘유해균’, ‘상재균’(정상적인 체내 환경을 조성하는데 필요한 균)의 집합으로 예방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체 마이크로바이옴과 관련된 연구는 미국의 ‘휴먼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에서 가장 먼저 시작되었고 여기서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다. 장내에서 상재균은 다양한 물질들을 이용해 적당한 환경에서 면역 세포가 유해균을 물리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런 상재균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세포에서 나오는 대사체 물질이 나오지 않게 되며 유해균이 퍼지게 된다. 이는 장내 염증세포를 자극해 염증성 장 질환을 유발하고 장내 미생물이 단순히 질병의 결과가 아니라 질병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부분을 분명히 입증했다. 유럽의 거대 프로젝트 ‘메타힛(MetaHIT)’에서도 염증성 장 질환과 질병으로서의 비만 연구가 진행되었다. 이 연구의 특이점은 거대 프로젝트라는 규모에 비해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마른 사람’ 각 60명과 ‘비만’ 120명인 총 300명을 모집단으로 삼는 소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에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의 경우 미생물의 단순 분석 외에도 인간 유전체 등 여러 요소를 함께 살펴봐야 해석 가능한데, 사람마다 그 데이터양이 방대해 적은 표본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의 복잡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질환 예방과 관련해서는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연구가 먼저 진행되었고 이후 비만, 2형 당뇨병(인슐린 분비기능이 남아있지만, 여러 원인으로 분비가 잘 안되는 경우), 영양 결핍, 대사성 간 질환, 심장 질환 등 대사성 질환과 장내 미생물의 연관 관계가 연구되었다. 장내 미생물의 대사 물질과 숙주 세포의 대사 물질들의 상호 작용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대사 질환의 연구에 먼저 주목했다.

 다음으로는 ‘면역 질환’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미생물 상호 작용이 미치는 영향을 밝힌 기존 연구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혈액 질환, 면역 질환 등 마이크로바이옴이 어떻게, 어떤 종류가 작용하는지 분석한 후, 환경이 바뀌었을 때 이러한 질환을 호전시킬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종류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단계까지 연구되었다. 이외에도 안과 질환, 췌장 질환, 간 질환과 더불어 뇌 질환, 면역 질환까지 우리가 생각지 못했던 다양한 질환에 대해서도 시작과 완화 단계에 대한 상호작용이 연구 중이다. 특히 뇌 질환의 경우 뇌와 장내 미생물이 거리상으로는 대단히 떨어져 있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연결고리가 있다. 신경은 신경계를 통해 우리 몸 끝까지 다 뻗어 있어, 이러한 신경계를 통해 장내 미생물과 뇌가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잘 밝혀져 있다. 자폐, 신경 퇴행성 중 치매, 파킨슨병,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정신 질환의 경우 장내 미생물과 뇌 사이 연결망에 의해, 어떤 물질을 주고받아 생리 작용을 하는지 그리고 마이크로바이옴을 어떻게 질환 치료에 이용할 수 있는지 연구되었다. 따라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영향을 받는 인체 질환 연구를 정리해보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염증성 장 질환부터 대사, 면역, 정신 질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환과 영향이 있다는 것이 현재 밝혀졌다.
 마이크로바이옴을 활용한 약물과 관련해선 마이크로바이옴 자체의 활용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치료제 개발 역시 가능하다. 첫 번째 방법은 대변 장내 미생물 이식으로, 정상인의 건강한 대변을 환자한테 직접 주입해 변에 있는 장내 미생물을 이식하는 것이다. 또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를 위해 식이(食餌)의 변화나 유산균 섭취 등을 통해 실제로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나 선별한 유익균 조합을 인체에 주입해 적절한 부위에 도달해 작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 그리고 이런 연구를 통해서 나온 균 유래 단백질과 대사 물질을 활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마이크로바이옴 기반의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인과성의 문제로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는 쥐와 같은 동물 모델을 이용하고 있는데 인체와 동물 간 마이크로바이옴의 차이가 있어, 인체에서 치료 효과를 명확하게 입증하는 것이 어렵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약 역시 아직 없어 약재로서의 개발은 한계점에 도달해 있고 현재 마이크로바이옴은 연구 단계를 지나 건강 증진가 질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다양한 소통의 자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 마이크로바이옴에 친화적인 식품군

 

 

식품으로 살펴본 마이크로바이옴

두 번째 주제로 서울대학교 식품·동물생명공학부 이주훈 교수는 ‘식품을 통한 마이크로바이옴의 응용’에 관해 발표했다. 인체는 매일 음식물을 섭취해 에너지원으로 활용하지만 이와 더불어 마이크로바이옴은 식품과 인체의 상호 관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식품과 마이크로바이옴의 관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식품을 통한 균형 잡힌 식이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조절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약물 등을 활용해 우리가 원하는 질병이나 여러 가지 현상을 원하는 목적에 맞게 조절하는 타겟티드(Targeted) 방법과 식품,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체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변화시켜 튼튼한 인체를 구성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언타켓티드(Un-Targeted) 방법으로 나뉜다. 언타켓티드 방법은 식품의 종류에 따라 나뉘는데 가장 대표적으로 ‘채식’과 ‘육식 및 고열량 위주’의 식단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식품은 그 자체로 마이크로바이옴의 먹이가 되어 어떤 식품을 우리가 먹느냐에 따라서 나타나는 변화가 다르다. 채식 위주의 식사는 매우 건강한 장내 균총(菌叢, 미생물의 집합체)을 형성할 가능성이 크지만 육식 및 고열량의 경우에는 장내 균총을 불균형하게 만들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연구결과다 다수다. 즉 어떤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서 장내 균총의 균형이 이루어지는지 아니면 균형이 깨지는지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혈당 변화, 인슐린 분비, 열량 소비, 영양소 대사 등 체내 변화가 사람마다 굉장한 차이를 보인다. 결론적으로 균형 잡힌 채식 혹은 적당한 육식이나 고열량 식이를 통한 장내 균총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좋은 장내 균총은 유익균의 수가 많으면 좋은 균총이 형성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유해균과 유익균이 균형을 이루어 건강을 유지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최근 연구에서 발표되었다. 식품을 섭취하면 연동 작용을 통해 식도에서 장으로 내려가고 미생물이 식품에 들어있는 영양소를 분해·소비하고 난 뒤 굉장히 다양한 대사 물질을 분비한다. 장내 균총에 있는 다양한 미생물들이 우리가 먹은 음식물에 따라 반응을 달리하게 되는데, 이 대사 물질들은 전부 장내에 있는 세포를 통과한 후 조직까지 들어가 다양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몸에 좋은 식품은 무엇인지, 그리고 특히 마이크로바이옴에 친화적인 식품이 무엇인지 살펴보면 식물 유래 식품이 약 85%, 발효 식품이 10%이고 동물 유래는 5% 미만이다. 결론적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친화적인 식품은 동물 유래보다는 식물 유래에 가깝다고 볼 수가 있다.

 건강한 장내 균총을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섭취자의 개인 특성, 체내 마이크로바이옴 반응도 등을 파악해 개인 맞춤형 식단을 디자인하는 방법이 있다. 이 개인 맞춤형 식단에는 성별, 개인 성향, 유전 인자, 식·운동 습관, 개인 질병력, 균총 조성, 가족력, 생활 습관 등 여러 요소를 바탕으로 어떤 종류의 식품을 섭취할지 빅데이터를 통해 구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개인 특성화된 맞춤형 식단을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식단들은 여러 가지 질병 조절·예방 그리고 건강 개선에 획기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식품은 섭취뿐만 아니라 원료부터 가공을 거쳐 완제품까지 도달하는 가공방식 역시 중요하다. 가공방식은 맛과 향을 돋우는 기술에 그치지 않고 식품의 기능성이 더 증폭될 수 있도록 가공한 후 섭취할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가공식품은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에 맞춰 디자인되었기 때문에 장내 균총의 실질적 반응 방식과 조성 예측을 통해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을 기반으로 한 식품 활용을 살펴보면, 현재 전통 발효식품의 규격이 표준화 되어 있지 않아 발효식품 내 유용 미생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 역시 섭취 후 인체에서 발생하는 원리나 기작(機作)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고 개인 맞춤형 식단에 대한 기술도 많이 부족하다. 식품의 안전 역시 굉장히 주요한 요소인데, 현재 식중독균에 대한 신속 검출이나 동정이 어려워 식중독 사고의 거의 절반 이상이 원인 불명으로 끝나 식중독균에 대한 정밀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마이크로바이옴을 바탕으로 고기능성 식품의 생산, 마이크로바이옴 친화 식품 및 개인 맞춤형 식품, 식품의 안전성을 확보 등이 과정이 중요하다. 마이크로바이옴을 식품에 활용 분야에는 크게 5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전통 발효식품, 두 번째는 발효된 유제품의 내 성분에 대한 기능성 평가. 세 번째는 고기능성 식품 소재로써 신규 ‘프로바이오틱스’(건강에 유익한 장내 미생물), ‘프리바이오틱스’(장내 유익균의 생장을 돕는 물질), ‘신바이오틱스’(프로·프리바이오틱스의 결합체), ‘포스트바이오틱스’(신바이오틱스에 유익한 유산균 대사산물을 포함)를 주로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개선하기 위한 소재로 활용해 여러 가지 질병들을 건강기능식품을 통해 개선하거나 완화하는 작용, 네 번째는 개인 맞춤형 식품 설계 및 개발, 마지막으로 마이크로바이옴을 통한 식품의 안전성 확보다. 하나의 예로 전통 발효식품 중 김치의 마이크로바이옴이 주목받는데, 과거에는 김치 유산균의 여러 성분들이 좋은 맛을 내는데 효과적이라고 했지만 마이크로바이옴 분석 결과 유산균뿐만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들이 관여함으로써 굉장히 좋은 향미나 건강성이 부여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마이크로바이옴 분석을 통해 김치의 표준화된 종균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고품질, 표준화된 일정한 품질의 김치를 제조할 수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또한 기능성 효소 등 식품 가공에서 매주 중요한 요소들을 발효 식품의 DNA를 추출해 NGS(Next Generation Sequencing,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를 통해서 염기서열을 밝힌 후, 유전자를 대량 스크린 할 수 있는 기술과 유전자 발현 시스템을 통해서 우리가 찾고자 하는 식품 기능성 효소를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이 최근 연구되고 있는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을 바탕으로 해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비건(Vegan) 식품에도 발효 기술을 적용하면 최근 트렌드에 맞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고부가가치 산업까지 이어 갈 수 있다.

 개인 맞춤형 식이 및 식품 설계 기술 개발도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다. 맞춤형 식이는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구성하는데, 장내 마이크로바이옴과 식이로 섭취하려는 식재료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이렇게 쌓인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해서 섭취자가 그날 어떤 식품을 먹는지에 따라 건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통계학,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등을 통해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각각의 맞춤형의 식이를 디자인할 수가 있다. 식품 안전성으로는 식중독균 등으로 인해 장내 균총이 깨지게 되면 균형을 찾기 위해서 특정 미생물을 제어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박테리오파지를 이용해서 특정적인 미생물을 제어하고 장내 균총의 균형을 회복해 건강한 장내 균총을 이룰 수 있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정리 :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