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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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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원우발언대

어쩌다 마주친 그대, 온라인 강의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6. 5. 20:54

  대학원에 입학하고 대학원 신문에서 [사설] ‘낯선 대학원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당신에게를 읽은 지도 어느덧 3개월에 접어들었다. 이 글은 낯선 대학원에 갓 들어와 수업 조교로서 선생님의 수업 준비를 보조하고, 3개의 수업에서 요구되는 토론과 발제를 준비하는 등 반복되는 삶을 나름 바쁘게 살아내면서 적응 기간을 보내고 있는 내게 혼자가 아님을 새삼스럽게 일깨우면서 참 많은 위로를 전해주었던 것 같다.

 

  대학원 생활 3개월 차에 불과한 내가 이 공간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란 쉽지 않지만, 지금까지 들은 수업에서의 감상과 조교로서의 경험을 생각해보면 공부, 수업 방식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로 막연한 공간인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도입되고, 사회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위해 선후배 간의 만남이 비교적 줄어들며, 사람 사이의 대면을 통해 형성되었던 관계 맺음의 기회가 적어지자 그 모호함이 더욱 심해진 것 같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서 다들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로 적응해 가고 있고,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온라인 수업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국면이 진정된 뒤 오프라인 수업으로 전환될 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익숙한 것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인간의 회귀 본능도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코로나가 바꾼 온라인 수업 풍경은, 2020년에는 날아다니는 자동차가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아직 그러한 시대에 진입하지 못한 것처럼, 의외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박멸되지 않고 주기별로 재유행하는 질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전염병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을 통한 학습의 필요성을 일깨워 준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 기회를 통해 대학 교육의 새로운 표준으로써의 온라인 강의 방식을 주목하고, 온라인 수업에 대한 경험을 토대로 갖춰나가야 할 개선점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짧은 시간 동안 대학원생이자 조교로서 온라인 강의에 참여했던 기억을 되돌아보면 연결 불안이 가장 많이 발생했던 것 같다. 많은 수업이 서버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한 번에 한 사람만 발언할 수 있는 형식을 취하긴 했으나, 연결 불안으로 인해 목소리가 끊겨서 들리거나, 강의실에서 강제로 나가고, 여러 명이 동시에 오디오와 비디오를 공유할 때 기계 소음이 발생하는 사례들을 나 또한 종종 경험해야 했다. 대부분의 수업이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되는 대학원 특성상, 초창기에 마주친 그 경험들은 무척이나 당혹스러웠다. 물론 누구도 이렇게 많은 트래픽을 예상하지 못했기에 일방적 비난은 없어야 하겠지만, 앞으로도 온라인 수업이 장기적으로 유지된다면, 양질의 수업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는 당면한 과제로 다가올 것이다. 특히나 수업 참여자 모두가 동시에 비디오와 오디오를 공유할 때, 연결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비언어적 소통방식의 보충과 빠른 소통을 통한 양질의 강의 보장이라는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기에…….

 

  마지막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개인적으로 조교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인데, 학교 구성원 모두가 온라인 강의에 익숙해질 수 있게 꾸준한 온라인 강의 워크숍을 조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학기에는 온라인 강의 여부가 매우 급하게 결정되었기 때문에 교수님들과 수업 조교들 등 일부 학내 구성원만이 적은 횟수의 워크숍을 받았다. 나 또한 온라인 수업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결정이 막 이뤄지던 시기에 조교로서 해야 할 역할을 부여받았던 탓에 수업 직전에 진행했던 몇 번의 테스트, 학교 이러닝 지원팀에서 제공한 영상과 사이트를 통한 개인적인 학습이 전부였다. 그래서 조교인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느낄 때마다, 실제로 해결 가능한 문제인가 아닌가는 별개로, 답답한 마음과 함께 학부생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기도 했다. 이후 수업이 진행되고 여러 문제에 부딪히면서 추가로 배워나감으로써 조금씩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또한, 모두가 완벽하게 온라인 강의 기능을 익히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상호 소통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특히나 이 문제로 인해 제일 고생한 분들은 이러닝 지원팀일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구성원을 위해서라도 지속적인 워크숍을 제공해줘야 하지 않을까? 기술격차를 보완하고 온라인 강의가 생활로 안정적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말이다.

 

  온라인 강의를 어쩌다 마주친 이번 학기는 임시방편으로 마무리되겠지만 코로나를 통해 새로운 국면에 맞게 사회와 경제 전반이 재조직되고 있는 만큼, 대학에도 이에 맞는 고민과 과감한 재정비가 요구된다. 코로나로 어쩌다 마주친 그대, 온라인 강의로 인해 고생하고 있는 모두를 응원하며 부족한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