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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코로나 시대 새내기 일기 본문
벌써 4월이 끝나가니, 대학원생이 된 지도 두 달이 넘어간다. 수업 시간 내내 파놉티콘의 죄수가 된 거 같은 기분이었던 비대면 강의는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익숙해졌다. 면접 이후 아직 한 번도 교수님의 실물을 본 적이 없고, 면대면으로 만난 적이 없는 동기들도 많지만, 인터넷망을 사이에 두고 내적 친밀감만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코로나 19가 잘 마무리되고 실제 강의실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유튜버를 보는 기분이지 않을까. 대학원생이 된 지 2달도 채 되지 않아 아직 원우 발언대에 올릴 만한 심각한 불만은 없지만, 타대 출신으로 소소하게 쌓인 서러움이나 코로나 시대의 새내기로서 느낀 여러 감정, 경험을 나눠볼까 한다.
시간순으로 톺아보자면 면접 얘기부터 해야 한다. 사실 면접을 보고 이 학교에 안 오려고 했다. 면접 때 경험이 너무 불쾌했기 때문이다. 여러 대학교에 면접을 보러 다녔지만, 이 학교처럼 당황스럽고 기분이 상하는 면접은 처음이었다. 특정 여성 운동에 관해 연구하고 싶다는 연구계획서에 세분의 남자 교수님들께서는, 선행 연구에 적어 놓은 유명한 학자의 의견을 그대로 베낀 것은 아닌지, 연구계획서의 내용이 얼마나 오리지널한지 물어보셨다. 그것에 더해 이런 것은 20대 남성이나 할 법한 얘기라며 완전히 오독하신 뒤, 이런 연구를 하려고 하다니 참 이상하다는 평을 하셨다. 또한 학부 원전공에 대해 평하시면서, 이렇게 잡다하게 아무거나 한 사람들이 이 과에 많이 온다느니, ‘스펙으로는 빵점인데 어디 한 번 변명해보세요’와 같은 말을, 정말 저 문장 그대로 내뱉으셨다. 면접이 끝나고 당황스러움과 황당함, 창피함과 불쾌함에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아, 이 학교는 떨어졌구나’ 하며 한 달을 지내고 있었는데, 합격 통지서가 날아왔다. 합격하고 동기들을 만나보니, 다들 면접을 보고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한 동기는 교수님이 계속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학계 최근 연구를 대보라고 해서 최신 연구 결과들을 열거했더니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셨다고 했다. 또 다른 동기도 면접이 끝나고 울었다고 했다.
이제 한참 지난 얘기이지만, 이런 식의 면접을 통해 무엇을 평가받았는지, 그리고 왜 합격이 되었는지 여전히 의아하다. 본인들도 모두 석사 연구계획서에 썼던 내용과는 한참 거리가 먼 연구를 하고 계실 텐데, 연구계획서를 가지고 15분이 넘게 심문을 하신 이유가 뭘까. 다른 대학의 같은 학과에서는 면접을 지원자의 관심 분야와 그 관심 분야에 관한 공부 정도, 앞으로의 진로, 기존 이론과의 연관성 등을 간단히 물어보며 지원자가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나갈 의지가 있는 사람인지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느꼈다. 고루한 압박 면접의 방식으로, 앞으로 수없이 수정해나갈 연구계획서를 비난하는데 시간을 쓰는 것이 아니라. 어쨌든,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합격을 했고, 면접을 보셨던 교수님들의 이름과 얼굴을 다시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뒤, 그분들의 수업이 아닌 수업을 신청했다. 면접을 어떻게 하는지는 교수님마다 스타일도 다르고, 지향하시는 바도 다르겠지만, 이렇게 대학원 예비 신입생을 존중하지 않는 교수님들이 지도 제자를 존중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합격 이후, 학교로부터 정말 다양한 메일을 받았다. 우선, 이건 정말 반영되었으면 하는 건데, 메일에 대학명을 기재해주셨으면 좋겠다. 다양한 학교에 지원해서 합격한 사람으로서, 그 어떤 메일에도 학교명이 제대로 적혀있지 않아서 너무 혼란스러웠다. 한번은 새내기를 초대한 카톡방에서조차 학교명을 말하지 않아서, 합격하고 가지 않을 학교 톡방에 착각하고 오래 머문 적도 있다. 수많은 메일을 보며 타대 출신 합격생으로서 가장 서러웠던 것은 새내기를 위한 모든 장학금에 교수 추천서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얼마 간은 뵙고 싶지 않은 면접 교수님들밖에 만나본 적이 없는 타대 출신으로서, 대뜸 교수님 연구실을 찾아가 장학금을 위한 추천서를 요구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떤 장학금도 신청하지 못한 채 학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들어와서 보니 자대 출신 동기들은 이미 조교를 하고 있어 등록금을 면제받았거나, 교수님이 개인적으로 알려주신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임금을 받고 있었다. 여전히 교수님들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상태여서 다음 학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막막하다.
동기, 선배와 얘기를 나누면서 알게 된 건데, 이런 프로젝트나 연구 참여, 조교 등의 수업 외의 거의 모든 영역이 사적인 네트워크에 의해 돌아가고 있었다. 가뜩이나 교수님의 지도를 받기가 힘들고 학위 논문도 거의 혼자 알아서 써야 하는 학과에서 교수님과 이미 연결고리가 있는 동기들이 주는 정보가 아니었다면, 졸업 후 논문 한 편 보유한 백수가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처럼 보였다. 대학원 신입생에게 필요한 정보는 수강 신청 사이트에 어떻게 접속해서 어떤 필수 과목을 들어야 하는지를 훨씬 넘어선다. 박사로 진학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길을 갈 것인지, 이 과의 졸업생들은 어떤 진로를 선택하고 있고, 당연히 들어야 하는 수업 외에 어떤 세미나, 프로젝트,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지, 어떤 연구실이 이 과 소속이고, 그 연구실들이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간략한 정보만 제공되어도, 대학원 신입생은 훨씬 큰 그림 안에서 대학원에서의 첫 학기를 꾸려갈 수 있을 거다. 이 모든 것을 사적 네트워크, 선배들과 밥 먹으면서 나누는 대화, 교수님이 간혹 보내주시는 답 메일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은 참 고된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두 달밖에 안 지난 걸 수도, 두 달이나 지난 걸 수도 있지만, 대학원생으로서 학교에 소속감을 느끼거나 어떤 새로운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은 아직 아니다. 망망대해에 혼자 던져진 것 같은 기분으로 인터넷 토론을 하고 주어진 리딩을 읽고 논문집을 뒤적거리며 지내고 있다. 코로나 때문도 있지만, 학문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 때문만은 아닌 거 같다. 모두가 알아서 각자도생해야 하는 대학원이 아닌, 교수, 선배, 동기가 서로를 존중하고 지지하며 함께 공부해 나가는 사회를 원한다. 이 글을 읽고 주변에 어리바리한 대학원 신입생이 보인다면, 꼭 상냥하게 대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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