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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본문

7면/대학원신문 후기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2. 12. 12. 22:09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 석희진

 

10월 중순 제주에 갔다. 이전의 일정까지 포함하여 거의 8일을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가족과 있다 보니 힘든 마음이 들었다. 24시간 누군가와 함께 있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구나를 실감하던 중 한 박물관에 들어갔고, 별 기대 없이 보기 시작한 전시의 제목은 그러나 우리가 사랑으로였다. ‘주어진 지리적, 정서적 영토를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하고 있는 존재들에 주목한 전시였다. 모든 것을 넘어선 사랑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관람을 마치고 나니 타인을 사랑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바로 옆에 있는 존재와 함께 있기를 힘들어하는 것이 무언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런 부질없는 생각과 감동적이었던 전시와는 달리, 요즘 우리가 사는 곳은 어딜 둘러봐도 사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듯하다. 전쟁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서울 한복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남은 것은 책임자들의 비겁한 회피, 졸렬한 거짓말뿐이다. 절망적인 마음으로 대학원신문을 보니 지면의 곳곳에 있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번 호는 사랑이 사라진 사회, 그리고 사랑으로 바라보아야 할 세계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1면의 백승욱 교수 기획인터뷰는 10개월 째 지속되고 있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결국 중국-대만의 문제를 포함하여 동아시아 정세에도 큰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되면 결국 중국의 내정을 위한 대만 침략을 정당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이는 얼마든지 한반도의 핵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승욱 교수는 내정을 이유로 침략할 수 있다는 논리가 훨씬 더 끔찍한 참사를 야기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부끄럽게도 나와 먼 일로 여겼던 전쟁이 구체적인 위험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5면의 글에서도 미국 헤게모니 하의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발이 결국 미국-중국의 패권 경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이어졌다며 그 위험성을 강조하였고, 전쟁을 둘러싼 복잡한 국제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 현재의 국제 질서는 타인을 포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예방적’, ‘선제적이라는 명분을 가진 폭력으로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연히 우리의 삶과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내정이라는 논리는 실제로 배척을 위한 것이면서도 마치 정당한 것, 누군가를 위한 것으로 포장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적이다. 6면의 학술동향 기사에 나타나는 포용론적 화해론이 근본적으로 추구하는 것과 7면 사설이 말하고 있는 것처럼 평화는 그것이 이상적일지라도 다양하게 존재하는 타인을 사랑하고 지켜주는 방식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2022년도 퀴어퍼레이드는 예년과 달리 서울시에서 조건부승인을 받아 개최에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2면의 호원보도는 고려대 총학생회의 퀴어퍼레이드 불참 발표와 사과문 게재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퀴어퍼레이드는 고려대 내에서 뿐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정치적 논란이 되어왔다. 사랑할 권리를 인정받고자 하는 시도는 음란물 전시의 제한’, ‘건전한 여가와 같은 무의미한 기준에 가로막힌다. 그럼에도 총학생회에서는 이곳에 참가하는 문제마저 투표에 부친 것이다. 또한 이번 사건에 대해 축제 참가를 위한 공청회 개최를 후속 조치로 발표하였는데, 이러한 절차적 보완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절대적인 것이 아닌 논의 가능한 사안으로 만드는 일에 불과하다. 학생회가 해야 할 것은 누구도 배척되지 않는 공간,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학생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하는 것이다. 어떤 개인을 탓하거나 공론장으로 소환하여 벌주는 일이 아니다. 따라서 대학원 단신에 등장한 4년만의 장애학생 지원 사항 확대 소식이 반가웠다고 할 수 있겠다.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공간을 만들기가 어려울 수는 있지만,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선우은실의 문학평론, 하은빈의 연극비평 그리고 기자칼럼은 사랑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말하고 있다. 소설가 김연수는 사람들이 타인의 고통이나 감정을 쉽게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만약 어떠한 대상을 사랑하게 되면,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전혀 새로운 길이 열리게 된다고 덧붙인다. 그의 말처럼 사랑이 필요하다는 것을 백수린 소설에서처럼 누군가는 앵무새를 키우면서 알게 되고, 연극 속에서 불가능하고 연약한 약속을 하면서 확인하게 된다. 또 다른 누군가는 동경(東京)에서 미완으로 완성되는 세계를 상상하며 깨닫는다.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은 결국 각자 개인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학원 신문을 읽으면, 독자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주고자 하는 마음, 사회의 면면을 사랑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나에게도 언제나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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