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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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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대학원신문 후기

연대의 바람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3. 15. 19:53

연대의 바람

 

고려대학교 역사학과 석사과정

김주아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어느 날 문득, 책의 숱한 제목 한 줄에 마음이 기웃한 적 있다. 이 문장은 2018년 출간한 김영민 교수의 저서 제목이다. 이 문장을 보자마자 그 당시에 의문을 자아내었던 기억이 있다. 각각의 단어가 나타내는 일반적인 이미지를 생각한다면, 활기찬 아침에 어째서 ‘죽음’을 떠올려야 하는 것인가 하는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그러나 이번 호를 읽으며, 본 책의 짧은 문장 한 줄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그 문장이 내포한 의미가 이해되는 순간을 맞이했다. 이번 호는 지난 우리 사회를 둘러싼 2022년의 무수한 경험과 사건, 그리고 그와 관련한 생각과 동향을 총망라하고 있다. 한 해의 끝자락을 장식하고 있는 지면들의 틈새에는 세상을 스쳐 지나간 수많은 ‘죽음’이 머무르고 있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비극적 단상에만 머무르지 않고, ‘연대’의 메시지를 전반적으로 전하고 있다고 느꼈다.

1면에서는 SPC-민주노총의 노사 합의를 다루면서, 노동자와 시민사회의 연대 가능성을 담아내었다. 지난날 SPC는 계열사 기업에서 나타난 위생 문제, 그리고 노동자 사망 사고 등의 각종 문제가 이슈화되며 대중의 뭇매를 맞았다. 현장 노동자가 피부로 겪고 있는 처우와 현실이 드러나면서,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이 또다시 도마 위로 올랐다. 특히, 노동자 문제가 수면에 드러나는 양태가 반복되었고, 이로써 노동자 처우에 대한 개선과 현안 해결이 촉구되었다. 이 가운데 본 지면에서 담고 있는 노사 합의는 시민사회와 어떻게 연대하여 사회적 갈증을 해소할 수 있었는지 공감의 지점을 제시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연대’의 의미는 특별함보다도 일상에서의 지속적인 공감과 관심이라는 ‘연대의 일상화’였다. 

2면의 대학원 단신에서는 한국 사회에 남겨진 또 다른 죽음,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이 글과 7면의 원우 칼럼에서는 기억과 애도를 다루면서 ‘연대’의 의미를 깊이 있게 전달했고, 지난날의 참상에 위로를 건네었다. 이어서, 3면의 구기연 교수와 박현도 교수의 글에서는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에서 비롯된 히잡 시위에 대해서 다루었다. 히잡을 둘러싼 문제가 단순히 억압 대 대항이라는 이분법적 구도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인 ‘자율성’의 시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한 지점이라고 다가왔다. 이를 위한 자발적이고 국제적인 연대를 피력하며, 경계 없는 그리고 국경 없는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서 토로하고 있었다. 

한편, 강사 칼럼에서는 인문계열 강사의 현 사회에 대한 밀도 있는 고찰이 눈에 띄었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삶들이 공존한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에는 때때로 공감할 수 없는 경험의 간극이 존재할 수 있다. 본 글에서는 그 간극을 메워줄 것이 ‘연대’임을 제시하는 듯하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연대’는 경계를 해체하고, 존중하며 환대하는 것임을 나타낸다. 이처럼 이번 호에서는 다수의 죽음과 연대의 시선을 만나보았다. 연대의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기자 칼럼의 글을 보며 우리 사회 일면에 아직 자리하고 있는 이기적인 태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타인에 대한 이해 및 공감의 장벽이 높은 사회에는 건전한 바람이 불기 어렵다. 그렇기에 우리는 공감과 이해를 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결국, 사회적 긴장감의 완화는 인식된 ‘연대’와 의식적인 이해의 시작에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와의 대화에서는 식민지/제국 기획도시인 흥남을 통해서 제국주의적 경험이 공간 및 개인에 대해 어떠한 변화와 의미를 낳았는지 저자 차승기의 생각이 담겨있었고, 「냉전시기 내부안보와 대반란전」에서는 1960~70년대 한국 시위 진압과 미국발 대한 정책의 연관성을 다루면서 물리력 증대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또한, 콘도르 체제에 대해서 정리하면서, 이를 둘러싼 미국의 영향과 제노사이드 폭력 체제의 성격을 역설했다. 앞선 두 글은 역사적 차원에서 착안하여, 대내외적 역학관계에서 파생된 영향이 공간과 폭력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또한, 고대아카데미아과 과학 칼럼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유의미할 만한 연구 경험을 공유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2023년의 본격적인 시작을 목전에 둔 지금, 우리 사회에 남겨진 아픔의 흔적을 회상해본다. 현 사회에 상흔으로 남겨진 수많은 죽음이 무화된 과거로만 남지 않고, 우리 사회에 연대의 단초로 자리하길 바란다. 결국 나아가기 위해 우리는 과거를 반추하고 공유해야 한다. 다수의 기억이 전유한 힘은 생각보다 큰 동력이 되기도 한다. 끝으로, ‘모두가 분노하되 냉소하지 않는 삶’이라는 사설의 문장을 인용하며 글을 갈무리하고자 한다. 냉담함과 냉혹함, 어쩌면 무료한 일상에 하염없이 익숙해지다 보면 기존의 방향과 초심을 잃기 마련이다. 이러한 삶 속에서 사람들 간의 따뜻한 연대를 의미 있게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 이번 호는 우연히 발견한 책의 문장에서 무뎌진 고민을 회상하듯, 사색의 치열함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지면들이었다. 새로운 한 해의 시작점에서 연대의 바람을 담아 이번 한해의 평안함을 기원하고, 연대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