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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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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대학원신문 후기

이해를 위한 대화의 필요성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6. 27. 22:14

이해를 위한 대화의 필요성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석사과정 박상화

 

  요즘 부쩍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논하는 화두들이 많다. 대학원 신문 268호에서도 인구 감소로 인한 의료 체계 문제, 지방의 소멸 문제부터 식민지배와 그에 따른 역사적 책임 문제에 이르기까지 각종 화두를 잘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화두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다가올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최근에는 더욱 빨라진 변화의 속도와 방향의 다양화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 사공이 많아서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처럼 말이다. 결국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만큼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다는 방증이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은 명확한 결론에 대한 갈망과 그에 따른 확증편향으로 이어지기 쉽다. 최근에도 각자의 주장이 맞부딪히고 있기만 할 뿐,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대화는 막상 부재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현실을 무조건 비관할 필요는 없다. 부유하고 있는 현실이야말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곳이고, 해답이 존재할 것이므로. 그 과정에서 상호 소통을 통해 최대한의 합의 지점까지 도달해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대학원 신문 곳곳에 소통, 합의, 협의, 협조 등의 단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선 1면에서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이 갖는 의미와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인터뷰를 통해 소아청소년과 존속 문제를 다루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분과별 수요와 공급이 조정되어 왔기에, ‘소아청소년과 폐과 선언’의 의미도 수요 감소에 따른 공급 감소로 이해해야만 할지 묻고 있다. 성장하는 아이와 성장이 완료된 성인의 의료 접근법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즉, 소아청소년과를 성인과 다른 아이들을 진료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존재로 인식할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로 인식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므로 소아청소년과의 존속 문제는 공급과 수요라는 차원을 넘어 정책의 방향성과도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상호 간 소통이 더욱 중요하다.

  그다음으로 2면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대화의 주체, 핵심 주제가 되지 못하는 이들의 이야기들을 다룬다. 호원보도는 대학원 수료연구등록금 인상에 대해 언급한다. 대학원 구성원 중에서도 대다수 차지하고 있는 수료연구생들은 등록금 인상에 영향을 받는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현하는 자리를 가지지 못하였다. 강사 칼럼에서는 지방대의 현실을 이야기한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는 언제나 지적되었으나, 어느 정도의 인구가 유지되던 시기에는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나 지방대 폐교 문제는 가시화되고 있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동은 지속적으로 증가했으나, 최근에 인구 감소가 더욱 가시화됨에 따라 그 격차가 더욱 벌어진 탓이 크다.

  한편 3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 발표를 계기로 붉어진 한일관계의 현실과 전망에 관한 인터뷰와 기고문을 담고 있다. 쟁점 인터뷰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의 기조와 ‘제3자 변제안’이 등장하게 된 배경 등에 대해서 정리한다. 여기서 핵심은 한일관계의 구체적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즉, 어떠한 한일관계를 구상하고 만들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상호 간의 긴밀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이는 식민지배라는 역사적 경험에 따른 반일감정과 국익을 위해 필요한 대상이라는 간극을 채우며 우리가 의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 기고문에서는 탈냉전을 계기로 ‘역사’를 봉인하려는 이들에 대해 논한다. 동아시아에서는 1990년대에 와서야 본격적으로 역사 문제가 논의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경제적 협력을 위해 ‘역사’가 소환되기도 하였다. 이에 그에 대한 반발로 정치-경제적 이유로 ‘역사’를 봉인하려는 이들도 등장하였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결국, 구체적인 대화 없이 성급하게 체결된 ‘합의’는 끊임없이 소비되는 역사적 공회전만 재생산하였다.

  이처럼 대화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서 필수적인 과정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더디게 나아가는 그 순간들을 견디지 못한 채, 대화를 통해 찾아낼 수 있는 해답을 제한한 것은 아닐까 하는 반성하게 된다. 먹고 살기 바쁘다는 이유로 지난한 문제로 치부하며 거리를 두었던 것이 아닐까. 지난한 과정 끝에 얻게 될 과실이 무엇인지는 ‘탈식민’의 세계사적 흐름을 소개하고 있는 6면에서 잘 드러난다. 영국 정부가 케냐 정부와의 식민지 피해 배상 문제를 둘러싼 협상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식민통치 시기 고문 피해에 대한 개인 배상에 합의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결국, 이번 대학원 신문에서는 부유하는 현실에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길이란, 서로를 이해하는 대화에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