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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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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면/원우칼럼

평범한 모습들에 관하여

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020. 6. 19. 18:31

김동영

 

  코로나로 인해 묻혀진 감이 있지만, 올해 2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 다수의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 착취 영상물을 촬영하여 텔레그램이라는 메신저를 통해서 유포한 사건이었다. 피해자 중에는 미성년자와 유명 연예인도 있다는 소문도 함께 돌면서 많은 사람들이 충격에 빠졌다. 그러나 N번방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는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더 큰 당혹감을 느꼈다. 용의자의 모습은 지극히 평범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해 공부하고, 친구들도 사귀며 지내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이후 공범자로 지목되어 등장한 사람들도 역시 우리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텔레그램 사건에 대해 처벌 문제부터 시작하여 많은 논란들이 존재하지만, 사실 제일 무서운 것은 나의 일상에 대한 부분이었다. 용의자들의 모습에서 그 어떤 악한의 이미지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 내 주변에서도 저런 사람들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까지 들게 되었다. 학교를 다니고, 친구들을 사귀고, 취직을 준비하면서 아무런 문제없이 사는 것처럼 보이는 주변 사람들이 혹시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생각지도 못한 범행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이런 불안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사실 우리는 오랜 시간 불편한 진실을 외면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부터 자주 듣곤 했던 말들이 문득 떠올랐다. 모난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는 말들, 가령 저 애는 사실 집안이 가난하대.”, “부모님이 이혼하셨대.” 등등이 그것이다. 좋지 않은 인상에 대해 그에 걸맞는 이유가 있다고 확신하며, 사람을 사귈 때 선입견을 가지고 접근했다. 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서 발생한 범죄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들이 훨씬 더 많았다.

그럼 저들의 행동은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개인적으로는 우리의 일상에서부터 잘못된 관행들이 그런 범죄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우리는 타인의 불편을 잊은 채 자신의 불편만을 토로하며 살아가고 있다. 여성, 장애인, 노약자, 동성애자에 대한 자세는 대개 무시로 일관한다. 여성의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고, ‘극단주의자라 치부하기 일상이며, 장애인 학교를 자신이 사는 동네에 설립한다고 하자 온갖 이유를 갖다 대며 반대하고 나선다. 오히려 남을 조롱할 때 그들에 대한 언어를 사용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뉴스 댓글, 온라인 게임 상에서 우리는 그들을 조롱거리 삼은 욕들을 일삼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우리와 같은 공동체 안에 사는 사람들에 대한 고민과 배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상이다.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인 n번방 사건의 경우도 같은 결의 문제라 생각한다. 평범한 모습을 하고 나타난 용의자들은 특별히 악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작정하고 그런 범행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생각된다. 여성에 대한 그들의 인지 수준이 얕았던 것이며, 그것은 결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또 저들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자칫하면 발생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그들의 유포 동영상을 구매하여 시청했다는 사람들이 1만 명을 넘었다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또 이전에는 인체를 공부하는 의사들이 환자의 신체 부위를 촬영하여 외부에 유포하는 사건도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이제껏 진지한 고민 없이 편하게만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존재를 무시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필요한 것은 사회의 불편한 문제들을 직시하는 자세이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력히 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고, 이와 같은 끔찍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해선 우리의 일상부터 바꿔야 한다. 쉽게 지나쳤던 소수자에 대한 비하 발언들과 행동들에 대해서 돌이켜 보아야한다. 일상 속에서 아무렇지 않게, 편하게 생각하고 넘겼던 일들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아야한다. 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같이 생각해봐야한다.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불편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가 있는 대학원 공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연구를 목적으로 들어온 공간이지만, 이 안에도 많은 사람들과 우리는 마주하고 있다. 그 안에는 여성, 남성, 장애인, 비장애인, 주부, 성소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그들과의 관계를 맺는 것에 있어서 우리는 무관심하지 않았나 한다. 앞으로 우리는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고민해야할 것이다. 당장에 엘리베이터가 없어 다리가 불편한 사람은 올라가기조차 불편한 대학원 도서관의 계단을 보면서, 내가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일상이 누군가에겐 엄청난 불편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