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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본교 교수일동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성명, 전국적인 대학생 반대운동으로 이어질까. 본문

2면/호원보도

본교 교수일동 강제동원 해법에 반대성명, 전국적인 대학생 반대운동으로 이어질까.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4. 15. 13:01

 지난달 22일 본교의 교수들이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안 반대성명을 냈다, 이외에도 서울대, 동국대 교수들이 이미 반대성명을 낸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교수들 이외에도 각지 대학교들의 학생들 또한 대자보를 통해 의견을 보탰다. 

 윤석열 정부는 일제 식민지 시기의 강제동원에 대한 해법으로 한국 기업들로부터 기부금을 걷어 강제동원의 피해를 대신 배상해준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해당 해법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은 영영 기대할 수 없게 만드는 해법”, “돈으로만 이 문제를 해결하려하며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굴욕적 해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해법을 철회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응하여 반대 성명을 낸 교수들의 요지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국민이자 피해자들의 기본권과 인권을 방기한 조치이며, 피해자로서 가지는 정당한 권리 행사를 부정하고 심지어는 방해하는 행위이다. 또한 이번 해법은 삼권분립의 원칙과 헌법을 무너뜨리는 행위이다. 2018년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제 가해기업에 정신적, 물질적 피해배상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음에도, 그 판결을 무효화시켰기 때문이다. 

 둘째, 현 정부의 일방적인 방안 추진은 1965년 미국의 압박 속에서 추진했던 한일협정과 같이,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한 면죄부를 일본에게 쥐어주는 것과 다름없다. 과거의 오류를 반복하며 국민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진행된 현 상황에서, 정부가 주장하는 ‘한일관계 정상화’란  3.1운동이라는 전 민족적 저항으로 수립한 민주국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무너뜨리는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행태이다.

 셋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동아시아 지역 군사동맹 확립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각국은 다시금 전쟁과 대립이 동아시아를 휘감는 상황을 막고자 노력해왔다. 제국주의 지배와 강제동원, 전쟁과 분단이 연이었던 극단의 역사를 성찰하고 미완의 과제를 해결해 나가야 모든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미래가 실현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번영과 안보는 일본의 잘못된 과거사의 책임을 분명히 하고, 국제질서를 냉철히 파악하며 동아시아 평화 공동체의 실현에 전력을 기울여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본교의 교수들은 피해자들의 숙원과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며 진행된 윤석열 대통형의 방일에 대해 비판하며 ‘강제동원 배상안’의 철회를 요구하였다. 

 피해자들의 입장 또한 다를 바 없었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이미 지난 1월 12일에 있었던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정부의 방안을 보이콧했다. 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피해자 측의 의견을 무시하고 졸속 추진했다는 이유에서였고, “1945년 해방으로부터 2018년까지 긴 시간 투쟁하여 얻어낸 대법원의 판결을 무력화시키는 윤석열 정부를 역사가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피해자들의 인권을 짓밟는 굴욕적 해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연합에서도 비판 의견을 제시했다. 전국 각지 대학들이 ‘평화나비네크워크’라는 이름아래 지난 16일 오전 11시 용산역 ‘강제동원 노동자상’ 앞에서 강제동원 해법을 규탄했다. 이는 한일정상회담의 일정에 맞춰 진행 되었으며  용산 대통령실이 위치한 전쟁기념관 까지 행진과 집회를 이어갔다. 특히, 발언에 나선 평화나비네트워크 연대사업국장 이담비씨는 “우리의 역사, 우리의 안보, 우리의 영토까지 다 주는게 무슨 국익이냐”며 “과거사 문제 해결을 책임지지 못하는 것만이 아닌,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동이다”라며 행진을 이어갔다. 또, 역사동아리에서 우리나라 역사를 공부 중이라는 박세희씨는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이 있다”며 “현재우리나라를 강타한 명언은 ‘역사를 잊는 것이 우리의 미래다’인 현실이 애석하다”며 현 정부의 행태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이 외에도 성균관 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광운대학교 등 각지의 대학생들이 대자보를 작성하고 게시하거나 규탄 행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규탄의 행동에 합류하였다. 지난 3월 24일 성균관대학교에서는 ‘성균인 시국선언’이라는 이름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은 5년짜리 권력을 가지고 36년의 통한의 역사를, 그리고 피해자들의 한 서린 인생을 팔아먹었습니다.”라며 비판했다.

 한편, 박진 외교부장관은 지난 3월 27일 “대한민국의 높아진 국격과 국력에 걸맞은 대승적 결단이자 한국 주도적 해법이며, 한일 간 굳건한 협력관계는 우리 국익 증진에 필수”이며, “대법원의 피해자 배상책임 거론 이후 지난 11년 간 한일의 협력이 교착상태에 빠졌지만, 이제는 양국이 함께 미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일본 대사 역시 이번 해법을 “고육지책”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일본과의 관계 완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서울시의회에서도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 추진 촉구 결의안’을 발의함으로써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을 지지했다. 서울시의회의 발의와 함께 야당이 즉각 나섰다. 야당은 “강제징용 해법에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시민을 위해야 할 의회가 대통령을 위해 다분히 정치적인 결단을 내린 결과”이고 “대한민국 공무원 중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윤대통령 스스로 돌아보길 바란다”라며 비판했다. 그리고 앞선 박진 외교부장관의 주장에 조정식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은 대승적 결단이 아니라, 국격을 무너뜨린 친일적 결단”이라며 박진 장관이 발언했던 것과 상반되는 어휘를 사용하며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처럼 굴종 외교를 행정 부처와 시의회까지 나서서 지지한다면, 일본의 역사 왜곡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실제로 이번 해법을 전후하여 일본의 움직임 또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미 일제식민지시기 조선인 강제 동원에 강제성이 없었다는 주장으로 수정한 초등학교 사회교과서 검정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컨대 2019년 검정교과서에 있었던 “노동력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인과 중국인을 강제로 광산 등 노동에 종사시켰다”는 표현을, ‘참여시켜’라는 보다 완곡한 표현으로 수정하라는 방침이다. 이전에도 불명확하게 표현했던 강제 노동의 역사에서 일본의 책임을 완전히 부정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 이외에도 지난 3월 28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종군위안부’라는 단어 대신 ‘위안부’라는 단어를 채택하고,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영토이며 한국이 이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싣는 등의 수정을 가한 초등학교 교과서의 검정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외교부 당국자는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이 담긴 교과서를 일본이 또 다시 검정 통과시킨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강제동원 관련 표현 및 서술이 강제성을 희석하는 방향으로 변경된 것에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 이러한 수정 조치를 감행하는데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는 이상, 외교부의 항의가 국제적 효력을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당초에 우려됐던 일본의 책임 회피가 현실화되고 있는 실정이며, 여전히 이런 현상을 만드는데 일조한 윤석열 정부는 해법안을 철회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는 이번 해법에 동의하는 지지세력들 또한 속속 등장하는 추세이다. 기존의 ‘국민청원’ 제도가 ‘국민제안’으로 격하되고 청원내용 또한 비공개로 바뀌는 등 정부가 국민의 의견에 귀기울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한 현시점에서, 이러한 추세가 사그라드는 것은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모쪼록 본교에서는 교수들만이 아닌 학생 전체의 입장표명이, 일시적인 관심이 아닌 장기적인 감시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