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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21세기 동아시아 여성 소설의 역사의식과 젠더의식 연구 - 리앙, 훙잉, 공선옥을 중심으로 본문

4면/고대 아카데미아

21세기 동아시아 여성 소설의 역사의식과 젠더의식 연구 - 리앙, 훙잉, 공선옥을 중심으로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4. 15. 13:16

비교문학비교문화협동과정 박사학위 논문

신춘란 비교문학비교문화이론 전공

 

논문 목차

 

Ⅰ. 서 론

1. 문제제기 및 연구대상

2. 연구사 검토 및 연구의 시각

Ⅱ. 리앙: 1940~50년대 국민당 통치 초기 배경 소설을 중심으로

1. 2・28사건의 재현과 타이완의 위치

1) 가계(家係)의 복원과 민족의 역사

2) 귀신의 집체성과 타이완 정체성

3) 대리인으로서의 여성과 권력의 장소

2. 폭력과 맞서는 섹슈얼리티

1) 여성의 육체와 주체의식

2) 화장(化粧)하는 퀴어, 죽음이라는 제의

3) 전복적인 섹슈얼리티

3. 정체성의 중첩과 시간의 중첩 

1) 이름/명명(命名)과 언어의 다중성

2) 자기 반영적 기억의 기술 

Ⅲ. 훙잉: 1960~70년대 문화대혁명기 배경 소설을 중심으로

1. 문화대혁명 전후의 시대적 참상

1) 물질적・정신적 상황으로서의 기아

2) 문혁의 폭력과 그 망령

3) 가출-끝없는 표류

2. 복원 방식으로서의 섹슈얼리티

1) 가족 질서로부터의 탈출과 자유

2) 나르시시즘적 여성성

3) 섹슈얼리티의 전략적 활용과 여성의 권력

3. 자전적 글쓰기와 자아 정체성의 유동성

1) 전기 서술의 방법과 자전적 자아

2) ‘책’의 젠더적 용법과 글쓰기의 의미

Ⅳ. 공선옥: 1980~90년대 민주화 운동기 배경 소설을 중심으로

1. 폭력적 역사의 재현-복원되지 못한 것들

1) 증언의 진실성과 젠더의 시차(視差)

2) 가난 서사의 상실과 소외

3) 훼손된 신체와 정신 이상(異常)

2. 섹슈얼리티와 가족의 수행성

1) 신화 이후의 가족·섹슈얼리티

2) 여성주체 중심의 유연가족

3) 모성성과 여성 섹슈얼리티의 공존

3. 지연과 우회의 발화 전략

1) ‘머뭇거림’의 서사와 문장부호의 시각성

2) 소통의 감각: 청각과 후각의 효과

Ⅴ. 결론

 

 

논문요약

 

 본 연구는 동아시아 여성 소설 중 타이완의 리앙, 중국 대륙의 훙잉, 한국의 공선옥의 작품에 대한 비교 분석을 시도했다. 먼저 리앙은 타이완의 2·28 사건에 주목하여 정체성의 문제에 천착해왔고, 훙잉은 중국 문화대혁명 전후의 비극적 참상을 개인의 수난사를 통해 재현했다. 공선옥은 5·18 작가라고 불릴 만큼 작품 속 인물들을 통해 폭력의 연속성을 제시했다. 그들의 소설 속 여성 주체는 가족 신화에서 벗어나 섹슈얼리티를 통한 저항적 자세를 취했을 뿐 아니라, 글쓰기 측면에서도 그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공적/남성적’인 역사 기록과 분명히 구분되는 서술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역사 비극의 재현과 그로 인한 피해 양상, 구체적인 저항방식 및 글쓰기라는 패러다임을 설정하여 세 작가의 해당 소설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장에서는 리앙의 소설 속 주인공이 타이완의 역사를 조명하는 주체가 되어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을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여성은 남성 중심의 역사 기록 및 피동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사를 서술하는 주체로 탄생했다. 흥미로운 지점은 여성은 귀신이 되어서야 기존에 잊혀졌거나 은폐되었던 역사 자료들을 다시 수집할 수 있었고, 기록하며 보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 특히 여성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폄하되었던 여성들의 전기를 복원했다. 리앙은 다양한 장치를 통해 ‘여성’과 ‘몸’에 갇힌 이중적 억압에 반항하는 여성성을 그려냈다. 메이크업이라는 행위를 통해 진실을 확인하기도 했으며, 레즈비언 여성을 내세워 여성과 역사의 관계성에 주목하기도 했다. 남녀 이분법적 틀을 전복하는 과정에서 여성은 ‘응시’할 수 있는 주체로 그려졌다. 글쓰기의 경우에는, 정체성의 중첩과 시간의 중첩이라는 방식으로 집단적 목소리를 드러냈다.
 3장에서는 훙잉의 소설 속 주인공의 출생의 비밀을 통해 참혹했던 기아 시대의 재현을 분석했다. 그는 ‘문혁’의 문제를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 제한한 것이 아니라, 세계사적 시각에서 포스트 식민주의 역사의 흐름과 연장선에서 언급했다. 훙잉의 작품에서 주변부에 있던 여성은 섹슈얼리티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서 역사의 중심으로 나아갔다. 훙잉의 글쓰기 특징으로는 자전과 허구라는 이중적 서술 방식을 반복하며 자아 정체성의 유동성을 보여주었다. 그 과정에서 여성 주인공은 남성에 의해 전승된 ‘책’을 재독(再讀)하면서 글쓰기를 통해 기존의 삶에서 벗어나는 운동성을 제시했다.
4장에서는 공선옥 소설 속 주인공의 상실과 소외를 살펴봄으로써, 1990년대의 한국에서 많이 잊혀진 가난이라는 주제가 시골 내부에서 어떤 폭력으로 드러났는지를 분석했다. 이러한 국가적·사회적 폭력은 개인의 훼손된 신체와 정신 이상(異常)으로 표상되었으며, 임신한 몸과 ‘유산’이라는 알레고리로 드러났다. 아울러 섹슈얼리티와 가족의 수행성에서 신화 이후의 가족·섹슈얼리티를 살펴보았다. 공선옥 소설에서는 흔히 남성 주체가 가정의 불안을 상징하였고, 여성들로 인해 가족 신화가 전복되었다. 새로운 형식의 유연 가족은 재혼가족도 아닌 일종의 공동체 돌봄 형식으로 나타났고, 이것은 여성 중심으로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글쓰기 측면에서는 지연과 우회의 발화 전략인 머뭇거림의 서사와 문장부호의 시각성, 소통의 감각에 해당하는 청각과 후각의 효과를 분석했다.  

 리앙, 훙잉, 공선옥의 작품은 제도 밖에 위치한 개인에게 초점을 맞춰, 은폐되었던 역사 진실에 관한 서술을 보완했다. 그들은 ‘정확한’ 역사에 집요한 책임감을 드러냈으며, 왜곡과 망각에 대해 강렬하게 저항함으로써 작가의 역사의식을 보여줬다. 리앙 소설에서의 주인공은 섹슈얼리티를 내세워 폭력에 맞서고, 훙잉의 소설에서는 자아의 복원을 시도하며, 공선옥의 소설에서는 확장된 모성성과 공존했다.

 따라서 본 논문은 이들 작품을 통해 1940~50년대의 타이완, 1960~70년대의 중국 대륙, 1980~90년대 한국의 역사가 여성의 관점으로 재현되고 보충되는 방식을 확인하고 분석했다. 이들 세 작가의 작업은 작가의 역사의식을 통해 역사를 새롭게 다시 쓰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으며, 더 나아가 동아시아 여성 문학 내에서 관계망과 연대 의식을 형성하였기에 비교를 통해 서로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

 

1. 해당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

 어릴 때부터 세계문학전집을 읽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6살 때 처음 『올리버트위스트』 조선어본을 읽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러한 독서 습관은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계속 이어졌고, 그리하여 저는 길림대학에서 외국문학사를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가르쳐주셨던 교수님께서 세계문학과 비교문학 중심 소속이셔서 대학원에 이런 전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비교문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전공을 선택했습니다.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고 고려대학교 홈페이지에서 비교문학비교문화 수강과목을 봤는데 그때 또 한 번 ‘아 내가 공부하고 싶었던 건 바로 이 전공이 맞구나’라고 확신했죠. 국어국문학과 권보드래 지도교수님께서 비교문학비교문화 주임을 담당하시면서 좋은 수업들을 많이 개설해주셨고, 그 수업들과 영문과 수업도 같이 들으면서 전공 지식을 넓힐 수 있었습니다. 

 

2. 논문 주제를 선정하게 된 이유와 꼭 전달하고 싶었던 내용

박사 논문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연구 논문을 쓰려면, 먼저 대상 작가와 대상 텍스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비교연구를 하려면 해당 언어에 익숙해야 하기에 그 점 또한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예전부터 여성작가가 쓴 소설 또는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중국어가 모국어이기에 중국 대륙과 타이완으로 연구 범위를 좁혔고, 한국과 중국의 사회 역사, 페미니즘 이론 공부를 같이 하면서 최종적으로 이 주제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본인의 관심사를 꾸준히 연구해 나가면 새로운 길이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논문을 완성해가는 과정은 여러 문제들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이자, 더 명확한 자아를 알아갈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3.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의 어려움

 

 논문 자체에 대한 어려움이라면, 역시 제 연구 대상이기도 한 소설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읽을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겠네요. 처음 저는 제가 좋아하는 여성 소설이 정치적이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혼인과 애정 등 소위 ‘가벼운’ 주제들을 다루는 작품만 읽으면서 그것을 곧바로 작가의 개인적 삶과 연관지으려 했었습니다만, 배우면 배울수록 제가 큰 착각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여성문학만큼 정치적인 것도 없었던 것이죠. 그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또한 저는 유학생이기에 한국어로 글을 쓰고 연구를 하는 것에서 정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처음에는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아 여러 스터디에도 참여하지 못하고 수업에서 배운 내용들 또한 완벽하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8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훌륭하신 지도교수님과 동료들이 옆에서 많이 도움을 줘서 하나하나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칭화대학교 정지홍 교수님 연구실로 들어오게 된 것도 한국과의 인연이 지속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에서도 한국과의 교류를 놓지 않고, 그와 관련된 연구도 계속할 예정입니다. 

 

4. 논문쓰기를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 한마디

 저는 한국어로 말하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어색해 했는데, 여러분들은 주저하지 말고 선후배, 교수님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눠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시간들이 많이 아쉽습니다. 동료들과의 토론은 논문 집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마감은 항상 생각보다 더 빨리 다가오기에 되도록 한 학기 먼저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매일매일 논문 파일을 열고 최대한 쓰세요. 한 선배도 이 방법밖에 없다고 제게 말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꾸준히, 열심히, 몰입해서 썼던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논문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정리 조수아 기자 lovelove992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