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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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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학술동향

지역음식, 가장 한국적인 음식문화의 시작점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6. 27. 22:13

 

지역음식, 가장 한국적인 음식문화의 시작점

 

  한 나라의 음식문화는 그 민족의 고유한 문화, 경제, 환경 등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는 유산이다. 그중 한국음식은 지난 팬데믹 상황 속에서 K-방역, K-팝, K-드라마 등의 세계적인 인기와 더불어 K-푸드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그 인기는 세계적인 식도락 안내서인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서도 엿볼 수 있는데, 2023년 기준, 뉴욕 지역에서 1·2·3 스타를 받은 한식당은 총 9개로 2022년과 비교 시 3개나 증가했다. 선정된 식당 중 ‘제주 누들바(Jeju Noodle Bar)’는 제주 지역 자체를 브랜드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되며 이는 한국의 지역음식이 한국음식의 한 부류로 알려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음식 세계화에 따른 소비자 입맛의 표준화, 획일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전통음식의 지역성, 고유성이 사라져가고 있고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음식은 음식문화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 우수성을 재발견하는데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이에 지난 5월 12일 ‘동아시아식생활학회’ 주관, <지역 다양성에 기반한 한국 식문화의 가치>의 주제로 춘계심포지엄이 개최되었다. 본지에서는 해당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2편의 내용을 정리해 소개하고자 한다.

향토음식의 변천과 그 의미의 중요성

 호서대학교 정혜경 명예교수는 ‘인문학적 관점으로 본 향토음식(지역음식)’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향토음식’은 여러 의미로 분류되는데 국어사전에선 “시골이나 고장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음식”, 1984년 문화재관리국(現 문화재청)에서 발간한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방의 특산품이나 특유의 조리법 등을 이용하여 만든 그 지역의 전통음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조선 시대에서는 향토음식보단 ‘팔도음식(八道飮食)’이 더 많이 등장하는데 여기서 팔도는 『조선왕조실록』과 『팔도지리지』를 기준으로 분류하는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황해도, 함경도, 평안도를 의미한다. 향토음식이라는 용어는 실질적으로 일제강점기부터 등장했다. 이는 일본의 ‘향토식’이란 개념에서 출발해 근대화 이후 한국에 정착하게 되면서 향토음식 담론화 과정을 거치게 되었다. 일본에서 향토음식은 식량 사정이 어려웠던 시절의 대용식이란 의미로 시작됐지만 한국의 향토음식은 1970년대 전국적인 생활양식의 통합과 서구화·도시화의 경향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타났다. 이후 1980년대에는 관광의 대상으로 인식되었고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특히 외식산업에서 ‘전주비빔밥’과 같이 지역을 내세운 음식의 확산은 1990년대 이후 전국을 대상으로 한 지역관광 붐과도 일정한 연관이 있다. 

 향토음식에 관한 연구로는 1970년대 농촌진흥청에서 시행한 ‘향토음식 자료수집’이 있다. 본 연구는 농어촌 여성을 대상으로 지방 식생활 개선을 위해 향토음식의 조리법을 표준화하려는데 있으며, 이 자료는 지역 향토음식을 밝히는 가장 확실하고 객관적인 기초자료 성격을 보인다. 또한, 문화재관리국에서 발간한 『한국민속종합조사보고서』 제15권 ‘향토음식’ 편은 현지 조사를 통해 전국의 향토음식을 모았는데 현재까지도 산업화 이전 한국 향토음식의 정체성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자료로 꼽는다. 

 향토음식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여러 이유 중 하나로 전두환 정부가 주도한 ‘국풍(國風)81’을 꼽을 수 있다. ‘국풍81’은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5일간 서울 여의도광장 전체를 무대로 열린 대규모 예술제였다. 이 축제는 향토음식을 사회적 담론으로 끌어내고 서울에서 충무김밥, 춘천막국수, 천안호두과자 등 지방의 다양한 음식을 맛볼 기회를 제공해 향토음식을 알리는 데 큰 공헌하기도 했다. 또한, 이 과정을 통해 신 활력 사업 등이 추진되어 경제 활성화 역시 주도하게 된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도 나타나는데, 전국 어디를 가도 비슷한 향토음식을 내세운 음식점이 대거 등장하거나 ‘향토’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역산 식재료 사용의 비중이 감소하는 문제점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부산의 명란젓이나 강원도 평창의 황태는 기후변화로 인해 동해에서 명태가 수급되지 않아 러시아나 미국 알래스카산으로 대체된 지 오래되었고, 나주 영산포와 목포의 삭힌 홍어 중에는 가격탄력성으로 인해 페루, 칠레 등에서 수입된 재료를 사용하며, 포항의 과메기 역시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이는 향토음식의 현주소와 한국 사회에서 과연 진정한 향토음식이 존재하는지 또 이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도 이어진다. 

 

 세계화를 통해 전 세계의 먹거리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각 국가 혹은 지역 향토음식의 의미가 점점 커지고 있는데 이를 위해선 기존 향토음식의 정의와 더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갈 필요성이 대두된다. 기본적인 구조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향토 음식문화의 관광 상품화에 따른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고려해야 할 요인들을 생각해야 한다. 이는 크게 다섯 가지로 볼 수 있는데 첫째 음식 재료 차원, 둘째 조리법 차원, 셋째 향토음식점 차원, 넷째 관광쇼핑 차원, 다섯째 관광환경 차원이다. 또한, 향토음식을 다룰 때는 음식 재료를 대표하는 ‘공간적 특성’과 조리법을 대표하는 ‘고유성’ 각종 문화적 행사의 ‘의례성’ 등이 각 시간을 초월하여 혼재되거나 지금 순간에도 생성, 소멸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더불어 향토음식의 ‘보급’과 ‘개발’이라는 본래의 의미를 명확하게 해 둘 필요가 있다. 먼저 ‘보급’은 어떤 목적을 위해 향토음식을 새롭게 발굴하고 기존의 향토음식을 잘 보존해 전승하거나, 향토음식 중에서 더 가치 있는 것을 육성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은 산업화 가능성이 충분한 향토음식을 면밀하게 연구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시제품을 만들고 그 시제품을 일시적으로 재현하고 끝나는 게 아닌 실용화 과정을 거쳐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대량상품으로 널리 보급하는 것이다.

 K-푸드는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양념치킨, 간장치킨, 비빔밥, 김치, 떡볶이와 같은 대표상품만 내세운다면 향후 발전에 한계를 보일 것이다. 따라서 이를 인기, 관광 측면 이외에 음식이 어떠한 생태 속에서 발생하고 자리를 잡았는지 그 의미가 설명되지 않으면 지금 이상의 문화로 나아가기는 어렵다. 이 과정이 결핍되면 결국 음식이 아닌 가공식품이 되어 자국민의 사랑도 받지 못할 것이다. 현재 이탈리아는 ‘맛의 방주(Ark of Taste)’를 만들어 획일화된 음식이 생산·소비되고 있는 것을 경계하고 그 지역의 전통음식과 문화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하고 있으며 프랑스는 어린이의 미각 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우리 역시 국가적으로 문화적 의미를 지키고 한식의 미래를 이어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지역음식의 현 위치와 앞으로 나아갈 길

 대진대학교 주신윤 교수는 ‘지역 다양성에 기반한 한국 식문화의 가치’의 주제를 준비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심기현 교수가 발표를 진행했다. 최근 5년간 K-푸드 수출액의 추이를 보면 2017년 91억 5,300만 달러에서 2021년 113억 6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김(15%), 장류(15%), 김치(11%) 등 특정 품목의 수출이 눈에 띄게 늘어났는데, 이는 K-푸드에 대한 관심이 전 세계적으로 증가했고 이를 형성하는 지역별 식문화와 식재료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나타난 결과로 보인다. 이에 지역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다양한 음식문화의 포용 및 문화 확산을 위한 전문가 집단의 인식 제고 필요성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 음식문화는 오래전부터 지방의 다양한 연회, 축제 등을 통해 만들어진 음식 혹은, 그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특산 식재료에 적합한 조리법을 사용해 발전해온 지역음식이 그 지역의 지역문화로 이어진다. 여기서 지역문화는 지역만이 지닌 자연환경과 역사적,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아 정착된 고유의 토착 음식으로 생성된 문화를 상징한다. 이러한 지역음식과 지역문화를 통해 한국 음식문화를 정립하고 세계화에 발맞춰 잠재된 음식 자원을 통해 음식의 문화적 우수성을 널리 알려야 하는 시점이 현재라고 본다.

 이를 위해 한국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살펴보는 연구가 진행되었는데 전국 식품영양학과, 조리학과 등 식생활 관련 전공자 578명(학부·대학원)을 대상으로 23년 4월 6일부터 8일간 설문 조사를 시행했다. 조사 내용(문항 수)은 총 여섯 가지로 첫째 설문자의 일반사항(14), 둘째 지역음식의 인식(14) 셋째 지역음식에 대한 인지도(30) 넷째 지역음식에 대한 기호도(30), 다섯째 식문화 역량(6), 여섯째 지역음식 관심 정도(3)로 나뉘었다. 조사결과 일반사항은 총 578명의 연구 참여자 중 여성이 73.36%였으며 81.83%의 식품영양학 전공자로 구성돼있었고, 전체 참여자 중 84.65%는 핵가족의 구조를 보였다. 이들의 거주지역은 경북·대구(17.99%), 전남(16.78%), 경기(12.98%), 출신 지역은 경기(21.11%), 경북·대구(15.92%), 서울(14.36%)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지역 음식의 인식을 설문한 결과(5점 만점) ‘지역음식 전문 매장을 주변에서 찾기 쉽다고 생각한다’(3.28), ‘지역음식은 지역 특산품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3.64), ‘지역 음식에 지방색의 특성(지방색)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생각한다’(3.84) 등의 문항이 낮은 점수를 보였으며,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 지역음식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4.22), ‘지역음식을 이용한 관광 산업의 활성화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4.21), ‘지역음식의 발전이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4.11) 등의 문항은 높은 점수를 보였다. 이는 일반적으로 지역음식에 대해 알고 수준은 보통이지만, 지역음식의 발전 잠재력이 높고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대상으로 본다는 결과를 말해준다.

 지역 음식 인지도 및 기호도 점수(3점 만점)는 거주지역에 따른 지역 음식의 인지도 점수와 출신 지역에 따른 지역 음식 인지도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해당 설문에서 사용된 음식은 『한국의 맛』,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농촌진흥청 보고서』 등 자료에서 각 지역의 대표성을 띠는 음식 세 가지를 선정했고 세 음식에 대한 평균값으로 결과를 분석했다. 거주지역에 따른 결과는 강원(2.19), 제주(2.00), 전북(1.92)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출신 지역에 따른 점수는 전북(2.27), 제주(2.20), 강원(1.9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특히 강원은 전 영역에있어서 가장 높은 점수(1.75±0.20)를 보여 타 지역음식에 대한 인지도가 전반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 가지 음식 중 지역 인지도가 높은 음식은 제주 오메기떡(77.16%), 강원 메밀전병(70.07%), 전북 콩나물국밥(66.61%), 강원 감자범벅(62.28%) 순으로 났다. 음식의 맛에 대한 인지도는 서울 설렁탕(98.72%) 경북·대구 육개장(98.79%), 전남 곰탕(96.89%) 등으로 서로 다른 결과를 보였는데, 지역 인지도가 가장 높은 오메기떡은 그 맛에 대한 인지도가 74.91%로 나타나 지역음식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 음식의 맛을 아는 것이 서로 상응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결과를 보였다. 또한, 높은 인지도를 보인 서울 설렁탕, 충남 바지락칼국수 등 다수의 음식은 현재 전국적으로 널리 소비되고 있다는 특징이 있어 이러한 음식을 제외하면 강원 감자범벅(54.38), 경남 재첩국(55.54) 등 지역 특징이 강한 지역음식의 맛과 인지도는 그다지 높 

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음식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평가하는 ‘식문화 역량’의 평가 결과(5점 만점) ‘우리나라 전통음식’(3.18), ‘우리나라의 지역 특산 식품’(3.09) 순으로 높게 나왔으며 ‘서양의 여러 국가 음식’(2.82), ‘외국 음식의 식재료’(2.75) 등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었다. 이는 우리나라 음식문화 역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는 것을 보여주면서도 세계화를 통해 다양한 식문화가 유입되었지만, 그에 비해 음식에 대한 이해도는 낮아 소비되는 음식의 종류가 제한적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음식에 대한 관심 평가(5점 만점)는 ‘나는 지역음식이 간편식(밀키트 등)으로 개발된다면 이용할 것이다’ 항목이 3.98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나 지역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고 이에 대한 소비자 차원에서의 연구 및 개발이 앞으로 더 진행될 필요성을 나타냈다. 

 결론적으로 지역 음식에 대한 이해와 관심도가 전체적으로 높게 나타나며, 앞으로 식생활 전문가의 체계적인 식생활 교육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K-푸드 우수성에 대한 인식 확신이 요구된다고 볼 수 있다. 

 

정리 : 김연광 기자 dusrhkd99@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