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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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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면/원우발언대

오래 보고 싶습니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11. 7. 20:29

오래 보고 싶습니다

 

어느 대학원생

 

조선일보 2018112일자 신문을 살펴보면 청소년들, “남자도 총리가 될 수 있나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내용을 보면 독일의 'Z세대(1990년대 중반 이후에 태어난 젊은이들)'들이 13년째 총리를 맡은 앙겔라 메르켈(A. Merkel)을 보며 성장했기에 남성 총리를 본 적이 없었고 2021년 앙겔라 총리 퇴임 이후 남성도 총리가 될 수 있냐는 반응이 있다는 것이다. 이 기사를 보면서, 마치 기사에 언급된 독일의 Z세대들처럼, 어떠한 직위나 직업에 특정 성별의 비율이 높다면 그 직위나 직업을 특정 성별의 고정된 역할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독일 청소년들이 가졌던 의문과 대학원 생활이 무슨 상관이 있겠냐고 할 수도 있지만, 그간 고등교육 기관에서 생활한 경험을 비추어봤을 때 기사에서 언급된 의문이 고등교육이 이뤄지는 공간에서도 충분히 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교에서 강의실에 가면 여성교수님보다 남성교수님을 더 많이 뵈었다. 물론 여성교수님의 강의를 하나도 못 들은 건 아니지만 체감상 남성교수님이 여성교수님보다 학교에 더 많이 계신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또한 공부를 하며 봐왔던 교수님들 중 여성 교수님들이 갑작스레 다음 학기 강의 때 못 뵙게 되는 경우가 있었다. 그 후 교수님을 대신하여 남성교수님이 채용되곤 했는데 이 때 대체되어 들어오는 교수님 자리에 여성교수님이 들어오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 여성교수님이 중도 하차하는 상황에서 남자교수님이 대체로 채용이 되는 케이스를 왕왕 보면서 대학에서 여성교수의 채용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 시그널로도 읽힐 때가 있다. 이러한 경험을 단순히 학습자 개인의 감상이라고만 할 수 있는 것일까?

실제로 대학알리미 사이트의 공시정보를 보면 2022년 전국 대학교 234개교 중에서 19개교만 전임교원 중 교수 성비에서 여성의 비율이 높고 나머지 215개교에서 전임 교수 성비는 남성의 비율이 높다. 이때, 비전임 교원의 성비는 전임 교원 성비와 차이가 있다. 전국 통계를 참고로 하여 2022년 전국 대학교 전임교원 중 교수의 성비를 계산하면 남성교수 28,049, 여성교수 6,584명으로 대략 4.3:1의 근사값이 나온다. 또한 위에 언급한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공시정보를 보면 2023년 고려대학교 전임교원 중 남성교수는 745명이며 여성교수는 131명으로 대략적인 성비는 6:1이다.

결국 고등교육 기관에서 생활하는 학습자는 남성교수를 여성교수보다 확률적으로 더 자주 볼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필자의 경험이 단순히 개인의 감상이 아니라 한국 고등교육기관 내 보편적인 성비 불균형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다. 수많은 학습자 중 본인의 커리어를 고등교육 기관 교수자로 설정하는 개인이 있을 수도 있다. 이 때, 남녀 간의 성비가 확연히 드러나는 상황이라면 여성 학습자는 남성 학습자보다 교수라는 목표 설정을 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훗날 교수로 채용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커리어의 안정적인 성장을 쉬이 낙관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피상적인 기우 또한 단순히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20231023일 동아사이언스지에 기고된 평생고용 보장받고도 떠난다학계 이탈률, 여성 교수서 19% 많아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기사에 따르면 종신직 임명과정을 밟고 있거나 이미 종신교수로 임명된 이들의 고용데이터 245270개를 분석한 결과 종신 교수로 임명되고도 학계를 떠나는 여성 교수의 비율이 남성 교수에 비해 높다고 한다. 위의 기사는 미국의 사례이지만 현재 대한민국 고등교육기관 교원의 성비가 불균형한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히 미국의 사례라고만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본다. 학습자일 때도 체감했던 한국 대학에 만연한 성비 불균형을 교수자가 되는 과정에서 혹은 교수자가 된 입장에서 겪지 않을 문제라고 단언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학문을 연마하는 공동체에 몸담고 있으니 앞에서 언급한 통계자료를 살펴볼수록 동성의 교수자, 동료가 더 소중해졌고 이들을 교육 현장에서 더 오래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또한 후배님들은 성비 불균형이 완화된 교육 환경에서 학업에 정진하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학교의 점진적인 노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