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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대학원신문

한국형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름짓기의 필요성과 현주소 본문

3면/쟁점기획

한국형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름짓기의 필요성과 현주소

알 수 없는 사용자 2023. 11. 7. 20:38

한국형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름짓기의 필요성과 현주소

 

기획의 변 - 최근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용어 자체가 지닌 부정적인 함의와 이들을 범죄와 결부하는 언론 보도 등으로 인해 현상의 본질적 문제가 흐려진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은둔형 외톨이’ 현상을 통한 오늘날의 한국 사회 진단을 위해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최훈석 교수와 이들을 위해 현장에 뛰어든 광주광역시 은둔형외톨이지원센터 사무국장의 목소리를 한데 모았다.

 

▲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최훈석 교수 ⓒ인터뷰이 제공

 

은둔형 외톨이란 집이나 방 등 자신만의 공간에 고립된 채 사회와의 접촉을 극단적으로 기피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오랜 고립 생활을 이어가는 이들 중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악화되거나 사회로의 복귀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제도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 고립과 외로움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과 네트워크를 수립하고 있는 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의 실태를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에 여러 인식적·제도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이러한 고립·은둔생활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게 된 배경 및 한국 사회에서의 특징과 해결책을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알아보기 위해 성균관대학교 심리학과 최훈석 교수를 만났다.

 

은둔형 외톨이의 정의와 그것이 대변하는 한국의 사회문제

최근 국회 국무조정실에서 제출한 통계에 따르면 만 19~34세 청년 중 사회적 관계가 단절된 상태에 놓인 이들은 247,000명으로 추정된다. 소위 은둔형 외톨이란 어떤 특징을 지닌 사람들이며, 이러한 고립·은둔 생활이 어떠한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물었다.

특정 사회문제를 정리하고 해결책을 모색할 때 그것이 얼마나 잘 정의되었는지 판단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입니다.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는 과학적이고 학문적 정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잘 정의되지 않은 현상에 속하기 때문에 몇몇 기관이나 언론에서 제시하는 통계는 의미 있는 데이터로 보기 어렵죠. 이처럼 정의가 내려지지 않은 상황에서도 현상을 설명할 필요성은 있으니 우선 은둔형 외톨이를 자발적 고립을 선택한 자로 규정해 보겠습니다. 이들은 특정 집단에서 배척당하거나 관계를 거부당한 것이 아닌 스스로 고립이나 외로움을 선택했기에 심리학적 관점에서 자기 행동에 관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는 단어 자체만으로도 부정적인 대상이 됩니다. 언론은 여러 강력범죄 사건의 가해자들을 은둔형 외톨이로 규정하며,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잘못된 존재로 묘사하고 있죠. 사회 현상에 초점을 두지 않고 어떤 문제의 성분을 지닌 특정 개인의 사건으로 환원하려는 경향은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을 사회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바라보기보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한 사회의 병적인 단면을 보여주는 현상이자 사회의 건강성을 보여줄 수 있는 하나의 지표로 생각할 필요가 있죠. OECD의 지표 중 하나인 ‘Better Life Index(BLI)’의 세부 항목을 살펴보면, 한국은 BLI 지표 중 커뮤니티 지수즉 개인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잘 연결되어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에서 표준점수 0을 기록합니다. 보통 한국은 개인보다 집단과 관계를 중시하는 사회로 인식되지만, 이러한 지표로 보면 현재 한국에서는 공동체적 건강성에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죠. 영국 레가툼이 발표한 사회적 자본 지표도 개인이 관계나 집단에 잘 소속되어 연결감을 느끼고 주도적으로 시민 활동에 참여하는 정도를 보여주는데,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매우 낮은 순위에 해당합니다. 이처럼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는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것이 아니라, 개인 간의 연결이 단절되고 공동체성이 해체되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드러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적 현상으로서 관찰되는 사회적 고립의 원인

한국에서는 최근에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문제로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사회적 고립과 은둔의 문제는 전 세계 각국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이처럼 은둔형 외톨이가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등장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사회심리학자로서의 견해를 물었다.

전 세계적으로 고립이 관찰되는 원인에는 스마트폰의 사용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30년 전에 인터넷과 외로움의 상관관계 연구가 이루어졌습니다.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의 심리학자 사라 키슬러(Sara Kiesler)는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되던 1990년대에 인터넷 사용 시간이 길수록 고독감과 외로움이 늘어난다고 분석했죠. 이는 오늘날의 상황에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보통 완결된 존재임을 느낄 수 있는 자기 완결성을 대인관계와 집단 속에서 경험하고 실천합니다. 타인과의 교류 속에서 개인은 정체성과 개성을 발견하고, 살면서 부딪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모여 얼굴을 보고 이야기하면서 의견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죠. 그런데 지금의 스마트폰은 혼자 있는 개인에게도 자기완결성을 보장해줍니다. 특히 SNS 사용자들의 일상적인 활동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특정 문화의 발생 원인을 분석할 때에는 보통 근접 요인과 원격 요인으로 나누어서 살펴보는데요. 근접 요인은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와 관습, 제도 등으로 특정 현상에 직접적이고 가까운 위치에서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고, 원격요인은 생태환경, 역사, 기술 등 상대적으로 여러 인과적 단계를 거치는 요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원격 요인 중 스마트폰은 미디어, 기술 등을 포괄하며 혼자서도 아무 문제 없는 문화를 만들어냈고, 고립과 은둔을 촉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이때 사람들에게 단순히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은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과 같은 기술이 사회 외로움이나 고립감을 높이는 방식으로 오작동하고 있다면 그것을 활용해서 어떻게 연결감을 증진해서 고독이나 외로움의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하버드 대학교의 스티븐 핑커(Steven Pinker)와 같은 학자들은 스마트 기술이 반드시 공동성·인간성의 해체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합니다. 기술은 누가 어떻게 어떤 환경에서 사용하는가에 따라 인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조력자가 될 수 있기에 삶의 공동성 회복이라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활용 방식을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외로움에 대한 인식과 한국형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제도적 차원에서 은둔형 외톨이문제를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립의 주요 원인인 외로움에 대한 인식도 점차 변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외로움 관련 실태조사나 정책적 대응이 부족한 상태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외로움은 어떻게 인식되고 있으며, 한국에서 은둔형 외톨이가 기타 국가들과 다른 양상으로 발현되는 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서구에서는 외롭다는 표현을 일상생활에서도 자연스럽게 씁니다. 외로움, 우울 등 감정에 대한 사회적 수용도가 높다고 볼 수 있죠. 반면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는 외로움을 표현하는 것에 사회적 낙인이 찍혀있으며, 이러한 감정의 사회적 수용도가 낮은 편입니다. 외로움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느끼는 감정이라는 인식이 만연하죠. 이러한 인식은 은둔형 외톨이를 더욱 고립시키고, 이들이 관계 회피를 반복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서구와 동양은 외로움과 관련된 용어 사용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영국은 고립문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를 외로움부(Ministry of Loneliness)’로 신설하는 등 외로움을 감정의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라는 표현의 외톨이는 개인이 지닌 문제라는 사실에 중점을 둔 표현으로 볼 수 있죠. 언어 사용 자체가 외로움에 대한 인식 차이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고독과 분명 다른 개념이라는 사실을 먼저 강조하고 싶습니다. 영어로 고독은 ‘solitude’ 외로움은 ‘loneliness’라고 하죠. 고독이라는 심리적 경험의 본질은 자기 고유성입니다. , 한 개체로서 나의 신념, 가치, 태도 등을 존중하고 그것이 설령 다른 사람과 다르더라도 개인의 고유성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자신을 타인 또는 사회 규범, 다수의 압력에서 분리하고 온전한 자기를 성립시키는 과정에서 고독 경험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외로움은 관계로부터 자신을 해리시키는 것이기에 고독과는 본질적인 차이를 보입니다. 임상심리학에서도 외로움은 여러 가지 부정적인 결과와 상관관계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때 고독과 외로움을 혼동한 채 혼자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으로 고독의 과정에 있는 사람들까지 은둔형 외톨이로 범주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고독의 긍정적 기능까지 은폐해버리는 이러한 범주화는, '외로움'에 사회적 낙인이 무분별하게 결합되어 확장하고 있는 현상을 반증합니다.

또한,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가 정말 극단적인 관계 회피자들인지도 살펴보아야 합니다. 예컨대 한국에는 혼자 밥을 먹는 혼밥러가 비슷한 상황에 있는 다른 혼밥러들과 한 식당에 모여 밥을 먹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혼자 밥을 먹기에 고립된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함께 하는 현상이죠. 혼자 밥을 먹는 것은 관계로부터 자신을 해제하고 싶은 마음이지만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과 모인다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관계 희구입니다. 아직은 정확하게 진단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의 고립이 정말 관계로부터 단절을 위한 선택으로 정의할 수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다른 예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진행된 흥미로운 연구 중 하나로 한국과 같은 집단주의 경향의 국가가 외로움을 덜 느꼈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분명 집단주의 국가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잘 실천하는 경향이 있어 개인주의적 성향의 국가들보다 외로움을 더 많이 느껴야 할 것 같지만, 결과는 그렇지 않았죠. 이들에게는 개인의 자유보다는 공동체의 안녕이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에 거리 두기를 해도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처럼 사회 현상은 단순하게 한가지의 원인과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의 은둔형 외톨이의 경우 최근에 문제 상황을 직시하게 되어 아직 제대로 된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사회 전반과 문화를 고려한 심층적인 차원의 연구가 요구됩니다.”

 

은둔형 외톨이해결을 위해 요구되는 제도적·사회적 차원의 노력

지난 9월 보건복지부에서는 최초로 은둔형 외톨이를 위한 지원정책을 제시했으며, ‘은둔형 외톨이 지원센터가 설립되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은둔형 외톨이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차원과 사회적인 차원에서 각각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지 물었다.

아직 은둔형 외톨이를 비롯한 외로움과 공동체적 삶의 해체라는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는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봅니다. 예컨대 1980년대 일본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1위였지만, 자살과 관련된 총리 직속 기관을 마련하고 지방정부 기관과 지역사회 그리고 경찰, 병원과 같은 응급 대응반 등의 사회 안전망을 조직해 나가면서 30년 사이에 수치가 큰 폭으로 감소했죠. 반면 한국 사회는 은둔형 외톨이뿐만 아니라 자살이나 게임 중독, 도박 등 여러 가지 행동 중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굉장히 미흡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안전망 확보의 일차적인 조건은 은둔형 외톨이를 학술적으로 제대로 정의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살률을 예시로 들긴 했지만, ‘은둔형 외톨이는 자살과 달리 발생 건수를 파악하거나 해결 정도를 수치화하는 등 해결 과정을 명시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하나의 삶의 양식입니다. 정부 정책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훨씬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다각적인 학문적 접근을 통한 정의와 범주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한 은둔형 외톨이의 용어 사용에 관한 논의도 필요합니다. 심리학 용어 중 ‘Concept creep’은 유사해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다른 현상에 특정 개념이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은둔형 외톨이에 있어서도 이러한 현상을 경계해야 합니다. 용어가 유발하는 낙인 효과가 주변의 다른 대상들로까지 번져가는 문화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죠. ‘은둔형 외톨이는 이처럼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지금 한국 문화는 공동체적 삶이 약화되고, 관계와 집단 속에서 개인의 완결성을 추구하는 경향이 점차 해체되고 있습니다. 아주 독특하게 나타나는 여러 형태의 개인·집단 이기주의 문제부터 정의와 공정에 대한 사회적 인식 부족 등도 심각한 상황이죠. ‘은둔형 외톨이는 이에 수반하는 하나의 현상이기에 해결을 위해서는 문화적 처방이 시급합니다. 문화를 바꾸는 것, 즉 문화 변혁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지만, 동시에 문화는 늘 변화하는 것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합니다. 한국 문화를 진단하고 특정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은둔형 외톨이문제를 포함한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결국, 학술적인 연구의 축적을 바탕으로 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외로움과 고독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분석틀로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학계 연구와 이러한 틀이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실현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단발적인 미봉책을 마련하는 것이 아닌, 문화 변동과학술적 연구 그리고 이와 수반되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정재훈 기자 wjd88899@naver.com

최서윤 기자 jensyc@daum.net